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48)이 '최규선 게이트'의 핵심 고리로 연일 거론되고 있다.
지난 해 2월 체육복표 '스포츠토토'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타이거풀스가 선정되도록 홍걸씨와 함께 힘을 써주고 그 대가로 10억원을 받아 나눠 가졌으며, 강남 C병원의 비리 혐의를 덮어주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동교동계 실세인 권노갑 전 고문과의 관계 및 '최규선 게이트'에서의 권 전 고문의 역할도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희완 전 부시장의 두가지 비리 의혹**
김희완 전 정무부시장의 비리 의혹이 드러난 것은 지난달 28일 최규선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최씨의 전 운전기사 천호영씨가 경실련 홈페이지에 '최규선의 비리'라는 글을 실으면서이다.
이 글에서 적시된 김 전 정무부시장의 비리 의혹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타이거풀스의 체육복표 낙찰 로비 의혹이다.
"한국전자복권과 타이거풀스간에 2002년 월드컵 복권 경합중에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를 뒷배경으로 타이거풀스에 낙찰을 시켰다. 그 대가로 타이거풀스 주식을 배당받고 김홍걸씨 몫은 박X, 김XX, 유XX이라는 세 사람 앞으로 분배해 놓고, 최규선이는 문XX 당시 미래도시환경직원, 김희완 전 정무부시장은 주XX 당시 운전기사 앞으로 주식을 각자 배당받아 차명으로 관리했다.
그 당시 르네상스 호텔에서 타이거풀스 사장 송재빈씨로부터 10억짜리 수표를 건네받는 것을 그 당시 최규선의 운전기사 곽XX와 본인 천호영이 직접 목격했다. 그 돈은 아마 김희완 전 정무부시장과 최규선이 분배한 걸로 알고 있다. 김희완 전 정무부시장과 타이거풀스 송재빈씨와의 관계는 자주 만남을 갖고 두터운 사이로 알고 있다."
다른 하나는 강남의 유명한 산부인과 종합병원인 C병원의 비리 은폐 의혹이다.
"2001년 여름경이었다. 그 당시 의약분업 당시 서울경찰청 특수수사대에서 의약분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규선은 김희완 전 부시장에게 부탁을 받아서 서울 C병원 형제들(의사가족)에게 비리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건네받았고 C바이오텍 주식도 양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김희완씨 비리의혹을 더욱 증폭시킨 것은 12일밤 강남 모호텔 객실에서 김씨를 비롯한 최규선, 최성규 등 천호영씨 폭로문에서 이름이 거론된 6명이 모여 가진 비밀 대책회의였다. 이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최성규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은 대책회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14일 오전 홍콩으로 도피했고, 나머지 인사들도 잠적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 억지 변명**
김희완 전 정무부시장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15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리 혐의를 전면부인했다.
그는 우선 타이거풀스로부터의 10억원 수뢰 혐의에 대해 "타이거풀스에 친한 후배들이 있어 외자유치 관계 일을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길래, 권노갑 전 고문을 도와주다가 알게된 최규선씨를 소개해주었을 뿐"이라며 "10억원짜리 수표는 구경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타이거풀스로부터 주식을 받아 주XX 운전기사 앞으로 차명관리한 대목과 관련해서도 "내 밑에서 일했던 운전기사 누나가 주식을 싸게 사고 싶다고 하길래 최규선씨를 소개해줬을 뿐,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12일밤 대책회의 참석 여부와 관련해서는 "회의가 열렸다고 하는 호텔에 개인적인 일로 오후에 잠깐 들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김 전 부시장의 해명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속속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제의 최규선 미래도시환경 대표는 처음에 10억원 수뢰 혐의 사실을 극구 부인하다가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사실로 드러나자, 10억원은 타이거풀스의 외자유치를 도와주고 모컨설팅 업체로부터 받은 정당한 대가라고 말을 바꾸었다. 김희완 전 부시장의 주장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모 컨설팅 업체측이 15일 "절대로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부인함으로써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 전 부시장이 "운전기사 누나가 주식을 싸게 사고 싶다고 해 최규선씨를 소개해줬다"고 한 주장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해명이다. 김 전 부시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그는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걸린 주식 매입을 운전기사 누나가 부탁한다고 해줄 산타클로스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이밖에 C병원 비리 은폐에도 김 전 부시장은 깊게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병원의 오너인 모의사와 김 전부시장이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불임환자 시술로 유명한 C병원은 산부인과 분야에서는 국내랭킹 1,2위를 다투는 유명한 대형병원이다. 강남의 C병원외에 전국에 십여개의 네트워크 병원을 갖고 있으며 대학도 보유하고 있다.
