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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청소년이라 '처벌 안 받는다'는 오해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 5 인권 주장하려면 '소년법'부터 폐지하라는 억지에 대해

청소년인권을 주장하다보면 자주 접하는 반응이 있다. "청소년인권 보장할 거면 청소년들 봐주는 '소년법'도 폐지해라", "성인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려고? 그럼 똑같이 처벌도 받아야지" 하는 반응들이다. 특히 선거권 연령 하향 운동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소년법 폐지"를 이야기하는 비아냥거림도 곧잘 접할 수 있다. 청소년에 의한 집단 폭행 사건들이 터지며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같은 여론에 응답이라도 하듯 '소년법'상 촉법소년의 연령을 현행 '10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10세 이상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미성년자'는 처벌을 안 받는다?

'요즘 청소년들의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그에 비해 처벌은 받지 않는다'라는 게 사회의 인식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을까?

우선 실제로는 14세 이상이면 일반 형사 절차에 따라 비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처벌받을 수 있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경우 '소년법'을 적용해 그에 따른 법적 조치들이 이루어진다. '소년법'은 19세 미만에게 적용된다. 즉 사건에서 피의자가 14세 이상 19세 미만일 경우, '소년법'의 절차가 적용되는지 일반 형사 절차가 적용되는지는 검찰, 법원 등 수사 및 재판 기관이 판단한다. 실제로 2018년 6월 일어나 주목을 받았던 '관악산 집단 폭행 사건'의 가해자들도 일반 형사 절차를 적용받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소년법'의 절차를 따르는 경우에는 소년원 입소, 보호 시설 감호 등의 보호 처분 또는 보호 관찰 처분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 누군가는 소년원이나 보호 관찰 처분이 봐주는 것이고 형벌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년원에 입소하는 것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과 사실상 동일한 '구금' 조치이다. 정해진 시설에 입소하여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를 제한당하며 일과 전체에 대한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보호 관찰 처분이나 보호 시설 감호의 경우에도 보호 관찰소에 출석해야 하거나 교육 등을 이수해야 한다는 점 또는 거주의 자유나 생활에 통제를 받는단 점에서 강제성을 띠고 있다. 즉 소년범 중 상당수가 실제 형법에 의해 실형을 받고 있으며, 보호 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법적·형식적 절차가 다른 것일 뿐, 처벌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소년범에 대한 처우는 단순히 '처벌을 받지 않는다'라고 뭉뚱그려서 말할 수 없다. 또한 형법상 형사 미성년 연령이 14세 미만이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형사 책임 연령' 또한 14세까지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0세 이상이면 역시 '소년법'상 보호 처분 등 징벌적 성격의 처벌을 받는다. 이를 근거로 한다면 한국의 형사 책임 최저 연령은 사실상 10세이다. 그리고 이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와 비교해 보았을 때 그리 높은 연령 기준이 아니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또 다른 왜곡된 인식은 요즘 10대들이 폭력, 살인 등 강력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10대의 강력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심각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청소년 범죄 사건을 다룬 기사의 제목을 보면 '무서운 10대', '잔인한 10대'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그런데 실제로 연령대별 범죄율을 살펴보면, 범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10대가 아닌 40대다.(대검찰청의 인구 10만 명 당 범죄 발생비를 보면 2015년 기준 40대는 5,560.1명, 18세 이하는 737.4명이다. 살인·강도·상해·폭행죄 등 폭력범죄율 역시 2010년 기준 40대가 인구 10만 명 당 882명으로 가장 높다.) 하지만 어떤 언론 기사에서도 '무서운 40대', '점점 흉포해지는 40대 범죄'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청소년 중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마치 청소년 집단 전체의 속성인 것처럼 환원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 범죄를 더 과장해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는 청소년에 대한 일종의 낙인찍기다.

청소년의 범죄/일탈 행위가 특히 문제시되는 까닭은 "청소년은 순수/순진해야 하는데, 청소년은 어떠어떠해야 하는데" 같은 청소년에 대한 고정관념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처럼 왜곡된 인식은, "애들이라고 봐주고 있다, 처벌도 제대로 안 받는다"라며 청소년 집단을 혐오하는 또 다른 왜곡을 낳는다. 청소년 범죄를 과장해서 문제시하고 청소년 범죄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퍼뜨리면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무엇이 문제인지는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서 그저 낙인찍기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참정권을 바라면 소년법 폐지하라고?

