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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불황', 외국관광객 오히려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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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불황', 외국관광객 오히려 줄어

정부의 턱없는 낙관론과 바이롬 횡포가 주범

'월드컵 특수'를 기대했던 관광업계가 '월드컵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체육복표사업이 몇조원을 벌어들일 것이라던 컨설팅업체들의 사업전망이 몇십억원대의 초라한 실적을 올린 사례를 연상시킬 정도다.

***서울시, "외국인 예약자만 이미 30만명을 넘었다"더니...**

월드컵 특수에 거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기대는 대단했다.

월드컵 개막 D-100 전후로 발표됐던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을 다시 보자.

KDI에 따르면, 월드컵으로 인한 생산유발 효과 11조5천억원, 부가가치 창출이 5조3천원에 이르며 35만명이 일자리를 얻게 되고 35만명의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중국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게 됨으로써 6만 내지 10만명의 중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단기적인 효과와 아닌 중장기적 효과로 극대화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는 기대치가 한층 높았다. 지난 5월24일, 월드컵기간 중 서울을 방문하는 총외래관광객은 약 33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현재 숙박예약및 여행사 모객 현황을 파악한 결과, 30만명이 이미 예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월드컵 기간까지 당초 추정치인 33만명 이상의 외래방문객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자 숫자 개항후 가장 적어**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의 개최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지난 6월4일 인천국제공항의 입국자 수는 공항 개항후 최소인 1만6천7백38명을 기록했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사무소는 "4일 입국심사를 마치고 국내로 들어온 사람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해 1만6천7백38명"이라며 "인천공항 개항후 입국자수가 2만명을 밑돈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출입국사무소측은 입국자수가 평소 2만6천여명 수준에서 최근 월드컵 개최후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지난 1일 2만3천63명, 2일 2만2천210명, 3일2만3천476명 등으로 감소했지만 1만명 선까지 떨어질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관광객은 평상시 6천여명을 웃돌았으나 요즘은 3천명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월드컵 경기관람을 겸한 중국 관광객도 당초 예상한 10만명에서 크게 못미치는 4만명선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드컵 관광객 숫자, 평년보다도 못해**

실제로 월드컵 기간 한국을 찾은 관광객수는 5일 현재 4만여명으로 관광업계는 평년보다 못하다고 아우성이다. 예년에 8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항공사의 예약율도 더 떨어졌다.

한국관광공사의 원인분석에 따르면, 월드컵 때문에 혼잡할 것을 우려한 일반 관광객들이 한국행을 회피하고, 그동안 해외 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일본 관광객들이 공동개최로 발길을 끊었고,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측 분석은 늘 남의 탓이다. 그러나 월드컵 특수만 기대했지, 정작 외국인을 위한 관광인프라 마련에 게을렀던 당국의 무책임이 가장 큰 몫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때문에 '월드컵 특수'로 기대를 모았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호텔신라 등의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제주도까지도 썰렁**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이벤트에 무작정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착각"이라며 "제주도를 제외하면 여전히 외국인이 편하게 즐기고 돈을 쓸 관광상품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8일 중국과 브라질 월드컵 경기가 개최될 예정인 제주도 서귀포시 역시 그동안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으나 예상보다 훨씬 적은 외국 관광객과 축구팬들의 방문에 실망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 동안 제주도 주요 호텔들의 숙박률은 예년에 비해 오히려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7일 밤 서귀포 시내 월드컵 거리에 있는 많은 음식점과 술집들은 텅텅 비어 있었다.

***바이롬이 주범**

관광업계와 호텔 관계자들은 월드컵 입장권 판매 대행사인 바이롬사가 월드컵 기간 동안 호텔방의 70%를 예약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50%를 해약한다고 통보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분노하고 있다.

장병순 서귀포시 월드컵기획단장은 월드컵 입장권 판매 부진이 호텔의 대량 해약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월드컵 특수'가 '월드컵 한파'로 추락한 배경에는 FIFA의 해외입장권 판매대행사인 바이롬이 있었다. 바이롬사가 한일월드컵에 끼친 피해는 단순히 입장권 판매 부진으로 인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크다.

바이롬사가 2002 월드컵의 공식 숙박대행사이기 때문이다. 입장권 판매를 맡을 만한 역량도 되지 않는 회사에게 전세계 월드컵 숙박대행업까지 맡긴 FIFA의 처사는 소송사태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바이롬사는 지난해 전국 2백17개 관광호텔을 상대로 월드컵 기간 전체의 70%에 달하는 연 79만6천1백58객실(객실x숙박 일수)을 확보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해약을 해도 위약금조차 물지 않아도 되는 '노예계약'도 맺어두었다.

처음부터 무리한 사업을 맡은 바이롬은 기어코 지난 4월30일까지 당초의 70.7%인 연56만2천8백63객실을 해약, 국내 숙박업체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줬다.

***바이롬, 한푼도 배상할 수 없다고 배짱**

바이롬사는 5월 들어서도 연2만9천33객실을 추가 해약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해약 위약금을 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바이롬사는 "4월 이후에도 총객실의 10~15%를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고 있다. 국내 숙박업체들은 4월 이후에는 해약되지 않은 객실을 '총객실'로 보고 있는 반면 바이롬사는 최초의 예약객실을 총객실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바이롬사가 월드컵 개막을 눈앞에 둔 4월 한달에만 연27만7천6백83객실을 해약하는 바람에 관광업체들은 헐값으로 판촉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 보문단지의 한화콘도는 월드컵 개막전인 5월30일부터 6월12일까지 31평형 객실 1개에 하루 15만원씩 1천5백실을 바이롬사와 예약했으나 겨우 4백40실만 이용되고 나머지 객실은 모두 해약됐다.

한화콘도는 남아도는 객실을 하루 사용료가 4만5천원인 회원들로 채우고 있다.

7일 현재 바이롬사가 보유한 총 20만4천2백62객실 중 예약이 확정된 물량은 17만2천9백68객실로 나머지 3만1 천2백94객실은 추가 해약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롬사는 월드컵 16강 진출국과 대진표가 불투명한 만큼 미확정 객실을 보유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도 바이롬 때문에 손해보기는 마찬가지**

바이롬사의 예약취소는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요코하마시의 경우 호텔마다 40%에서 80%의 예약취소가 발생해 대회기간중에 연 2만5천실의 예약이 취소됐다.월드컵 입장권 해외판매 대행사로 '경기장 공석 사태'을 몰고 온 바이롬사가 관광숙박업체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자 "이런 유령단체를 월드컵 대행사로 지정한 FIFA나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월드컵한국조직위원회(KOWOC)는 도대체 뭐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월드컵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어 88년 서울올림픽 이듬해인 89년 경기가 오히려 저점으로 떨어졌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 나고 있다. 동시에 98년 프랑스 월드컵은 1조6천억원(80억 프랑)의 직접적인 이익을 올린 반면, 개최국이 되기 위해 FIFA의 일방적인 노예계약 조건을 받아들인 한국조직위원회의 무능력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은 이미 입장권 판매 저조만으로도 5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보다 더 하면 더했지 결코 상황이 나은 게 아니라는 점에서 월드컵 한국조직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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