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연금 개혁의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앞의 글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면 서구처럼 부과 방식으로 가자는 제안이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어려운 대안이라 평가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역시 국민연금 순혜택의 역진성과 낮은 보험료율을 감안할 때 적절한 방안이 아니라고 비판했다.<1회> 문재인 정부 연금안 평가 : 재정 개혁 방기
<2회> 국민연금 재정 계산 : 70년 계산 믿을 수 없다?<3회> 국민연금의 특징 : 미래 재정 불안정<4회> 국민연금의 재정 목표 : 재정 균형<5회> 외국에서 연금 재정이 안정적인 이유<6회> 국민연금의 부과방식 전환, 가능한가?<7회> 국민연금의 역설 : 재분배 vs. 역진성<8회> 기초연금의 강점 : 사각지대 없는 노인 기본소득<9회> 퇴직연금의 잠재성 : 중상위계층 노후 소득 보장<10회> 연금 개혁 대안 : 한국형 다층 연금 체계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방안이 있는가? 연금 개혁의 시야를 국민연금에서 다층 연금 체계로 넓혀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법적 의무연금으로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가지고 있다. 이 세 연금을 조합해 노후 소득 보장의 두 가지 목표, '급여 적절성'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글은 기초연금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기초연금, 공적연금의 한 축으로 자리잡다
2008년에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다. 이름은 조금 다르나 현재 기초연금의 전신이다. 어느새 11살이다. 처음에는 금액이 적고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도 있었으나 이제는 공적 연금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특히 인상 속도가 빠르다. 2008년 처음 시작될 때 금액이 8만 4000원이었다(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168만 원의 5%).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이름이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20만 원으로 올랐고, 문재인 정부에서 2021년까지 30만 원으로 오를 예정이다(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기준 12%). 정권이 바뀔 때마다 10만 원씩 오른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는 기초연금 40만 원 방안도 포함돼 있다.
그 결과 이제는 노후 소득 보장을 설계할 때 기초연금은 핵심 항목이 되었다. 우선 수령 인원에서 기초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많다. <표 1>을 보면, 2018년에 국민연금을 받는 65세 노인은 전체 765만명 중 312만 명, 41%에 달한다. 반면 기초연금 수급자는 503만명으로 노인의 66%를 포괄한다.
기초연금의 금액도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7년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평균 연금액이 37만 원이므로 2019년에는 조금 올라 약 40만 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4월부터 하위 20%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30만 원 받고 내년에는 하위 40%가 30만 원을 받는다. 일부 국민연금 수령 노인에게는 국민연금보다 기초연금이 많을 것이다.
노무현 연금 개혁이 개악이라고?
기초연금은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연금 개혁을 계기로 공적 연금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2007년 연금 개혁은 우리나라 연금 역사에서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보통 친복지 진영에서 2007년 연금 개혁을 개악이라고 비판한다. 시민단체들은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최악의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주기도 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삭감해 노후 보장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게 이유이다.
과연 2007년 연금 개혁이 개악일까? 아니다. 거꾸로 이 연금 개혁은 우리나라 연금역사에서 가장 전향적인 개혁으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 급여 인하만을 보는 건 편협한 시각이다. 2007년 연금 개혁의 핵심은 우리나라 공적 연금이 국민연금 단일 체계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이원 체계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두 연금을 결합해 2007년 개혁을 바라봐야 균형잡힌 평가를 얻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시는 더욱 광범위한 사각지대, 낮은 보험료율로 인한 재정불균형의 문제가 더 심각했다. 이러한 재정 상태에서는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소득 보장을 설계하기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국민연금의 친구로 기초연금이 도입되었다.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대응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를 보전하는 의미도 지닌 제도이다.
노무현 정부의 연금 개혁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국민연금이 지닌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개선되었다. 역설적으로 현재 가입자에게 유리한 높은 수익비를 낮춘 결과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에서 평균 수익비가 2.6배이다(유족연금 포함, 기대여명 25년 가정). 당시 60% 소득대체율에선 수익비가 3배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소득대체율 60% 국민연금에서는 미래 세대에 의존하는 재정 몫이 지금보다 컸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는 미래 세대로 넘기는 재정 몫의 축소를 의미한다. 2007년 연금 개혁으로 국민연금이 지닌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개선되었다.
물론 공적 연금 보장성이 낮아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다. 국민연금에서는 세대 간 형평성을 개선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면서 보장성에선 새로운 공적 연금을 도입해 보완하는 균형적 조치였다. 동시에 기초노령연금은 기존 국민연금 단일체계가 지닌 세대 내 계층 간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도 발휘했다.
