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나주시 빛가람 혁신도시에 살고 있는 13세 남학생의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혁신도시에서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 학생의 청원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학교에 버스를 타고 등교,하교하는데 버스를 타고 있는데도 쓰레기연료 타는 냄새때문에 기침이나고 심할땐 머리 아프고 어지럽습니다. 더군다나 그 열병합 발전소가 빛가람중학교, 봉황고와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폐 타이어까지 태운다는 말도 있으니 아무리 정제를 한다고 해도 건강에 좋을리는 없습니다. 매우 해롭지요. 저도 곧 빛가람중으로 진학을 하고 모든 학생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면역력이 일반 성인보다는 떨어집니다. 지금 시청 앞, 열병합 발전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 글에 존경하는 대통령 께서 답변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혁신도시는 쓰레기만 태우려고 만든 도시가 아닙니다. 아파트도 안팔린다고 합니다. 계속 쓰레기연료를 태운다면 결국 광주 전남 혁신도시는 유령도시가 되고 말 것입니다.
혁신도시의 목적이 유령도시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열병합 발전소 측에서는 LNG연료만 사용해서 태우기를 바라는 바입니다.이대로 가면 너무 위험하고 그렇다고 원도심도 영향권에 들기 때문에 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니 이사건의 해결방안은 쓰레기연료 사용중지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11월 30일 시작된 이 학생의 청원은 12월 30일 마감이 됐는데, 한 달 만에 7,179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나주시 인근 빛가람 혁신도시라는 한정된 영역의 민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7,100여명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숫자가 아니다.
이 학생의 게시 글에서 알 수 있듯이 빛가람 혁신도시 주민들은 지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쓰레기연료 사용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구성하고 집회와 시위를 펼치며 안간 힘을 쓰고 있지만 해결 전망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빛가람 주민들을 분노케 한 것은 쓰레기를 태우는 열병합 발전소에서 비롯 된 환경오염 문제 뿐만은 아니다.
2017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시험가동한 SRF 열병합발전소에 사용된 쓰레기 연료는 무려 440여톤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혁신도시 주민들은 이 수량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막을 들춰본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범대위 조사와 지역난방공사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나주시와 혁신도시에서 수집된 쓰레기는 전체 물량의 3%에 불과했고, 나머지 97%가 외지에서 집하된 쓰레기로 드러났다.
광주광역시, 순천·구례, 목포·신안 쓰레기가 모두 혁신도시 SRF 열병합 발전소에 몰려든 것이다.
2017년 9월에 시작된 시험가동 3개월 동안 주민들은 피부병, 호흡기 질환 등 증상이 자녀들에게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시를 비롯해 전남 지역 3개 권역의 쓰레기가 모여들었다는 사실에 혁신도시 주민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광주시·전남도, 나주시, 지역난방공사 등 관련 기관들은 사전에 주민들의 협의를 거쳤고, 오염 기준치를 넘기지 않았다며 주민들의 원성을 수용하지 않았다.
빛가람혁신도시 발전협의회 김용인 회장은 “발전소 건설 전에 주민협의를 거쳤다 하지만 건설 후 시점에 혁신도시에서 살지도 않을 주민들 또는 환경영향권에서 멀리 떨어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과거의 협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선을 그었다.
또 범대위 신상철 위원장(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전 노조위원장)은 “대한민국 모든 SRF 열병합발전소의 쓰레기 연소에 따른 오염치는 모두 기준치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난다” 며 “규정된 기준치를 넘기지 않는다 해서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쓰레기를 소각하는 방식의 SRF 열병합 발전소 가동은 빛가람 혁신도시의 활성화 문제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공공기관 이주에 따라 혁신도시에 입주한 주민들은 발전소 갈등 이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근 도시로의 거주지 이전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전공대 설립 사업에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현재 입지가 결정된 한전공대 부지가 SRF 발전소에서 고작 1km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활성화가 더디다고 지적받고 있는 빛가람 혁신도시 활성화에 악재가 겹친 것이다.
범대위는 현재 발전소 연료를 LNG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2023년 완공이 예정된 충남 내포 신도시 SRF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따라 지난 해 9월 산업통산부·충남도·사업자 간 합의를 거쳐 LNG 방식으로 전환했다.
사태해결의 청신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남도·한국지역난방공사·범대위 등 3자가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결성하고 갈등 해소에 나서고 있다.
거버넌스는 지난 13일 3차회의를 열고 주민수용성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수용성 조사 선택 대상으로 ▲SRF발전소 가동(광주+전남 SRF 사용) ▲SRF발전소 6개월 가동(전남 SRF 전량+부족분 광주) ▲SRF발전소 2개월 가동(전남 SRF 전량) ▲SRF발전소 폐쇄·LNG 가동 등 4가지 안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은 걸림돌도 많다. 조사범위와 실행주체에 대한 이견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피해 대상인 빛가람동 주민들로 범위를 정하자는 범대위의 주장과 반경 5Km를 대상으로 하자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거버넌스는 오는 27일 나주 시청에서 간담회를 열고 도출된 이견들을 다시 한번 논의할 예정이다.
27일 간담회에 빛가람동 주민들의 눈길이 뜨겁게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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