C병원은 그러나 지난해 여름 약품을 납품받는 과정에 리베이트를 받아온 비리 혐의가 포착됐는데, 이를 김 전 부시장이 덮어주는 대가로 최규선씨등과 함께 C병원으로부터 돈과 C병원 자회사의 주식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이미 이들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만큼 금명간 진실이 드러날 전망이다.
***한때는 3당합당을 반대했던 뚝심있는 정치인이었다**
김희완 전 부시장은 정치인 출신이다. 관운이 뒤따르지 않은 탓인지 비록 한번도 금뱃지를 달지는 못했으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기백이 당당했던 골수 야당정치인이었다.
경기 이천 출생인 그는 서울 중동고와 연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했다. 한때 중앙일보에서 재직했던 김희완씨는 85년 신문사 선배인 홍사덕 의원 밑으로 들어가 정계에 진출했다. 그후 신민당 이민우 총재 공보비서로 일하다가 87년 이 총재가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김영삼 전대통령의 캠프에 합류해 연설문 작성 등 공보업무를 맡았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하버드대학 출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히 그의 존재는 빛났다.
그러나 90년 3당 합당 당시 "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합당에 반대하면서 YS와 연을 끊었다. 당시 3당 합당이란 배고픈 야당정치인들에게 한 번 눈만 질끈 감으면 '젖과 꿀이 약속된 유토피아'였다. YS는 합당에 합류하는 야당정치인들에게 노태우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수백억원의 정치자금과 자리를 나눠주었다. 그러나 김희완은 당당히 합당을 거부했다.
그후 그는 야당인 국민회의에 입당해 14, 15대 총선에 도전했으나 잇따라 낙선의 쓴 잔을 들이켜야 했다. 그러던 중 국민회의 후보인 조순 서울시장 출마자의 선거본부 기획단장을 맡으면서 선거에 이겨, 그 공으로 지난 96년말 서울시 정무 부시장이 됐다. 고진감래였다.
***권노갑과의 조우, 그리고 '비즈니스'의 시작**
그러나 98년 6월 정무부시장에서 중도하차하면서 이때부터 방랑이 시작됐다. 국민회의의 주류가 못됐던 그는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희망했으나 공천에서 밀려났다. 이에 그는 99년 서울 송파갑 재선때 자민련으로 자리를 옮겨 공천을 얻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맞붙기도 했다.
그후 그는 자신의 첫 정치 보스였던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의 권유로 2000년 2월12일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그는 과거의 적이었던 이 총재에게 "보궐선거 과정에서 이 총재의 원칙주의와 인간미를 알게 돼 입당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전국구 순번에서 당선권 밖으로 밀리자 한나라당을 떠났다.
김희완씨는 그후 2000년 6월경 동교동계의 대부인 권노갑 민주당고문의 핵심 참모로 들어갔다. 여기서 그는 문제의 최규선 도시미래환경 대표와 조우했다. 최규선씨 역시 그 무렵 권 고문의 비서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정권인수팀에서도 일하고도 청와대 입성에 실패했던 최규선은 99년 일본에 건너가 있던 권 고문을 직접 찾아가 고개를 숙였고, 그후 권 고문 캠프에 합류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기투합한 김희완과 최규선 두 사람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뒤에는 여권 실세인 권 고문의 후광이 있었고, 게다가 최씨가 김대통령 3남인 김홍걸씨까지 끌어들였으니 비즈니스를 하기에 더없이 좋았을 것이다.
아직까지 권 고문이 이들의 비즈니스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규선씨의 전 운전기사 천호영씨가 지난 8일 공개한 최씨와 손 회장간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권노갑씨 사위'라는 예기치 못한 단어가 튀어나온다. 또한 여기에는 아태재단 비리 연루 혐의로 검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김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의 동기동창 김성환씨 이름도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의 진행여부에 따라, 이번 최규선 비리가 대통령 3남 김홍걸씨뿐 아니라, 차남 김홍업과 동교동 실세 권노갑 전 고문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문제의 김희완씨는 서울시 부시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인 지난 99년 2월 <전직 대통령이 죽는 날 우리도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라는 에세이집을 냈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이 예외없이 비리 의혹으로 초라한 말년을 보내는 대목을 안타까와 하며 쓴 책이다.
그러던 그 자신이 이번에는 대통령 아들과 관련된 부정비리 의혹에 휘말려 들었다. 역사의 무서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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