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스포츠토토에 1천6백억 지급보증

체육진흥공단이 이행 요구하면 모두 떼일 판

조흥은행이 최규선 게이트로 로비의혹을 사고 있는 체육복표 사업과 관련, 스포츠토토(구 타이거풀스)에 1천6백억원의 지급보증을 해준 사실이 밝혀졌다. 조흥은행은 또한 복표사업 초창기에 타이거풀스에 25억원을 출자했으며, 타이거풀스코리아 강남본사 건물을 담보로 90여억원을 대출해준 사실도 드러났다.

스포츠토토의 최창신 대표는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체육복표 사업을 하면 국민체육진흥공단에게 발매액 가운데 25%를 기금으로 5년간 납부하기로 계약하고 이에 대해 조흥은행이 1천6백억원의 지급보증을 서주었다"고 밝혔다.

스포츠토토에 따르면, 사업 추진기에 체육복표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왔던 만큼 사업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입찰 경쟁에 뛰어든 위탁사업자인 타이거풀스 코리아에게 입찰 조건중 하나로 예상 발매액의 25%를 향후 5년간 공단에 납부하고, 납부액의 20%인 1천6백억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타이거풀스 코리아는 5백억원의 자본금을 모집했을 때,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액면가 5천원에 타이거풀스 총주식의 5%에 해당하는 25억원을 출자한 조흥은행에게 이에 대한 계약이행 지급보증을 요구했고, 조흥은행은 이 요구를 받아들여 정식으로 지급보증서를 작성했다. 조흥은행은 이밖에 타이거풀스코리아 강남본사의 건물(시가 3백억원)을 담보로 90여억원을 타이거풀스측에 대출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스포츠토토는 그후 지급보증료로 조흥은행에 매달 2억5천만원씩을 내왔다. 그러나 지난 3월말 최규선게이트가 터지면서 자금줄이 끊겨 최근 들어서는 지급보증료는 물론, 이번 달부터는 직원들의 월급도 주지 못하게 될 정도로 운영자금이 바닥나면서 사실상의 파산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위기가 심화되자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최근 절반 가량이 자발적 사직 형태로 회사를 떠나갔다.

문제는 스포츠토토가 파산할 경우 조흥은행의 지급보증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이다.

조흥은행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고 1천6백억원의 지급보증을 해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스포츠토토가 이익을 낼 경우 이익금의 일부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낸다는 전제조건에서 맺은 계약인 만큼 스포츠토토가 파산하면 지급보증은 원인무효가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만간 지급보증서를 회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민체육진흥공단측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지급보증과 관련, 구체적인 액수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발매액 중 25%를 공단에 납부한다는 정율제 계약이기 때문에 발매액에 따라 납부액이 유동적일 수 있다며 스포츠토토 파산시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 대응책을 세우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만약 국민체육진흥공단측이 지급보증서를 앞세워 1천6백억원의 지급을 조흥은행에 요구할 경우 법정 소송이 불가피하며, 조흥은행이 이에 패소할 경우 우발채무로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복권사업의 경우 잘 팔리기만 하면 장당 최고 18%의 이익을 낼 수 있는 황금산업"이라며 "조흥은행이 스포츠토토 사업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해가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요즘 복권이 너무 남발되면서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1천6백억원이라는 거액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준 것은 문제"라며 "고객의 돈을 가장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