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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터 찜 쪄먹는 'FIFA 부패의 대부' 잭 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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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터 찜 쪄먹는 'FIFA 부패의 대부' 잭 워너

FIFA 투표권 쥐고 사돈에 팔촌까지 이권챙기기

국제축구연맹(FIFA)의 임원들 상당수가 '부정부패의 달인'이라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소식도 아니다.

FIFA의 부회장이기도 한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은 "FIFA의 임원이라는 것이 부끄럽다. 공범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한 바 있을 정도다. 지난 5월29일 2002 한일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두고 서울에서 열린 FIFA회장 선거를 취재했던 외국기자들은 투표 직전 임원들끼리 벌이는 설전을 듣고는 "보다 보다 이렇게 구역질나는 집단은 처음 본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기도 했다.

며칠 전 FIFA의 임원인 모하메드 빈 하맘 카타르축구협회장이 월드컵 VIP입장권을 암시장에 내다 파는 파렴치한 짓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기가 막히다 못해 쓴웃음이 나오게 한다.

***잭 워너 일가, 이권이란 이권은 모조리 독식**

하지만 FIFA 임원의 부정부패에 관한 한 챔피언은 따로 있다는 게 외신들의 지적이다. 바로 FIFA의 부회장이자 북중미-카리브해(CONCACAF) 축구연맹의 잭 워너 회장이 챔피언이라는 것이다.

평소 기자들로부터 수다스럽다고 비웃음을 사는 블래터 회장조차 잭 워너 이야기만 나오면 과묵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명백하고 적나라한 잭 워너의 파렴치 행각에는 '최고의 거짓말쟁이'도 묘답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잭 워너는 도대체 어떤 비리를 저질렀나.

세계최대의 스포츠전문채널 ESPN에 따르면, 잭 워너 일가는 지난해 9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를 개최하면서 온갖 이권을 챙겼다. 이 대회는 월드컵 대회처럼 FIFA가 주최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회와 관련한 사업은 모두 FIFA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

"잭 워너의 이권개입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블래터는 "반드시 대답을 해야 한다면 나중에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말 외에는 어떤 해명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잭 워너의 이권챙기기는 해도해도 너무했기 때문이다.

워너가 축구대회를 개최하며서 벌인 이권챙기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워너가 운영하는 여행사가 대회에 참가하는 5천여명의 각국의 선수와 임원들의 항공권 판매를 맡았다. 또한 워너와 관련이 있는 호텔에 선수들을 묵게 했다.

5개의 대회경기장의 급식사업도 워너의 아들 대리언에게 돌아갔으며, 또다른 아들 대릴은 1백90만 달러에 달하는 호텔 로비의 비디오 스크린 설치계약을 따냈다. 대회를 위해 지은 4개의 경기장 건설 수주에도 워너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TV방송사에게 독점TV중계권을 준 것은 물론이다.

블래터 회장의 비리 폭로에 앞장선 FIFA 사무총장 미셸 젠-루피넨은 "잭 워너가 90년, 94년, 98년 월드컵 대회 TV중계권을 단돈 1달러에 연속 유치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워너의 고향인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지난해 세계청소년축구대회는 당초 FIFA의 예산 4백50만 달러를 훨씬 넘은 8백21만 달러가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워너는 "이번 대회는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운영으로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비난여론을 묵살했다. 트리니다드 언론들은 워너의 뻔뻔스러운 주장에 발끈했다. 한 신문은 "세계청소년축구대회는 워너의 사업목록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는 이 대회의 이권을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잭 워너의 잔인한 복수극**

워너의 전횡에 저항했던 나라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대회에 참가한 호주팀 관계자는 "우리는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를 거쳐 가려 했는데, 워너는 런던을 거쳐 카리브해로 들어오라고 요구했다. 훨씬 돈이 많이 드는 코스로 돌아오라고 했던 것이다"라며 워너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워너의 요구를 거부한 대가는 가혹했다. 그들에게 배당된 호텔은 86개의 짐을 날라줄 짐꾼도 없었고 객실 일부는 깨진 화장실과 냉수만 나오는 수도꼭지가 완비(?)되어 있었다. "다른 호텔로 옮겨달라"는 간청도 거부된 것은 그들의 비참함이 호텔 안에서 끝날 것이 아님을 암시했다.

대회를 앞두고 훈련할 장소도 자동차로 한시간이 넘는 곳에 준비되어 있었다. 시민공원에 잡초가 무성한 공터가 바로 훈련장소였다.

또한 통상 매경기마다 3일간의 휴식을 권고하는 FIFA의 규정과는 달리 호주팀은 개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겨우 41시간만 휴식이 허락되었다. 호주팀은 "이것은 더러운 술수이며 FIFA에 항의하겠다"고 말했으나 별무소득이었다. 워너야말로 사실상 FIFA를 쥐락펴락하는, 일본식 표현을 빌면 '암(暗)장군'이었기 때문이다.

***FIFA 자체개혁 요구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채식 요구하는 꼴**

워너의 정치적 기반은 트리니다드 토바고 축구협회(TTFA)다. 그는 이 협회의 고문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TTFA는 그가 내는 돈으로 운영되고 있다.

워너의 비리행각에 대해 블래터도 꼼짝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ESPN에 따르면 워너는 다국적 기업과의 마케팅 결합으로 FIFA를 급성장시킨 후앙 아벨란제를 FIFA회장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워너는 북중미 카리브해 지역의 35개의 표를 아벨란제에게 몰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아벨란제의 비서실장 출신인 블래터 역시 아벨란제로부터 워너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것도 워너가 확보한 표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에 워너의 행위를 제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FIFA의 비리는 이처럼 어디서부터 메스를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FIFA에게 자정(自淨)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쩌면 고양이에게 채식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실현불가능한 주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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