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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의 '미국 눈치보기' '한국 깔보기'

저급한 브로커 수준 행태, 反FIFA 여론 급속 확산

국제축구연맹(FIFA)의 '미국 눈치보기'와 '한국 깔보기'가 큰 물의를 빚고 있다. 말만 국제적 단체이지, 하는 행태를 보면 '저급한 브로커' 수준을 못벗어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FIFA의 친미 노예근성**

지난 7일 미국팀은 한-미전이 열리는 대구의 인터불고를 숙소로 정하고 짐을 풀었다. 인터불고는 대구의 유일한 특급호텔이다.

문제는 1년여 전인 지난해 5월 한국팀이 이 호텔이 일찌감치 예약을 했으나 FIFA측에 의해 사용을 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FIFA측은 이 호텔을 FIFA 임원과 심판들의 숙소로 쓰겠다며 '관행상' 선수단과 심판진이 함께 숙소를 사용할 수 없다는 '불가통보'를 내렸다. 인터불고 예약이 취소된 한국대표팀은 인터불고보다 한 단계 아래급인 대구파크호텔에 묵어야 했다.

한국팀에 이처럼 고자세를 보이던 FIFA는 그러나 미국에겐 약했다. 미국이 뒤늦게 인터불고 호텔 투숙을 요구하자 아무 소리 못하고 즉각 방을 내준 것이다. 미국팀은 당초에 숙소로 예약했던 대구 GS플라자가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FIFA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7일 미국팀의 숙소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불같이 화를 냈다. 히딩크는 "한-미전을 심판할 주심 등이 미국팀과 한 숙소에 머무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의혹설을 제기했다. 국내언론들도 FIFA와 미국팀에 강한 의혹의 시선을 던졌다.

여론의 비판에 직면한 FIFA는 9일 관계자 협의를 통해 슬그머니 한미전 심판진들만 GS플라자로 옮겼다.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전무는 1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히딩크 감독의 항의 등이 잇따르자 FIFA 내부의 결정으로 한미전에 나설 심판 4명(주심·부심·대기심)과 심판 운영 관계자 등 모두 6명은 오후 5시께 숙소를 인터불고호텔에서 GS플라자로 옮겼다"고 말했다.

***한국월드컵조직위, 히딩크 분노하자 그때서야 허둥지둥**

더욱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한국팀이 인터불고 호텔 예약을 취소당하는 과정에 2002 한·일월드컵 '빈자리' 사태의 주범인 영국 바이롬이 깊게 개입돼 있다는 사실이다.

FIFA의 입장권 해외판매 대행사이자 숙박업 대행업체인 바이롬은 한국팀이 인터불고를 예약한 사실을 알고는 '숙박대행업체'의 권위로 예약을 취소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라는 비즈니스는 안해 한·일 양국에 천문학적 피해를 입히면서 엉뚱하게 '미국 눈치보기'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 보인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의 대응도 한심하기란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인터불고에 숙소를 잡기로 했다는 일정은 이미 미국팀이 입국하기 전인 5월부터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미국팀은 5월10일 인터불고 호텔을 숙소로 확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나 대한축구협회는 뒤늦게 히딩크 감독을 이를 문제삼자 허둥지둥 불끄기에 나서, '무능행정'에 대한 따가운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대표팀 허진 언론담당관은 "월드컵 숙박대행업체인 바이롬사가 호텔을 통해 거절을 통보해왔을 때 '선수단과 FIFA 관계자가 같은 숙소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FIFA의 관행이며 수험생이 시험감독관과 같은 방을 사용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점에 수긍했었다"며 "그런데 미국팀에게는 방을 내주다니 한 마디로 어이없다"고 FIFA와 한국월드컵조직위를 함께 비판했다.

그러나 바이롬사를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는 FIFA가 스스로 이같은 '관례'를 깨고 무리수를 둔 배경을 단순히 '보안탓'으로 둘러대기에는 석연치 않다. FIFA의 뿌리깊은 친미 노예근성에서 근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FIFA가 세계적인 축구관련단체라는 위상과는 걸맞지 않게 상식 이하의 조직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체육전문가들은 "안하무인의 행정으로 악명높은 FIFA조차 미국의 힘 앞에서 무력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FIFA, 한국월드컵조직위의 '노예고리'**

FIFA와 한국월드컵조직위의 한심스러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울과 수원의 월드컵경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FIFA 관계자 14∼15명은 9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KOWOC 수원운영본부 관계자들과 전·후반 각각 40분 경기를 가졌다. 수원경기장은 11일부터 16일까지 16강전 등 3경기가 집중돼 있어 잔디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이날 경기는 수원운영본부가 "잔디관리로 경기가 어렵다"고 반대했으나 FIFA측이 강행,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응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FIFA는 이날 경기에 주심과 선심 등 3명의 공인심판까지 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경기장 잔디를 관리하고 있는 삼성 에버랜드 관계자는 "한 경기를 치르면 나흘간의 휴식을 취해야 잔디가 정상회복된다"며 "11∼16일 하루 건너 한 경기씩 있어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본선경기를 이틀 앞두고 친선경기를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잔디에 무리가 올까봐 전·후반 20분씩만 허용했는데 40분씩 찬 것은 횡포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FIFA는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때도 경기 기간에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자체 경기를 벌여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물론 축구 시합 한 번 했다고 해서 잔디가 완전히 망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번 대회를 책임지고 있는 주최측과 개최측이 잔디 보호에 앞장서고 본시합 전에 친선경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은 상식 아니냐"고 어이없어 했다.

미국이라면 꼬리를 내리고 꼼짝 못하는 FIFA와, FIFA라고 하면 저자세로 일관하는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과연 이같은 노예적 먹이사슬이 언제나 깨질 것인가. 한국월드컵조직위 관계자들의 맹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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