2007년 연금 개혁의 하후상박 효과
현행 국민연금에서는 가입기간이 같더라도 고소득자가 얻는 국민연금 순혜택이 조금 더 많다. 이렇게 40% 소득대체율에서도 순혜택의 역진성이 존재하는데, 당시 60% 소득대체율에서는 계층 간 순혜택 차이가 더 컸다. 물론 소득별 가입 기간 차이까지 감안하면 순혜택의 역진성은 더 심했다. 여기에 국민연금 밖에 있는 사각지대 사람들은 국민연금에서 아무런 혜택도 얻지 못하는 처지였다.
2007년 연금 개혁으로 가입자 소득별로 연금액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국민연금에서 60% 혹은 40%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 기준의 수치이다. 실제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내는 기간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당시 국민연금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미래에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약 20~22년으로 전망되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60%라도 이 가입기간을 적용하면 가입자가 얻는 실질대체율은 평균 30~33% 수준이다. 2007년 연금 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3분의 1만큼 낮아졌으므로 가입기간을 감안한 실질 대체율 인하폭은 평균 10~11%이다.
이런 구조에서 소득대체율 10%의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다. 기초노령연금은 2008년에는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 대비 5% 수준으로 시작하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0%로 낮아지는 2028년에는 10%에 도달하는 내용으로 법제화되었다. 당시 기초노령연금 소득대체율 10%는 미래 재정 여건도 고려했지만 국민연금 실질 대체율(평균 10~11%)의 인하폭을 감안한 설계였다. 즉 국민연금 인하를 기초노령연금으로 보전한다는 취지를 지닌다.
결국 소득대체율 인하와 추가 도입이 비슷하다면, 당시 제도를 그냥 놔두지 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인하하고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는 변화를 취했을까? 국민연금에서 수지구조를 개선해 미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이원체계를 통해 계층간 연금액의 하후상박 조정을 위해서다.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을 200만 원이라 가정해보자. 여기서 소득대체율 10%에 해당하는 기초노령연금 20만 원은 대상자 모두에게 동일하다. 기초노령연금은 가입기간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에 따른 연금액 삭감액은 소득별로 다르다. 가입기간이 동일하더라도 소득이 높을수록 국민연금액이 많기에 삭감율은 모두에게 3분의 1로 같지만 삭감액은 고소득자일수록 많다.
<그림 1>은 2007년 연금 개혁으로 소득별로 가입자의 연금액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가입기간은 모두 20년으로 가정한 결과이다. 평균소득 200만 원 소득자는 국민연금이 20만 원 깎이고 기초노령연금을 20만 원 받는다. 총 연금액에서 변화가 없다. 반면 300만 원 소득자는 국민연금에서 25만 원 깍이고 기초노령연금을 20만 원 받아 총연금액이 5만 원 감소한다. 400만 원 소득자는 국민연금이 30만 원 삭감되지만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못하기에 총연금액이 30만 원 줄어든다.
평균소득자 미만의 노인들은 어떨까? 100만 원 소득자는 국민연금에서 15만 원 깎이고 기초노령연금에서 20만 원을 받으니 총연금액이 5만원 늘어난다. 최대 수혜자는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미가입자이다. 국민연금 인하 없이 기초노령연금을 통해 20만 원 혜택을 얻는다.
실제 벌어지는 하후상박 효과는 그림보다 더 크다. <그림 1>은 모든 소득자가 20년을 가입하는 가정에서 분석한 결과이다. 현실에서는 소득별로 가입기간이 차이가 존재한다. 만약에 100만 원 소득자가 10년 가입하면 국민연금 인하액은 줄어들고 기초노령연금은 동일하니 총연금액은 12.5만 원 늘어난다. 300만 원 소득자가 30년 가입하면 국민연금 인하액이 더 커지므로 총연금은 17.5만 원 줄어든다. (2007년 연금 개혁의 소득별, 가입기간별 연금액 변화의 구체적 수치는 오건호의 <내가 만드는 공적연금>(책세상 펴냄) 100쪽의 표를 참고할 수 있다.)
정리하면, 2007년 연금 개혁으로 기존 국민연금 단일체계가 지닌 세대 간 형평성, 세대 내 계층 간 형평성 문제가 개선되었다. 아직도 두 형평성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전보다 개선되었다. 이 연금 개혁이 개악이라고? 나는 우리나라 연금 역사에서 2007년 연금 개혁을 가장 전향적인 개혁으로 평가한다. 국민연금 단일체계가 국민연금-기초연금의 이원체계로 전환된 덕택이다. 바로 기초노령연금의 힘이다.
