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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포스코, 아직도 정경유착인가"

유회장 2000년 경질설후 정경유착 심화 의혹

국내간판기업 포스코(구 포항제철)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봉착했다.

밖에서는 미국의 수입철강 보복관세로 가뜩이나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CEO(최고경영자)인 유상부 회장(61)이 최규선 게이트 관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 측은 유회장의 비리 연루 의혹에 대해 강력 부인하고 있으나, 타이거풀스 주식의 고가 매입 의혹 외에 김홍걸, 김희완, 최규선 등 비리 혐의자들과 접촉해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유구무언의 곤경에 처해 있다.

재계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판기업인 포스코가 또다시 권력형 비리 의혹에 연루됨에 따라 간신히 회복국면에 들어선 국가신인도에 치명적 손상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희호 여사때문에 김홍걸을 만났다?"**

최규선 게이트를 수사중인 검찰은 지난주 유상부 포스코 회장을 소환, 포스코측이 타이거풀스 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구입한 경위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계열사와 협력사 등 6개사를 동원해,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당시 시세 2만원보다 1만5천원 비싼 3만5천만원에 구입해 최규선씨 등에게 30억원의 부당차익을 건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회장의 이같은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검토중이다.

이같은 고가 매입 의혹외에 포스코는 최근 유상부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김홍걸, 최규선씨와 직접 만난 데 이어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포스코계열사 고문으로 영입했던 충격적 사실들도 새로 밝혀져, 비리 연루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상부 회장은 5일 포스코 대변인 유병창 홍보담당 전무를 통해 "2000년 7월께 서울 성북동에 있는 포스코 영빈관 '영광원'에서 홍걸씨를 만나 그의 신변 문제와 국내외 비즈니스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밝혔다. 유전무는 "당시 만남은 이희호 여사가 유회장에게 홍걸씨를 한번 만나 사업상의 조언을 해줄 것을 요청해와 이뤄졌다"며 "순수한 만남이었다"고 덧붙였다.

유회장의 이같은 해명직후 청와대측은 펄쩍 뛰며 이희호 여사 연관설을 부인했다. 청와대는 "홍걸씨가 개인적으로 유회장을 찾아가 사업과 관련된 조언을 구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희호 여사가 유회장에게 홍걸씨를 소개한 적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김홍걸 비리 의혹의 불똥이 자칫 이희호 여사에게까지 번질 것을 우려한 대응으로 보인다.

이같이 엇갈리는 주장에 대해 검찰은 금명간 유상부 회장을 재소환, 유회장이 김홍걸씨와 만난 경위 및 주식매입 과정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짙어지는 의혹, '포스코, 아직도 이런 일이...'**

포스코를 둘러싼 이같은 일련의 비리 연루의혹 제기는 국내는 물론, 외국인투자가들 사이에서도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 4백대 기업에 랭크된 대표적 기업인 동시에, 뉴욕 증권거래소에도 상장돼 있는 국제기업인 탓이다. 아울러 민영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구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모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포스코가 구태의연한 정경유착 비리 의혹에 또다시 휘말려들다니, '아직도 이런 일이...'라는 개탄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포스코측은 그러나 이같은 세간의 따가운 눈총에 대해 자못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포스코측은 타이거풀스 주식 고가매입 의혹과 관련, "최규선씨가 미국의 철강 긴급수입 제한조치(세이프가드)에서 포스코가 제외되도록 도움 준 데 대한 대가이며, 더욱이 그가 제의한 타이거풀스 주식이 투자가치가 있어 보여 사들인 것일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상부 회장은 또 김홍걸씨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홍걸씨를 만난 것은 이희호 여사가 홍걸씨를 위해 사업에 대해 조언을 해줄만한 사람으로 전문경영인중 나를 골라 부탁하는 것 같아서였다"며 "청탁 얘기가 오간 적은 없다"고 회사 대변인을 통해 해명했다.
포스코 대변인의 추가설명에 따르면, 유회장은 홍걸씨와 만난 직후 자회사인 포스텍기술투자 사장 겸 포스코 상무인 이전영씨에게 홍걸씨를 만나보도록 했고, 이사장은 이에 같은 해 7~8월께 홍걸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문제의 최규선씨와 포스코건설의 조용경 부사장도 배석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포스코의 해명은 도리어 의혹을 증폭시키는 정반대 결과를 낳고 있다. 마치 지난달 5일 최규선씨가 그의 전직 운전기사 천호영씨의 폭로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에서 '김홍걸씨' 이름을 거명함으로써 사태를 수습불가능한 국면으로 진전시켰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청와대는 그 사실을 극구부인하고 있으나, 포스코는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거명했다. 이같은 해명의 이면에는 결코 이번 사태가 포스코의 '자의'에 따른 것이 아니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같은 포스코의 대응을 김대중대통령 레임덕(권력누수)의 대표적 증거로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나름대로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일해왔으나...**

