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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노무현의 같으면서도 다른 경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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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회창-노무현의 같으면서도 다른 경제관

昌의 주적은 '관치경제', 盧는 '시장의 불투명성'

20일 저녁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CEO포럼 창립 1주년 기념식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어, 오래 전부터 주목을 받아온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김재철 무역협회장, 김정태 국민은행장, 김종창 기업은행장, 박영주 이건산업회장,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원장 등 한국의 유명기업 CEO 1백여명과 30여명의 교수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두 후보는 각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후 지난달 31일 월드컵 개막식때 가벼운 인사를 나눈 적이 한 번 있을 뿐, 그후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고 특히 6.13선거후 지지율이 역전된 상황이어서 모처럼 동석하는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까도 관심사항이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오후 6시25분경 호텔에 도착한 뒤 20여분 연설을 하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노 후보는 6시50분경 도착했으나 이 후보가 퇴장할 때까지 호텔내 다른 장소에서 기다린 후 이 후보가 떠난 뒤에야 식장으로 들어왔다. 서로가 피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정치권의 협량(狹量)을 보는 듯해 찜찜했다.

이날 자리가 최고경영자들이 모인 자리임을 의식해 주로 자신의 경제관을 피력하는 데 주력한 두 후보는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한다"는 방향성은 같았지만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이념적 성향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드러냈다.

두 사람의 스타일 차이는 연설 방식에서도 나타났다. 이 후보는 준비된 원고에 바탕을 두고 개인적인 표현을 간간히 섞으면서 엄숙하게 연설을 했다. 반면에 노 후보는 "준비된 원고가 있지만 숨을 고르기 위해 처음만 원고를 읽겠다"면서 인사말 정도만 원고를 인용했을 뿐, 대부분을 즉석에서 연설했다. 때문에 중간중간 말이 끊기고 시간에 쫓겨 연설문에 있는 내용을 다 전달하지 못한 채 요점만 전달해야 했다.

***이회창, 시장경제 주장하면서도 관치시대의 고도성장 신화에 집착**

이 후보는 우리 경제의 주적을 '관치경제'로 설정했다. 그 대안으로는 '친기업적 시장경제'를 내세웠다.

이 후보는 "현 정부도 관치경제가 나라를 망쳤다고 하나 유감스럽게도 지난 4년간 관치경제의 병은 더욱 깊어졌다"며 "대통령이 되면 관치의 틀을 혁신해 자유시장경제의 초석을 놓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수십년동안 체질화된 관치경제를 혁신한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천에는 기득권층의 엄청난 저항이 따라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바로 이런 일이 다음 정부가 해야 할 진정한 변화이자 개혁"이라고 말해 집권할 경우 정부조직 및 규제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후보는 또 "글로벌 경제전쟁의 시대에 반기업적인 정치세력이 국가를 경영하면 우리 경제가,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저는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의사결정을 하도록 기업의 자유를 구속하는 정부규제를 혁파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노 후보의 경제관을 비판했다. 자신과 노 후보간의 대립전선을 '친기업 대 반기업'으로 규정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 후보는 이어"한나라당은 친기업적 정당"이라며 "그러나 제가 말하는 친기업이란 기업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뜻이지 재벌을 비호한다는 그런 뜻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후보는 "우리가 세계적인 경제강국이 되려면 앞으로 20년동안 최소한 연평균 6% 성장이 가능한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예의 주장을 다시 펼쳤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경제전문가들로부터 "이 후보의 경제관이 아직까지 '과거 개발연대'의 고성장 신화의 영향권 아래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한 반응을 얻고 있다. 우리 경제는 앞으로 해마다 4~5% 성장만 지속적으로 유지해도 대성공으로 평가받는 성숙경제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게 한국은행, 민간경제연구소 등 경제전문집단의 일치된 견해다. 따라서 '6%대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거품'이 불가피하고 또다시 위기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이회창 후보는 경제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향후 20년간 6%대 성장"이라는 비전은 이 후보가 아닌 그의 경제참모들의 작품일 듯싶다.

