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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20년만에 우파 대통령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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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20년만에 우파 대통령 탄생

'칠레판 베를루스코니' 피녜라 당선…중남미 이념지도 변하나

17일(현지시간) 실시된 칠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중도우파 야당 후보 미겔 세바스티안 피녜라(60)가 당선되면서 20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칠레 전국 3만4325개 투표소에서 차분하게 실시된 이날 투표는 개표가 99% 이루어진 시점에 51.61%를 득표한 피녜라가 승리를 굳혔다. 여당 후보 에두아르도 프레이 루이스(67)의 득표율은 48.38%에 그쳤다. 프레이는 개표가 60% 진행됐을 때부터 패배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선투표는 좌우 박빙의 대결이었다. 중도우파 야당 모임인 '변화를 위한 연합(알리안사.Alianza)' 소속 피녜라의 대항마는 20년간 집권해온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Concertacion)'의 프레이.

대선기간 내내 두 후보 간 지지율은 근소한 차이로 피녜라가 앞서는 형국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13일 대선 1차 투표에서 피녜라가 44.03%를 득표해 29.6%의 득표율을 기록한 프레이를 크게 앞서면서 피녜라의 당선이 기정사실화됐다.

"민주주의 발전했지만 변화 원한다"

피노체트의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나 20년간 민주적인 정권을 경험한 칠레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변화'를 선택했다는 것이 이번 대선의 지배적인 관전평이다.

1973년부터 1990년까지 칠레 독재정권을 이끌었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이 무너진 뒤부터 현재까지 칠레 유권자들은 네 차례 연속 기독교민주당(PDC), 사회당(PS), 민주당(PPD), 급진사회민주당(PRSD) 등 4개 정당이 연합한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을 선택해 왔다.

콘세르타시온은 칠레의 현대화와 민주주의 발전,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 이미 집권 경험이 있는 프레이 전 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운 사실이 보여주듯, 콘세르타시온은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신선함'을 잃어갔다.

또 1차 투표 전 원래 콘세르타시온 소속이었던 마르코 엔리케스-오미나미(36)후보가 무소속으로 독자 출마를 감행하는 등 분열한 점도 패배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 결과는 콘세르타시온에 패배가 아닌, 진영을 쇄신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년간 누려온 집권 여당의 자리에서 물러난 콘세르타시온이 이번에 당선된 우파정권에 적절한 견제세력 혹은 협력파트너로 기능할 경우 재기를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콘세르타시온 소속 리카르도 라고스 전 칠레 대통령 역시 "칠레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에 맞춰 콘세르타시온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선자 피녜라도 콘세르타시온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13일 대선과 함께 실시된 총선 결과 피녜라의 중도우파연합과 콘세르타시온에게 배분된 의석엔 큰 차이가 없었다. 피녜라는 필요할 경우 콘세르타시온과 정책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칠레판 베를루스코니"피녜라, 중남미 이념지도 변할까?

오는 3월 11일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피녜라 당선자는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신용카드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기업인 출신 중도우파 정치인이다.

▲ 17일(현지시간) 칠레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당선자 ⓒ로이터=뉴시스

피녜라는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2009년 세계 부자 순위에서 701위를 차지할 정도의 거부로, 특히 칠레의 공중파 TV 채널 칠레비시온(Chilevision)을 소유하고 있어 칠레판 '베를루스코니'로 불리고 있다.

한편 칠레에서 중도우파 대통령이 나오면서 올 10월 실시되는 브라질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브라질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대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대선 여론조사에서 집권당(노동자당·PT) 유력 후보가 야당(사회민주당·PSDB) 예비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 칠레에서 중도우파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와는 코드가 다른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변화될지도 주목된다. 좌파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볼리비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파라과이 정부는 칠레의 현 바첼레트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피녜라 당선자는 대선 승리 하루 뒤인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칠레와 베네수엘라 간의 우호관계는 유지될 것이며,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 정권교체로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것이란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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