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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형아파트 미분양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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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형아파트 미분양 사태

큰손들, 아파트시장에서 떠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붙은 아파트값 급등의 진원지는 강남 대치동 및 도곡동 일대였다. '학군' 때문이기는 하나 이들 강남 지역은 어느새 우리나라에서 전국 아파트값의 급등락을 알리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강남에서 대형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발생,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5~27일 사흘간 실시된 서울시 3차 동시분양 당첨자 계약에서 강남권의 일부 대형평형과 강북권 비인기지역 단지의 계약률이 40~50%에 그치며 미분양이 속출했다. 지역과 업체를 불문하고 1백% 가까운 계약률을 보였던 지난달 2차 동시분양때와는 현저하게 다른 모습이다.

***도곡동에서 미분양 사태가?**

도곡동 롯데의 53평형 28가구와 방배동 롯데의 81평형 60가구는 각각 70%와 80%정도의 계약률에 그쳤다. 삼성동 중앙아파트도 58평형에서 50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실수요자가 몰린 중소형 물량은 대부분 1백%에 가까운 계약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 계약률이 이처럼 뚝 떨어진 것은 정부 주택시장 안정책이 시장에 먹혀 들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무주택 우선공급제와 분양권 전매제한 등이 실시되자 투자수요가 대폭 줄어든 탓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피스텔로 대표되는 수익성 부동산의 무조건청약 거품이 사라지면서 아파트에도 '묻지마 투자'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3차 분양 계약률을 볼 때 "대형 건설업체가 강남에 짓기만 하면 무조건 1백% 계약으로 이어진다"는 기대심리가 급속히 가라앉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분양 사태는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6월 입주를 앞둔 용인 A아파트 65·75평형은 20%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같은 지역서 최근 분양한 B아파트도 30평형대 계약률은 90%를 넘지만 58·59평형은 대부분이 미계약 상태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내년까지 40평대 이상 아파트는 인기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재건축, 경매 아파트 가격도 급락세**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도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투자 1순위' 상품으로 꼽혔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도 단타매매족이 사라진 결과다. 잠실 저밀도지구 첫 사업승인 아파트인 주공 4단지 매수세가 끊기며 최근 1주일 새 가격이 2천만원 이상 폭락했다. 사업승인이 나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예전과 달리 사업승인 전과 가격 차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경매아파트 입찰 경쟁률도 낮아졌다. 지난 2월 서울 법원경매엔 아파트가 매물로 나올 때마다 평균 10명이 입찰신청서를 내 낙찰가 급등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최근 경매아파트 1건에 입찰자는 6~7명 선으로 줄었다. 지난달 50%에 육박하던 경매아파트 낙찰률도 이달 들어 5%포인트 남짓 하락했다.

이같은 아파트값 하락 조짐은 지난 2차 분양때부터 일각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2차 분양 때 14개 단지 중 12곳에서 미계약이 발생했으며, 특히 서초동 롯데 캐슬주피터의 경우 68대1의 높은 청약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일반분양된 56평형 32가구 중 5개 가구에 대해 계약포기가 나오는 등 실제 계약률은 90%에 그쳤다.

이에 따라 당시 전문가들은 3차 분양에서 접수가 완료된 곳도 미계약이 크게 늘고, 다음달 초 실시되는 4차 때는 지역별, 업체별 차별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큰 손들이 아파트시장에서 떠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얼마전 1/4분기 가계대출 성향을 분석, 작금의 아파트 값 급등이 수도권지역 유한계층의 아파트 투기에 기인한 것임을 밝혀낸 바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1/4분기중 발생한 가계대출의 52%가 아파트 등 주택관련 자금대출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들 주택관련 자금대출의 92%가 자기집을 갖고 있는 '유주택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주택관련 대출자의 90%이상이 수도권 거주자였다.

이는 지난해부터 강남을 진원으로 해 수도권 일대에서 뜨거웠던 아파트값 급등이 실수요보다는 투자 목적에서 진행된 것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이번 분양에서 그동안 아파트값 급등의 진원지 역할을 해온 강남지역에서 유한계층들이 가장 선호해온 대형평수 아파트의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보기에 따라 의미하는 바가 중차대하다 할 수 있다. 그동안 아파트 투기에 열심이었던 유한계층들이 아파트에서 손을 떼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가능한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아파트에서 손을 뗀 후 유휴자금이 다음에 어느 곳으로 흘러갈 것인가이다. 얼마 전까지는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는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증시가 급랭하면서 국내증시 역시 향방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돈들이 갈 곳을 잃으면 시장은 한 차례 혼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대출처를 못찾아 헤매고, 가계대출의 집단 부실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돈의 흐름을 예의주시할 때가 다시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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