경제계에서 "이 후보 주변에 전직 장관이나 구시대 경제학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대목이 우려된다"며 "이 후보가 이들 구시대 인물에게 의존해선 자신의 공약인 자유시장경제를 실현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대목을 귀담아 들어야 할 듯싶다. 요컨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주문이다.

***노무현 후보, '시장의 투명성 제고' 주장하면서 관료 기득권층의 저항은 간과**

노무현 후보 역시 시장경제를 지향점으로 내세우면서도, 방법론상으로는 관치 타파보다는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최대 당면과제로 내세웠다.

노 후보는 "노무현이 시장경제주의자냐는 질문을 받는데 시장경제를 반대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고 대통령후보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는 상식밖 이야기로 어떤 의미에선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공격에 반격을 가했다.

노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을 지지하니까 그런 말이 나온 모양인데 시장이 공정하고 자유롭고 투명하며 철저하게 감시된다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폐지해도 좋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시장 질서가 충분히 투자자를 보호할 만큼 투명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시장외적 규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컨대 이회창 후보처럼 무조건 규제를 완화해선 안되며, 규제완화는 투명성과 비례해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노 후보는 또 "나는 분배주의자이고 한나라당 후보는 성장주의자라는 지적이 있는데 내가 복지와 분배를 말하는 것은 현재 성장속도를 굳이 거론하지 않을 정도의 괜찮은 상황이기 때문에 분배를 강조하는 것이며 아마 이회창 후보도 성장만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분배에 대해 강조하지 않았을 뿐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노 후보는 "나에 대해 전부냐 전무냐 하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힘들게 느껴진다"고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호소했다.

노 후보는 이밖에 CEO들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지도층의 의무)'의 중요성을 호소하는 동시에, 국가신인도 제고 및 외국인 투자 유치 차원에서도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진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의 이날 연설은 시장경제 실현의 구체적 방법을 '시장의 투명성 제고'에 맞췄다는 점에서 참석자들로부터 적잖은 공감을 얻어냈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규제가 반드시 시장의 미성숙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정부규제의 이면에 적잖은 관료 기득권층의 이해가 깔려있다는 대목을 간과한 점은 미진한 점으로 지적받았다.

또한 현재 우리 기업들의 최대고민이 "향후 5년후에는 무엇을 해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암담한 미래전망 때문이라는 점에 대해 나름대로의 비전을 제시못한 대목도 미진한 대목으로 지적받았다. 이같은 비전을 제시 못하기란 이회창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다음은 각 후보의 연설 전문이다.

***이회창 후보**

오늘 이 소중한 모임에 초대를 받아 활기찬 시장 경제를 만들기 위한 저의 구상을 말씀드리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저는 오늘 구체적인 공약을 말씀드리기보다는 우리가 왜 자유시장경제로 가야하는가에 관한 저의 소신을 펴보려고 합니다.

제 결론은 간단합니다. 자유시장 경제가 아니면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왜 자유시장경제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왜 민주주의를 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30년에 걸친 법관생활을 통해 제가 일관되게 추구한 것은 개인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존중이었습니다. 개인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고 창의와 자율이 보장되는 사회,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사회를 일관되게 추구해 왔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 개개인이 존중받는 시대를 만들겠습니다. 선택의 자유와 기회의 균등을 보장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개인이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가 나라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야 합니다. 지시.명령.규제의 시대를 마감하고 자율.선택.창의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자유시장경제만이 우리 경제가 살 길인데, 우리 사회 일각에서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약하고 국가개입을 자꾸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참으로 우려됩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이 필수 조건이고, 경제가 발전하려면 자유시장경제가 필수조건이라는 것은 세계역사가 증명하는 진실입니다.
경제번영을 이룩한 선진국들의 생생한 체험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20세기에 몰락한 사회주의가 우리에게 이러한 교훈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중국의 놀라운 발전을 보십시오. 이것은 1978년 이후 등소평이 시작한 개혁.개방에 힘입은 것입니다. 등소평의 개혁.개방은 시장경제로 나아가려는 거대한 실험이었습니다.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세계적인 경제강국이 되려면 앞으로 20년 동안 최소한 연평균 6% 성장이 가능한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전략으로 두 가지를 말했습니다. 한 가지는 사람과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입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연구개발과 인재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자유시장경제체제를 다지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경제 현실이 어렵습니다. 말로만 시장경제이지 사실상 관치경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도 관치경제가 나라를 망쳤다고 하지만 유감스럽게 지난 4년반 동안 관치경제의 병은 더 깊어졌습니다.