포스코는 외형상 민영화돼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아직도 정부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회장에 대한 인사권을 여전히 정부가 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의 유상부 회장이 그런 대표적 예에 속한다.

유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포철맨'이자 '박태준맨'으로 유명하다. 70년 포철 설립과 함께 입사한 그는 박태준 회장의 두터운 신임아래 승승장구하던 중 93년 YS정권이 출범하면서 김영삼정부의 '박태준 때려잡기'의 속죄양(?)이 돼 투옥과 함께 옷을 벗어야 했다. 당시 포철 해외영업담당 부사장이던 그는 일본 이토추 상사 포항사무소장으로부터 8천6백만원을 받는 등 3개사로부터 1억6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6백만원을 선고받고 6개월간 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후 삼성중공업 대표 등을 지내며 세월을 낚던 그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던 98년 3월 포철회장으로 금의환양하는 데 성공한다. DJP 연합의 핵심축으로 DJ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인 박태준씨의 천거에 따른 컴백이었다. 유상부 회장 취임 당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새 정부가 공직에 취임시키지 말아야 할 1백4인'중 하나로 그를 지목하며 반대했으나 별무성과였다.

그는 이같은 세간의 주시를 의식한 듯, 회장 취임후 나름대로 회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일련의 개혁조치를 단행했다. 국내 공기업 최초로 사외이사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전체 이사회의 절반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웠다. 또한 주주가치 극대화와 경영 투명성 제고를 경영원칙으로 정했다. 전체주식의 40%를 갖고 있는 외국계 투자가들을 의식한 개혁조치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유회장이 추진해온 '투명성'에 근원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뢰에 금이 가지 시작한 것이다.

***유회장 교체 움직임후 유착 본격화**

유회장은 지난 2000년 한차례 낙마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다. 2000년 5월 그의 대부이던 박태준 국무총리가 비리혐의로 총리직을 사퇴하면서 여권 내부에서 "박태준맨인 유상부 포철회장도 바꾸자"는 상당히 구체적 움직임이 일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위기감이 회장 취임후 정치권과 거리를 멀리 하려던 유상부 회장으로 하여금 정치권력과 일정 부분 타협을 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회장 경질설이 나돌았던 두달 뒤인 2000년 7월 그는 김대통령 3남 김홍걸씨를 다른 곳도 아닌 회사 영빈관으로 불러 독대했고, 이어 계열사 임원으로 하여금 김홍걸, 최규선 등과 만나게 했고 그 다음해에는 6개 계열사 및 협력업체로 하여금 타이거풀스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게 하기도 했다.

또한 2001년 1월에는 김홍걸, 최규선과 어울려 다니던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포스코경영연구소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유회장은 김 전부시장의 경우 지난 99년 6.3 서울 송파갑 보궐선거에 자민련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그 무렵 김 전부시장을 지원유세했던 박태준 자민련총재를 매개로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코가 과연 최규선 게이트를 비롯한 일련의 비리 의혹에 얼마나 깊숙이 연루됐는가는 앞으로 검찰 수사에 따라 밝혀질 전망이다. 수사 결과 이희호 여사까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3홍 비리' 쇼크이상으로 증폭될 게 확실해 보인다.

유상부 회장은 이제 진실을 말해야 한다. 이미 그는 대단히 예민한 뇌관을 건드렸다. 여기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식으로 유야무야하려 한다면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다.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 포스코를 위해 유회장이 할 일은 진실을 말함으로써 더이상 신뢰의 위기가 심화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라는 게 포스코를 아끼는 국내외의 일치된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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