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막이 오른 가운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작년 6.12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는 좀더 큰 성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기대한다"며 특히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가 합의될 경우 이는 미국이 요구해온 '불가역적 조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27일 기독교방송(CBS) 인터뷰에서 '빅딜이냐 스몰딜이냐'하는 관측이 있는 데 대해 "스몰딜보다는 좀 더 나갈 것이고, 빅딜은 대개 우리 국민들이 완전히 비핵화가 끝나는 상태를 대개 (빅딜이라고) 얘기하는데 CVID는 안 될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빅딜까지 가기 위한 중간 교두보로서의 '미디엄딜', 그리고 연락사무소 설치를 언제까지(한다는 합의), 평화 협정은 언제부터 협상을 개시(한다는 합의), 비핵화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핵물질 신고·검증까지 나오면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류 언론들과 자유한국당 등 국내 보수 진영은 북미협상 결과가 북한의 핵 동결 등 사실상 핵 보유를 인정하되 ICBM 등 미 본토에 위협이 되는 수단만을 무력화하거나 핵·미사일 기술의 비확산을 약속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이는 '스몰딜(small deal. 작은 협상)'이며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고 주장해 왔다.
정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북이) 종전선언을 받아내기 위해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교환조건으로) 얘기하는데,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은 다 영변에 있을 것이고 우라늄 농축시설도 영변에 있다고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통해 공개했다"며 "(그러나 북은) 영변에 있는 것은 보여주지만 다른 지역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은 잘 안 내놓으려고 할 것이다. 더 큰 것을 받아내기 위한 협상 카드이고, 미국이 계속 그걸 가지고 쪼아대면 '그러면 뭘 줄 건데?' 이렇게 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게 스몰딜"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나 영변 핵시설 폐기만 해도 의미가 상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변이 북한 핵 시설의 80%는 된다. 그러니까 영변 핵시설을 파괴·폐기시키면 그것은 미국에서 노래를 불렀던 '불가역적인 상태'로까지 사실상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그에 대한) 상응 조치는 제재 완화 등 반대급부가 아니라 '새로운 북미 관계를 위해서 미국이 뭘 할 것인가', '연락사무소는 언제까지 만들어줄 것인가', '종전체제·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서 종전선언이나 평화선언은 어떤 식으로 정리할 것이고 평화협정 협상은 언제부터 누가 참여하는 것인가 오늘 결판을 내자' 이런 식으로 북한은 얘기할 것"이라고 북측의 의도를 분석했다.
단 정 전 장관은 그같은 '상응 조치'가 구체적으로 종전선언이라는 형태로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4자 종전선언은 지금 시간적으로는 어렵고 나중에 기회 있으면 하기로 할 것"이라며 "어떻게 표현될지는 모르겠다. 그것도 종전선언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거부감 때문에 '평화선언'이라고 하고 넘어가자는 얘기도 북미 간에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서 '입구'에 해당하는 표현이 하나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 형태가 종전선언이든 평화선언이든,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과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나아간다는 선언적 표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상응 조치' 가운데 경제적 부분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영변 내주고 금강산만 받아내려고 할까? 좀더 큰 것 많이 쓰라고 할 것"이라며 "개성공단까지도 얘기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금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은 대가나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고 했다"며 "미국한테 '그런 것을 허용하면 우리가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는데 좀 풀어라' 얘기를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서 김정은이 가지고 있는 지위는 자기들 표현으로 '최고 존엄'이라고 하는데, '최고 존엄'이 한 번 공개적으로 한 말이 실현이 안 되면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며 "그러니까 (신년사에서) 그런 발언을 할 때는 아마 작년 연말쯤 북미 간 물밑 접촉 과정에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정도는 방법을 찾아보자. 잘하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교감이 있었기 때문에 치고 나간 것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의 진정한 장애물은 북의 비핵화 의지 따위가 아니라 미 국내의 '반(反)트럼프' 정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내의 반 트럼프 여론의 연장선상에서 지금 북미 정상회담 딴지걸기가 나오고 있다"며 "미국 동부의 언론이나 학자들, 특히 정치권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트럼프가 잘 되는 게 지금 매우 불편하다. 그러니까 자꾸 국민 여론이 (트럼프) 지지 쪽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고춧가루를 뿌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 비해서 국내정치에 대한 장악력이 그렇게 높지 않다"면서 "굉장히 비판을 많이 받고 있고 연방정부 셧다운, 비상사태 선포 등 위기에 몰려 있다. 그런 것 때문에, 특히나 민주당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으니까 미국이 얼마나 내놓을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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