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오늘은 월드컵 '14전15기의 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오늘은 월드컵 '14전15기의 날'

히딩크 특명, "겸손하라. 그리고 침착하라"

오늘은 '14전 15기'의 신화를 만드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2002 한.일 월드컵 본선에서 뛰는 32개 팀 가운데 그동안 월드컵에서 14게임을 치르고도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한 '미(未)승리 최다기록 보유팀'이다.
과거에는 불가리아가 17게임 동안 한번도 이기지 못한 최다기록 보유팀이었으나, 불가리아가 94년 미국 월드컵대회에서 승리해 이 불명예스런 기록은 우리나라 차지가 됐다.

오늘, 폴란드와의 일전은 이 불명스러운 기록을 다른 나라에게 넘겨주는 날이 돼야 하며 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국민의 바람이자 기원이다.

***경기장 건설에만 3조5천억 투입**

거스 히딩크 감독은 폴란드와의 결전을 앞두고 가진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4일자)에서 “지금 한국국민들의 기대가 하늘을 찌를듯 하다"며 "좀 너무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적잖은 심적 부담을 털어놓았다.

히딩크 감독이 부담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월드컵을 위해 정말 '많은 것'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3조5천억원(27억달러)을 들여 세계최고급 경기장 10개를 건설했다. 일본이 10개 경기장중 2개만을 신축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히딩크가 한국팀을 맡은 지난해 1월부터 월드컵이 끝나는 이달말까지 우리 대표팀이 쓰는 총경비만 7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월드컵이 열리지 않는 평상시의 대한축구협회의 1년예산 1백20억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이 가운데 히딩크 감독은 급여로 약 18억원을 받아간다. 하루 5백만원 꼴이다. 히딩크가 네덜란드에서 함께 데려온 핌 베어벡 코치는 4억원, 3명의 한국인 코치와 기술분석관 얀 룰프스가 각각 1억2천만~1억4천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히딩크, "보다 겸손해지고 침착하라"**

우리가 투자한 것은 돈뿐이 아니다.
6만4천여명의 한국인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이는 수요보다 4분의 3이나 많은 숫자다. 이 중에는 해외에서부터 고국을 찾은 이민자들도 있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붉은악마’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고 있다. 폴란드의 엥겔 감독이 붉은악마를 “한국의 12번째 선수”라고 두려움을 표시했을 정도도 이들의 열기는 뜨겁다.

히딩크 감독은 누구보다도 이같이 전폭적인 지원과 열기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런만큼 그는 도리어 선수들에게 차분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4일 폴란드전에 앞서 “한국팀의 FIFA 랭킹이 아직 40위에 불과하며 우리가 속한 D조에서도 꼴찌라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나와있다는 점에서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감이 없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나친 자신감이 나을 수 있다고도 보지만 폴란드전을 맞이해 우리 선수들이 좀더 겸손해지고 침착해지길 바란다. 다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팀은 더이상 우리에게 위협이 못된다"**

지금 히딩크 감독은 한국대표팀을 맡은 이후 최근 영국,프랑스 등 유럽 강호들과의 평가전에서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실력을 보여줘 절정의 인기를 만끽하고 있다.

지난번 열린 미스 코리아 대회의 미녀들은 히딩크를 ‘최고의 신랑감’으로 뽑았다. 심지어 한 라디오 방송에서는 한 청취자가“귀화 외국인이 한국의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쳐야 한다”면서 “히딩크는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의 뛰어난 리더십은 대기업들 최고경영자의 모델로 떠올랐다.

그가 한국팀을 16강에 진출시키면 우승할 경우는 25만달러(약 3억2천만원)의 보너스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도 1억원씩의 보너스가 책정되어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가 감독과 선수들에게 5억원대 승용차 제공을 약속하는 등 16강만 되면 각계가 풍성한 선물을 줄 분위기다.

히딩크의 뛰어난 용병에 힘입어 선수들의 사기도 충천한 상태다.
한국팀의 스트라이커 최용수 선수는 “히딩크 감독의 지도를 받기 전까지는 축구에 대해 몰랐다”고 고백했다. “의욕만 앞섰지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체격이 큰 유럽 선수들과도 잘 해낼 자신이 생겼다”고 폴란드전에 선발되길 고대했다.

이을용 선수도 “유럽팀은 더 이상 우리에게 위협적이지 않다”면서 “우리의 조직력은 예전과는 놀랄 정도로 달라졌고 체력도 향상되었다. 나는 폴란드과 싸우는 것이 비교적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힘차게 14전 15기의 신화에 도전할 때이다**

16강에 오르면 유럽무대 진출 기회를 갖게 되는 한국의 스타들도 상당수 탄생할 것이다.

이천수 선수는 “이번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무대에 진출, 월드스타가 되고싶다”며 포부를 당당히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박지성 선수, 최태욱 선수 등도 유럽 구단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16강 진출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정몽준 한국월드컵조직위원장은 이번 월드컵 대회를 자신의 정치적 야망의 도약대로 삼길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정 위원장은 한국이 월드컵 개최국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국민들의 인기가 높으며 이를 대통령 선거 출마로 연결시키려고 한다”면서 “정계관측통들은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 그의 출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그러나“정 위원장은 적절하지 못한 상황에서 입을 함부로 여는 경향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FT는 정위원장의 말실수 사례로 정 위원장이 FIFA의 유니세프 후원결성식때 영국배우 로저 무어가 “축구시합이 진행되는 90분 동안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질병으로 죽어가는가”라며 연설하자 그 뒤를 이은 정 위원장이 “희생되는 어린이 숫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축구시합 시간을 짧게 하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고 썰렁한 조크를 던진 사례를 들었다.

FT는 “정 위원장이 외교술을 좀더 가다듬지 않으면 그의 정치적 야망도 주변을 썰렁하게 만든 자신의 농담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FT의 지적대로 월드컵 16강 진출은 어느 한 개인을 위한 들러리가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날을 위해 모든 국민이 지난 수년간 많은 세금을 투자했고 뜨거운 응원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힘차게 14전15기의 대신화에 도전할 때이다. 이 대도전에 모두가 신명나게 동참할 때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