빅딜정책 등이 관치경제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관치경제의 피해 규모를 따져보면 지금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는 권력형 부정부패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경제를 억눌러온 관치의 틀을 혁신해서 자유시장 경제의 초석을 놓는데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체질화되어 버린 관치경제를 혁신한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실천에는 기득권층의 엄청난 저항이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일이 다음 정부가 해야 할 진정한 변화와 개혁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깨끗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어 올바른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고 국민에게 안정과 희망의 내일을 열어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 경제를 위해서 새 정부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자유시장경제의 기초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자유시장경제는 경쟁의 규칙도 없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그런 경제를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법과 원칙에 기반한 정의의 법칙이 존재하는 경제입니다.

제가 말하는 깨끗하고 유능한 정부는 이런 규칙을 확립하고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그런 정부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규제개혁기구,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같은 국가기구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규제개혁기구는 관치경제의 본거지를 혁신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유시장경제의 파수꾼으로서 시장의 기본인 경쟁질서를 책임져야 할 기관입니다.

국세청은 국가의 기본인 세금을 책임지고 조세정의를 확립해야 하는 기관입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의 질서와 건전한 발전을 책임지는 기관입니다.

규제개혁과 경쟁과 세금과 금융- 자유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 국민과 기업에게 이 네가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현 정부가 이 네가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가를 돌이켜보면 솔직히 미흡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위 규제개혁의 성역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그동안 잘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기 전임 공정거래위원장이 계신데 미안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자유시장 경제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이 핵심적인 국가기구들이 정상적인 역할을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

한나라당과 제가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신념을 밝히면 우리를 '친재벌'이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와 우리 한나라당은 반기업적 정당이 아니라 친기업적 정당입니다.

제가 말하는 '친기업'이란 기업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뜻이지 무슨 재벌을 비호한다는 그런 뜻은 전혀 아닙니다.

오늘과 같은 글로벌 경제전쟁의 시대에 반기업적인 정치세력이 국가를 경영하면 우리 경제가,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는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의사결정을 하도록 기업의 자유를 구속하는 정부규제를 혁파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입니다.

저는 지난달 우리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경제를 경영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가 국민과 기업에게 명령하고 간섭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공급하는 교육과 직업훈련에 최선을 다해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는 민간이 담당할 수 없는 연구개발과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책임져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를 혁신하고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 이것은 정부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는 저부터 끊겠습니다. 정치자금을 내지 않아도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기업을 할 수 있는 편안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정부가 가부장적인 마인드로 기업의 경영과 투자에 일일이 개입하는 관행과 규제는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자유시장경제를 한다고 해서 정부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더욱 확실한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무너진 서민경제와 지방경제를 살리는 일은 결코 기업에만 맡겨둘 수 없습니다. 저는 기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부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선진국 정부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 덕분에 우리 축구선수들의 체력이 놀랍도록 강해졌습니다. 그와 같이 한국경제도 튼튼한 체력을 쌓아야 할 때입니다.

***노무현 후보**

이번 한일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우리 축구처럼 우리 정치도 경제도 8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해왔습니다. 제가 대선 지원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 지난 92년 대선에서 "한국경제 8강으로 가는 길"이 민주당의 캐치 프레이즈였습니다.

