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원아 200명 이상 대형 사립유치원에 우선 적용되는 사립유치원용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이 18일 공개됐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사립유치원용 에듀파인 시연회를 열고 사립유치원에 맞게 일부 기능을 개선한 에듀파인을 공개했다.
그간 많은 사립유치원이 국가 지원금과 학부모가 내는 부담금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회계로 관리해왔다.
이 때문에 현장체험 학습비나 졸업앨범비 등 학부모 부담 경비를 국가에서 받는 누리과정 지원금과 같은 회계에 집어넣고는, 현장체험 혹은 앨범 비용을 학부모들에게 걷은 돈보다 저렴하게 처리해 차익을 챙기는 식의 회계 비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에듀파인이 도입되면 정부 지원금·수익자(학부모) 부담금 등 재원 종류마다 개별적인 세출 예산을 편성해 수입·지출을 관리해야 한다.
예산을 쓸 때는 거래업체의 업체명·사업자등록번호 등을 먼저 에듀파인에 입력하고 지출을 입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유치원 원장이 물품 구입비를 정당하게 회계 집행하지 않고 자기 호주머니로 빼돌리는 비리를 막을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에듀파인이 적용되면 사립유치원의 모든 수입·지출 이력이 투명하게 관리돼 이런 회계 비리가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초·중·고등학교와 국공립 유치원이 사용하는 에듀파인에는 12개 메뉴가 있지만, 사립유치원용 에듀파인은 사업현황·예산관리·수입관리·지출관리·예산결산 등 필수적인 기능 5개만 메뉴에 넣었다.
예산 편성 때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처럼 엑셀 파일만 올리면 에듀파인에 자동 입력되도록 했다.
대부분 전문인력 없이 원장이 회계관리를 도맡는 사립유치원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이밖에 회계 사고로 의심되는 입력이 있으면 그 이유를 그래프 등으로 알려주고, 로그인할 때 경고 알람 등을 띄워주는 '클린재정' 기능 등도 넣었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 감사 담당자는 개별 유치원의 클린재정 항목을 열람할 권한을 가진다"면서 "에듀파인이 도입되면 감사 때 자료를 제출하는 일도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듀파인이 도입되면 유치원 학부모들은 초·중·고 학부모처럼 연말정산 때 원비 납입 증명서를 받게 된다. 또 유치원이 원비를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날 언론 대상 시연회에서는 에듀파인 대표강사가 유치원 회계담당자를 가르치듯 에듀파인 기능을 설명하면서 클릭 몇 번으로 수월하게 회계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에듀파인은 지난해 10월 공시 기준으로 원아 200명 이상인 대형유치원 581곳에 다음 달 1일부터 의무 적용된다. 대형유치원이 아니지만 올해 에듀파인을 쓰겠다고 신청한 유치원은 이달 15일까지 105곳이었다.
다만 교육부는 의무적용 대상 중 몇 곳이 에듀파인 사용을 신청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형유치원의 상당수가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에듀파인이 사립유치원의 회계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입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유치원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현재 법제 심사 중이며 3월 1일 시행 예정이지만 개별 유치원에 처분을 내리기보다는 협의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설 국장은 그러나 우선 적용 대상인 581곳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예산편성 일정을 고려해 19일부터 예산편성 기능만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통한다. 수입·지출 기능은 3월 1일, 결산·클린재정 기능은 4월에 단계적으로 열린다.
교육부는 회계 전문성이 있는 교육청 인력이나 초·중등 에듀파인 강사로 이뤄진 대표강사 134명을 구성해 각 교육청에서 사립유치원 회계담당자 교육을 시작했다. 원장을 대상으로 별도 교육과 사용 설명서를 제공하고 교육청·교육지원청은 에듀파인 전문 지원단도 꾸려 상담 등을 상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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