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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대변인은 '난청'인가

<속보> '이희호 여사 관련' 하루만에 말바꿔

포스코 대변인은 '난청'인가, 아니면 상사가 하지도 않은 말을 제멋대로 만들어 떠드는 '희대의 광대'인가?
국내 간판기업 포스코에서 6일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희한한 사태가 발생했다.

***"유 회장님 얘기를 잘못 듣고 실언을 했다"?**

유병창 포스코(구 포항제철) 홍보전무는 6일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희호 여사의 요청에 의해 유상부 회장과 김홍걸씨의 만남이 이뤄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불과 하루만에 자신의 말을 바꾸었다. 그는 "유상부 회장의 얘기를 잘못 듣고 기자들의 전화취재에 응한 결과 실언을 했다"며 "이희호 여사나 청와대는 두 사람의 만남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재차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문제의 유병창 전무는 지난 99년 4월 유상부 회장이 '투명경영 실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매주 포철 경영에 대한 정례 브리핑을 실시하기 위해 대변인으로 임명한 이래 3년 이상이나 대변인을 맡고 있다. 그는 평소 유회장의 눈빛만 보고도 그의 '의중'까지도 읽을 수 있다고 알려진 유 회장의 최측근이다.

이같은 측근 중의 측근이 "유상부 회장의 얘기를 잘못 듣고 실언을 했다"니, 더욱 실언 내용도 다른 것이 아닌 대통령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 관련건'이라니....

이 말이 사실이라면 포스코는 오늘 당장 문을 닫아야 마땅하다. 일국의 대통령 부인까지 비리 연루 의혹에 마음대로 연루시키는 작문을 해대는 이같이 위험한 대변인을 앉혀 놓고 기업경영을 한다는 것은 '기업 자살행위'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날씨가 나빠 제철소 견학을 못한 탓에..."**

이날 유병창 전무를 도저히 못 믿겠는지, 포스코는 기자 회견장에 조용경 포스코건설 부사장을 배석시켰다. 조 부사장은 과거 민정당 시절 박태준 최고위원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핵심 박태준맨'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포스코측은 일단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상부 회장과 조용경 부사장이 지난 2000년 7월30일 서울 성북동 포스코 영빈관에서 김홍걸씨 부부 및 최규선(미래도시환경 부사장)씨, 전 서울시 부시장 김희완씨 등과 만난 사실을 시인했다.

그 다음 나온 조용경 부사장의 해명이 또한 '걸작'이었다.

조 부사장은 "당시 김홍걸씨측에서 자녀들을 위해 제철소 견학을 요청해 왔으나 예정일에 날씨가 나빠 견학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를 계기로 최규선씨가 모임을 제의해 와 저녁모임이 이뤄졌을 뿐, 이희호 여사의 요청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 부사장 주장에 따르면, 만찬이 끝날 무렵 최규선씨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가 국내 벤처기업에 2억달러를 투자하려고 하는데 포항공대가 이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며 유 회장은 포항공대 산하의 포스텍기술투자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2000년 8월초에는 신라호텔에서 조 부사장과 포스텍기술투자의 이전영 사장, 그리고 김홍걸씨와 최규선씨가 만나 이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후 실무진이 참석한 가운데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조 부사장은 "하지만 12월초 최씨가 전화를 걸어와 '청와대의 지시로 외자유치건이 실패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그 자리에서 부시정부 출범 이후 미국측의 통상압력이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를 했더니 최규선씨가 '내가 공화당의 실력자들과 인맥을 맺고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최규선씨의 소개로 유 회장이 미 공화당 인사들을 만나 철강통상 문제를 논의했다"며 "결과적으로 올초 미국의 긴급수입제한 조치에서 포철이 제외된 데 최씨가 도움을 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타이거풀스 주식매입에 대해 "지난해 3월 최규선씨와 만난 자리에서 최씨가 타이거풀스에 대한 증자 참여를 요청해와 포스코의 김용운 재무담당 부사장을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규선씨가 건네준 회사설명자료에 삼일회계법인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나와 있고 8개 언론사가 증자에 참여한 사실이 있어 타이거풀스 증자 참여를 타당하다고 여겼다"고 밝혔다.

***한번의 거짓말은 백번의 거짓말을 낳는 법**

조 부사장의 이날 해명은 유상부 회장과 김홍걸, 최규선씨와의 최초 만남이 "김홍걸씨측에서 자녀들을 위해 제철소 견학을 요청해 왔으나 예정일에 날씨가 나빠 견학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사과 성격의 모임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무런 정치적 동기도 없는 아주 '순수한 모임'이었다는 얘기다. 아울러 그후 거래는 김홍걸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최규선 개인과의 '순수한 비즈니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쳇말로 '믿거나 말거나' 식의 해명이다.

조 부사장은 또한 이날 타이거풀스 주식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 "8개 언론사가 증자에 참여한 사실이 있어 타이거풀스 증자 참여를 타당하다고 여겼다"고 주장했다. 이를 틀어보면 '당신들 언론사들도 끼어있으면서 무슨 의혹 보도냐'는 식의 해석으로까지 들린다. 정치권에서 오랜 기간 박태준 최고위원을 보좌했던 그다운 '노회함(?)'이 읽히는 대목이다.

한번 거짓말은 백번의 거짓말을 낳는 법이다. 이날 포스코의 해명은 도리어 의혹을 증폭시키는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는 게 지배적 견해다. 이제 포스코는 '신뢰의 강' 저편으로 건너간 느낌이다.

한국대표기업 포스코, 아니 우리나라 신인도의 앞날이 우려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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