참정권을 비롯하여 청소년 인권을 주장할 때 돌아오는 '그럴 거면 소년법도 폐지하라'라는 말은, 소년법을 폐지하고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해 주자는 진지한 주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 사람들이 청소년의 범죄가 비청소년과 똑같이 처벌되고 청소년이 참정권도 가지는 그런 사회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는 마치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했더니 '그럴 거면 여자도 군대 가라'라고 하는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청소년이 일종의 사회적 특혜를 받고 있는 집단이기에 그들의 권리 요구는 적반하장이라는, 소수자에 대한 일종의 혐오 감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또한 참정권 등 인권이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타당하지 않다. 과거에는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라는 이유로 재산이 있는 자에게만 참정권이 허용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사회에서 참정권은 재산에 따라 차등해서 주자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 권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천부인권'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인권은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갖는 권리', 즉 아무런 대가 없이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소년 인권을 요구하면 꼭 인권이 책임과 의무의 대가라는 식으로 이야기되곤 한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그러므로 일단 의무를 다하라"는 말은 전통적으로 인권을 억압하는 논리로 활용되어 왔다. 지금 청소년인권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가 그 동안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던, 오히려 박탈하고 있었던 청소년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인권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책임과 의무'를 운운하는 것은, 비청소년 중심 사회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기본권을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참정권을 보장하려면 소년법부터 폐지하라"라는 식의 청소년인권을 부정하는 논리의 또다른 오류는 두 가지 문제가 서로 다른 주제인데도 마치 양자택일의 문제인 것처럼 접근하는 것이다.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하는 문제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더 확장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청소년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며, 청소년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여러 사회 문제 및 정책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로서, 이 사회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핵심이다.

한편 '소년법' 등을 비롯하여 청소년 범죄에 대한 대응 문제는 어떻게 사회 전체의 범죄를 줄이고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것인가 하는 논의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소년법'에 대한 논의를 할 때에는 소년범을 어떻게 대하고 청소년들이 일으키는 범죄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 때에도 적절한 처벌의 정도는 범죄/가해에 대한 책임의 범위나 효과를 고려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청소년이라는 집단 전체의 의무로 논의될 일도 아닐뿐더러, 그 대가로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 아니다 하는 식의 이야기로 접근할 일은 더욱 아니다. 그렇기에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하려면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말이 되지 않는다.

'소년법', 문제는 있지만

만약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면, 주목받지 않는 현행 '소년법'의 다른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소년법'에 따른 보호 처분이 실효성이 있는지, 재범 방지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따져보고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우범소년'의 정의와 그들을 처벌 대상으로 보는 조항들이 있다. '소년법'에서는 소년보호사건의 대상자가 되는 '우범소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벽이 있는 자,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는 자 등". 남에게 해를 입히거나 형사적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닌 청소년조차도 '보호 처분'이란 이름으로 사실상의 처벌을 받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청소년 범죄를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데에는 열을 올리지만, 이처럼 모호한 조항으로 함부로 청소년들을 범죄 집단화하는 법의 문제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참 모순적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실컷 말하지만 정작 '아이들'을 존중하며 함께 사는 방법은 익히지 못한, 청소년인권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청소년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으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다양한 오해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권리를 누리고 주장할 자격이 없다는 인식까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소수자 집단의 인권 보장의 정당성은, 형사 제도가 그 집단에게 얼마나 더 가혹한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특권을 누리는데 거기다 인권 보장까지 요구하는 '특권층 청소년' 같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청소년인권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요즘 애들 범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도 안 받던데…" 하는 생각부터 든다면, 당신의 편견을 먼저 돌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용어 설명>

소년법: 소년법은 범죄 행위를 한 소년(대한민국: 만 19세 미만의 사람)의 형사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 특별법으로, 소년범과 우범소년에 대한 형사 처벌의 특례와 보호 처분 등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촉법소년: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으로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 곧, 형사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범죄 행위를 하였으면서도 형법상 형벌이 과해지지 않는 소년을 말하며, 보호 처분을 원칙으로 한다.

형사 책임 연령: 죄를 범한 것에 대한 형사상의 책임을 지도록 정한 나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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