기초연금이 지닌 강점
기초노령연금의 역할은 현재 연금 개혁 논의에 중요한 시사를 준다. 이제 기초연금으로 바뀌었고 금액도 오르고 있다. 기초연금이 지닌 강점을 살펴보자.
첫째, 기초연금은 현재 빈곤 노인을 지원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현재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조치이다. 지금 소득대체율이 아무리 올라도 이미 국민연금에서 은퇴한 현재 노인에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와 비교해 기초연금은 현재 노인에게 적용되는 연금이다. 노인빈곤율이 5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에 무척 중요한 연금이다. 최근 소득 분배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하위 계층에 상당수 빈곤 노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기초연금의 강화가 더욱 절실하다.
둘째, 기초연금은 사각지대 대응에 효과적이다. 상위 30%는 제외하지만, 노후 빈곤에 취약한 하위 70% 노인을 포괄한다.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금액이 적은 노인에겐 상당한 의지가 된다. 또한 지금 노동시장에서 일하지만 고용이 불안정하거나 소득이 낮아 나중에 국민연금이 적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연금이다. 기초연금은 현재 노후가 불안한 중장년도 주목하는 연금으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셋째, 기초연금은 세금을 재원으로 동일 금액을 지급하므로 재분배 효과가 크다. 가입기간이 긴 고소득자일수록 순혜택이 많은 국민연금과 대비된다. 퇴직연금도 1년 이상 고용된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역진적이다. 현행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중상위계층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층 간 노후 연금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우리나라 세 의무연금 중에서 사회연대를 구현하는 연금은 기초연금이다.
OECD 18개 나라도 기초연금 운영
외국은 어떨까? 서구 여러 나라도 기초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기초연금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18개이다. <그림 2>에서 보듯이, 18개국에서 기초연금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상시 노동자 평균 소득 대비 19.9%이다.
기초연금은 나라별로 설계도가 다양하다. 모든 노인에게 같은 금액을 적용하는 나라도 있고, 일부 노인에게만 차등화된 금액을 지급하는 나라도 있다. 특히 기초연금 소득대체율 수치는 최대금액 기준임을 유의하자. 기초연금 감액이 있는 나라의 경우 기초연금 수급자 모두가 이 대체율 수치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기초연금은 OECD 연금 체계에서 기초연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가난한 노인에게만 적용되는 공공 부조로 분류된다. 아마도 2008년에 처음 도입될 때 기초노령연금법 제1조(목적)가 지급 대상을 "생활이 어려운 노인"으로 규정한 데서 비롯된다고 판단된다. 70% 노인에게 지급된다면 준보편적 기초연금으로 해석해야 하건만, 기초연금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으로 OECD에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으리라 추정된다.
2014년에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기초연금법 제1조(목적)의 대상도 일반 '노인'으로 수정되었다. OECD에서 기초연금으로 인정받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감안하면, 세금을 재원으로, 70% 노인에게, 비슷한 금액을 지급한다면 이제는 기초연금으로 분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조만간 OECD 기준에서 기초연금으로 인정되리라 기대한다.
서구의 다양한 기초연금 유형들
기초연금의 설계도는 나라마다 다양하다. 자신의 역사적 상황을 반영한 연금 개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초연금의 유형을 살펴보자.
지구상에서 기초연금이 가장 강한 나라는 뉴질랜드이다.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이다. 2018년 우리나라 상시 노동자 평균소득이 약 400만 원이므로 한국 기준으로 월 160만 원이다(부부는 1.5배 받음). 기초연금의 재원은 전액 세금이고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면 소득, 자산을 따지지 않고 모든 노인에게 지급된다. 대신 뉴질랜드에는 국민연금이 없다. 기초연금 단일체계의 나라이다.
