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고향을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세력의 양대 산맥을 통합시켜야 한다. 민주세력이 15년간 단절돼온 한국의 정치상황에서 후배들이라도 손을 잡을 수 있게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재차 '신 민주연합'을 호소했다. 그는 또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대통령은 올바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과오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총 들고 나와 수많은 사람을 죽인 과오에 비하면 그분들이 무슨 과오냐"고 말하기도 했다.
노후보의 신 민주연합 구상은 지금 정치권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야권의 보수대연합, 중부권 신당 움직임 등 최근의 어지러운 합종연횡 움직임도 그 진앙은 노후보의 신 민주연합 구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후보의 신 민주연합 구상이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인가이다. DJ와 YS라는 두 김씨가 과거의 앙금을 털어내고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풀릴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일이 가능할까.
DJ는 노 후보의 구상에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DJ는 집권기간 내내 YS와의 화해를 희망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YS다. 과연 YS가 흔쾌히 DJ와 악수를 나눌 것인가. YS는 현재 노후보에 대해 호감어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DJ 문제에 들어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YS가 현재 내심 원하는 것은 DJ와의 화해라기보다는 'DJ의 백기항복'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2일 상도동을 찾은 박지원 청와대비서실장에게 "DJ는 역사상 가장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독설을 퍼부은 대목만 보아도 YS의 속내가 무엇인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신 민주연합 구상과 관련, 또하나 간과해선 안되는 대목이 "DJ의 정책을 승계하겠다"고 밝힌 노후보가 YS와 손을 잡을 때 예상되는 '정책적 혼란'이다. 한 예로 노후보가 부산시장 후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적극적 의사를 밝힌 YS측근 박종웅 의원은 지난해 언론세무조사 파동때 이른바 '조.중.동' 입장에서 서서 정부를 맹공했던 인물이다. 이밖에 남북관계 등 주요 사안에서도 DJ 및 노후보와 정반대의 입장에 서 온 인물이 다름아닌 YS다.
물론 "YS가 감정적으로 무조건 안티DJ를 외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일뿐"이라고 가볍게 보아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YS의 상황인식은 그 이상이라는 게 지배적 견해다. YS는 만약 노후보 손을 들어준다면 예컨대 "더이상 조선일보 등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주문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같은 모순적 상황에 직면할 때 노후보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신 민주연합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말하기에 앞서 반드시 진지하게 곱씹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다음은 DJ정부 출범후 지난 4년간 YS가 한 반(反)DJ 독설 가운데 정책 및 상황인식에서 DJ와 크게 차이나는 주요 대목을 정리한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YS의 자기합리화와 궤변이 읽힌다. 그러나 곳곳에서 YS의 확고부동한 신념도 읽을 수 있다.
신 민주연합의 실현 가능성 및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로 참조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남북정상회담**
"천하의 독재자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독재자 이미지를 씻고 평화주의자인 것처럼 전 세계에 광고 효과를 내게 해주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불가능할 것이다.
대학가에 인공기가 날리고, 곧 통일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김정일이 미국 주둔에 대해 양해한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겉 다르고 속 다른 것 아니냐."(2000.6.19 남북정상회담후 청와대에 초청받아 DJ와 만난 뒤)
"남북한 2백만 군대가 대치한 현실에서 군사훈련을 축소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지금 김정일이 남북통일정부의 대통령이다. 김대중씨는 총리도 안 되고 장관 정도다. 지시대로 움직이고 있지 않나? 회사 같으면 김정일은 회장이고, (김대통령은) 사장도 아니고 전무도 안 되는 것 같다.
김정일이 '통일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하는 데도, 우리 정부는 한마디 말도 못하고 야당도 말 못하고 있다."(2000.8.25 상도동 자택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서울 답방은 안될 것이다. 김정일이 와서 얻을 것이 없고 한.미관계가 심각하다. 북한에 퍼주는 것은 달러를 주는 것이고, 이는 곧 무기를 주는 것이다. 북.미관계는 김대중 임기 중에 좋아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2001.7.3 상도동 자택 기자회견에서)
***언론세무조사**
"김대중씨가 대표적인 세 신문(조.중.동)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언론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의도다.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김대중씨는 독재자 김정일의 서울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언론의 입을 미리 틀어막은 것이다. 언론사도 법에 따라 정당한 세금을 내야 하나, 이런 식의 보복적 세무사찰이라면 살아남을 기업은 없다.
이번 조사는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조사인원을 투입해 계획적으로 했고, 조사할 필요가 없는 것까지 조사해 부풀렸다. 3대 신문의 추징액도 꿰맞춘 것이다."(2001.7.3 상도동 자택에서 행한 언론세무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박정희 전대통령은 5.16 쿠데타로 헌정을 파괴하고 수많은 사람을 살상했으며, 영구집권을 꿈꾸면서 18년간 독재하다 부하에게 살해된 사람이다. 인권 탄압으로 냉엄한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의 기념관을 정부 주도로 짓겠다는 DJ는 정신나간 사람이다.
그런 돈이 있으면 어렵고 가난한 유신 독재의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2000.7.21 박정희 기념관 건립 소식을 접하고)
***IMF 책임**
"IMF때문에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IMF가 왜 오게 됐느냐.
일년전부터 노동법.한은법을 개정하려고 했는데 당시 김대통령(DJ)이 반대해서 안된 것 아니냐. 기아자동차 다 망했는데, 김 대통령이 현장에 가서 살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김 대통령이 당선된 후 우리가 하려고 한 방법대로 다 한 것 아니냐. 김 대통령이 결사적으로 반대한 것이고, 나는 임기 끝이니 못한 것 아니냐."( 2000.5. 9 DJ와의 청와대 단독 만찬에서)
***지역감정 책임**
"여당의 최고 간부 중 하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 피바람이 분다'는 발언이나 하고, '소수인 호남사람 단결하면 정의고 다수인 영남사람 단결하면 불의'라고 했는데 말이 되느냐.
이제 김 대통령은 불행한 대통령이고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 우리 민족의 제일 불행한 일들이 영호남 대립이고 지역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김 대통령 취임 이후 편중인사, 싹쓸이 인사 때문이 아니냐."(2000.5.9 DJ와의 청와대 단독 만찬에서)
***DJ정권 4년 평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김정일의 방한을 구걸하고, 독재를 연장하기 위해 비판적 언론사의 사주를 구속하는 등 지금 이 나라는 국가정체성의 위기, 경제위기, 부정부패로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김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는 나라 전체를 망쳐놓고 자기 혼자만 살려고 도암친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처사다. 대통령 퇴임후 돌아가겠다는 아태재단은 5공때의 일해재단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DJ식 개인금고다."2001. 12.9 수원 중앙침례교회에서 행한 신앙간증에서)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김대중은 독재자로 노벨평화상과는 모순된다. 노벨상 위원회는 그의 수상 이유로 민주화 등을 들었지만 그의 정치 자세 가운데 어느 부분이 민주주의고 인권존중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김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최근 목포 주민으로부터 '개도 웃는다'는 표현이 든 편지를 받았다."(2000.11 일본 문예춘추 12월호와의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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