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구 포항제철)는 "이희호 여사가 유상부 회장에게 김홍걸씨와의 만남을 부탁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유병창 홍보담당 전무를 보직 해임했다고 7일 밝혔다.
포스코는 "2000년 7월 유상부 회장과 김홍걸씨의 만남에 이희호 여사가 개입한 사실이 없는데도 잘못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물어 유병창 전무를 보직 해임했다"고 설명했다. 유병창 전무는 5일 일부 언론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2000년 7월 이희호 여사의 부탁으로 유상부 회장과 김홍걸씨의 만남이 이뤄졌다"고 발언했다가 6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번복했다.
유 전무는 홍보업무외에 원료 구매와 서울사무소 운영을 책임지고 있었으며, 이번 보직 해임으로 이들 업무에서도 손을 떼게 됐다. 이로써 지난 99년 4월 이래 3년여동안 매주 수요일 포스코 경영에 대한 정례 브리핑을 해온 포스코의 간판 스피처 얼굴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유 전무 전격 해임과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유 전무가 권력투쟁의 애꿎은 희생양이 된 게 아니냐는 동정론이 제기돼 주목된다.
유병창 전무는 6일 해명 기자회견에서 "유상부 회장 얘기를 잘못 듣고 기자들의 전화 취재에 응한 결과 실언을 했다"며 전날의 발언을 뒤엎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해임돼 마땅하다. 잘못 들을 것이 따로 있지,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가 있지도 않은 행적을 만들어 언론에 흘려 정국을 뒤흔들었다면 이는 해고 정도가 아니라 구속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재계는 그러나 '상식'에 기초해 볼 때 포스코의 해명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대기업의 한 고위임원은 "내가 아는 유병창 전무는 유상부 회장이 하지도 않은 말을 만들어 언론에 흘릴 정도로 그렇게 경박한 사람이 결코 아니다"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유 전무의 발언 내용은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 건"이라며 "아무리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심하더라도 기업 밥을 먹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런 엄청난 작문을 할 배짱이 있는 사람은 재계내에 없다"고 단언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도 "재계 일각에서는 타이거풀스 비리로 유상부 포스코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잘못 하면 배임죄로 구속될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 몰리자 이희호 여사 관련설을 흘리며 청와대를 상대로 모종의 정치적 베팅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병창 전무가 이같은 권력암투 과정에 '치고 빠지는 악역'을 맡아 결국 희생양이 된 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떨칠 길 없다 "며 "이번 사태를 보면서 새삼 월급쟁이의 비애를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의혹은 재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확인되는 의문이다. 이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선 검찰이 나서 포스코의 타이거풀스 연루 의혹의 전말을 명쾌히 밝혀야 한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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