일본은 소득비례연금과 기초연금을 운영하는 나라이다. 2016년 기준 기초연금 소득대체율은 15.3%이다(한국 소득 기준으로 약 60만 원). 2014년에 노인 97%가 기초연금을 받으니 완전 보편연금으로 자리잡아 있다. 일본의 기초연금 재원은 가입자 보험료와 정부 국고가 절반씩 구성된다. 현재 소득비례연금 가입자는 소득의 18.3%를 보험료를 납부하는데, 이 중 일정액(현재 1만6900엔)이 기초연금 보험료로 사용된다. 일본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합해 부부기준으로 약 50%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초연금 30만 원, OECD 평균 소득대체율의 3분의 1에 불과
한국의 기초연금 금액은 어느 수준일까? 국제 기준에서 소득대체율을 계산하면 한국 기초연금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그림 5>에서 보듯이, 상시 노동자 평균 소득 대비로 2008년 기초노령연금 8.4만 원은 소득대체율로 3.0%였고, 2018년에 금액이 25만 원으로 거의 3배 올랐지만, 소득대체율은 6.3%에 머문다. 2021년에 30만 원으로 인상되더라도 소득대체율은 6.8%에 불과하다. 서구 기초연금의 평균 소득대체율(19.9%)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의 연금개혁안에는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있다. 이를 두고 기초연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40만 원이 되어도 소득대체율은 9.1%에 머문다. 기초연금을 운영하는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앞으로 40만 원 이상의 기초연금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기초연금 설계도의 문제점 : 물가 연동과 연계 감액
한국의 기초연금은 추가로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기초연금액의 물가 연동이다. 기초연금은 매년 금액을 상향 조정한다. 과거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과 연동해 기초연금이 매년 올랐는데 2014년에 기초연금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물가 연동으로 수정되었다. 보통 물가가 소득보다 덜 오르므로 이는 기초연금 인상 속도를 소득 증가보다 더디게 한다.
물가 연동 방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낮춘다. <그림 5>에서 소득대체율의 변화를 확인하자. 2016년 기초연금은 20만 4000원이다. 2014년에 20만 원으로 오른 후 물가만큼 오른 금액이다. 절대액에선 늘었지만 소득대체율은 오히려 6.2%에서 5.5%로 낮아졌다.
만약 2021년에 기초연금이 40만 원으로 올라 소득대체율이 9.1%로 오르더라도 물가 연동이 계속되면 다시 대체율은 하향할 개연성이 높다. 서구에서 기초연금액을 물가와 연동하는 나라도 있지만(캐나다, 스웨덴), 우리나라의 낮은 기초연금 수준, 높은 노인빈곤율을 감안할 때 우리의 기초연금은 소득연동으로 복귀해야 바람직하다(덴마크, 아일랜드는 소득 연동).
또 하나의 문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기초연금의 감액이다. 이 연계 감액은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전환될 때 추가된 방식이다. 이는 나름 근거를 지닌 설계이긴 하다.
국민연금 급여산식은 자신의 소득과 연동하는 소득 비례 급여와 가입자 평균 소득과 연동하는 균 등급여가 절반씩 구성돼 있다. 수익비가 2배를 조금 넘는 현재 국민연금 수지 구조에서는 가입자들은 대체로 균등 급여만큼 순혜택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을 20만 원으로 올리면서, 국민연금 가입자는 국민연금의 균등 급여와 기초연금을 동시에 누린다는 점을 주목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균등급여 혜택의 절대액도 커지므로 이를 일부 상쇄하기 위해 '가입기간 연계 기초연금 감액'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연계 방식은 연금 체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향후 연금 개혁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한계를 지닌다. 국민연금에서 순혜택이 발생하는 제도 내부의 원인은 낮은 보험료율임을 주목하자.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꾸준히 요구되는 까닭이다. 이는 현재 가입자의 동의가 필요한 과제이다. 앞으로 보험료 인상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려면 기초연금 감액 조항은 폐지해야 바람직하다. 국민연금 제도에서 발생하는 순혜택은 제도 내부의 개혁(보험료율 인상)으로 해소하는 게 정공법이다.
기초연금, 더 키워가자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으로 촉발된 연금 개혁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을 더 주목하자. 2007년 연금 개혁에서 살펴보았듯이,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이 지닌 세대 간, 세대 내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면서 노후빈곤에 직면한 하위계층 노인의 노후보장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2007년까지 일반 국민에게 적용되는 공적 연금은 국민연금 하나였다. 2008년부터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구성된 이원 체계로 공적연금 2단계로 나아갔다. 이후 기초연금이 빠르게 인상되고 있으나 여전히 소득대체율 수준이 낮다. 아직은 국민연금 중심의 이원 체계이다.
한 걸음 더 가자. 이제 11살 맞은 기초연금, 더 커야 한다. 국민연금 중심에서 기초연금 중심으로 노후 소득 보장을 재설계하는 공적 연금 3단계로 나아가자. (9회에서 퇴직연금을 다룬 후, 마지막 10회에서 기초연금 중심 다층 연금 체계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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