당시 이 캐치 프레이즈는 제가 생각하기에도 좀 거품이 많이 들어간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축구팀이 8강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저 역시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정치 현실을 두고 부끄럽다고 비판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가 부끄럽다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었습니다. 늘 부끄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50년간 경제성장을 단순 수치로 보면 1백배 성장했다고 해도 틀리지 아닐 것입니다.

우리 정치가 부끄럽다고 하지만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래도 세계에 내놓을 만한 정도는 됩니다. 우리 아들이 현재 나이가 30이 됐는데, 우리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에도 교육이민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스스로 비판하는 가운데에서도 나름대로 우리는 성장을 해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IMF가 닥치기 전에도 수치로만 보면 우리가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처럼 수치상으로 가능한 조건을 갖고 있어도 기대한 것처럼 안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97년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우리 경제는 침몰할 뻔했습니다. 경제조건만 가지고 전망이 밝다 안밝다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개혁을 한다고 하면서도 우선 기본이 갖춰지 않았으면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세운 국정지표를 보면 첫 번째가 민주주의, 두 번째가 시장경제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시장경제입니다. 이것을 굳이 국정지표로 삼은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결합제무제표작성, 상호지급보증제한 등 재벌개혁으로 내세운 정책들을 보면 기본질서에 해당되는 사항들입니다. "노무현도 시장경제주의자냐"는 질문을 받는데 시장경제를 반대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고 대통령 후보를 할 수 있습니까. 이는 상식밖의 이야기로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미도 됩니다.

제가 출자제한제도를 지지하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모양입니다. 시장이 공정하고 자유롭고 투명하며 철저하게 감시가 된다면 출자제한제도를 폐지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시장 질서가 충분히 투자자를 보호할 만큼 투명성이 확보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장외적인 규제를 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제도는 폐지해야 하지만 실정을 살펴서 해야 하는 것입니다.

금융감독기구가 제대로 감독하고 있는가. 금융감독에 필요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시장경제를 반대하기 때문에 규제를 해야 한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통합 그중에서도 특히 지역통합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과거 제가 투쟁을 일삼아 왔는데 그때는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노무현은 분배, 이회창은 성장이라는 논란이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분배주의자이고 한나라당 후보는 성장주의자라는 지적이 있는데 내가 복지와 분배를 말하는 것은 현재 성장속도를 굳이 거론하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기 때문에 분배를 강조하는 것이며, 아마 이회창 후보도 성장만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분배에 대해 강조하지 않았을 뿐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경제성장 속도는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잠재성장률이 5.5%라고 하지 않습니까. 굳이 성장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배에서 아직도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속도에 따른 차선의 문제를 언급한 것은 우리가 현재 처한 좌표상 복지를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존경받는 부자'라는 개념, '사랑받는 기업'이라는 개념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저는 '존경받는 부자, 사랑받는 기업'이 우리나라를 꽉 채워주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이것을 위해서도 시장의 기본질서 확립이 꼭 필요합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정당하게 부를 획득하지 않은 부자들이 많이 있는 한 부자들이 존경받을 수 없습니다. 회계장부를 믿을 수 없고 탈세를 일삼는 기업이 많이 있는 한 기업들이 사랑받을 수 없습니다.

'존경받는 부자, 사랑받는 기업'을 위해서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제(가진자의 의무)'입니다. 부자들과 기업들이 사회를 위해서 부의 일정부분을 내놓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빌 게이츠가 수천만 달러를 자선사업을 위해 내놓고, IBM이 직원들의 사회봉사를 적극 독려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제가 경제발전을 위한 기본을 강조하는 소신을 갖고 있는데도 '전부냐 전무냐'하는 식으로 저를 몰아붙이는 것이 힘들게 느껴집니다.

제가 시간에 쫓겨 다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투명성, 분권 등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기본질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한 남북관계가 중요합니다. 남북관계가 경제외적인 요소라고 하겠지만 가장 경제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정치를 개혁해서 국민통합을 이루어내고, 그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동북아 평화질서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감도는 순간 우리의 국가신인도는 추락하고 외국인 투자는 멈출 것입니다. 경제8강을 위해서도 한반도 평화는 더 없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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