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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하는 청와대의 '위인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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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하는 청와대의 '위인설관'

공식 시스템 무기력화, 정권위기 자인하는 꼴

김대중 정부의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지나치다.

청와대는 15일 하나의 특보 자리를 없애고, 그 대신 또하나의 특보 자리를 만들었다. 정책특보였던 박지원씨를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하면서 정책특보 자리를 없애는 대신에, 이기호 전 경제수석을 신설된 경제·복지·노동 특보에 임명한 것이다.

***위인설관, 민간기업은 상상도 못하는 시스템 파괴행위**

이번 인사를 지켜보는 청와대 비서실이나 공무원 사회의 대체적 반응은 한마디로 "뒷맛이 씁쓸하다"이다. 비서실의 공적 시스템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특보 제도가 남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김대통령은 이기호 전 경제수석을 경제복지노동 특보에 임명했다. 지난해말 이 전 수석이 김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의 보물선 주가조작 의혹에 휘말려 낙마한 대목을 김 대통령이 평소 안쓰럽게 생각해 왔기 때문에 특별히 배려한 조치가 아니겠느냐는 게 청와대 주변의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정치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요컨대 지난주 초까지는 이기호 전 수석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취임이 유력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예기치 못하게 입원하면서 친정체제 강화 차원에서 박지원 정책특보를 비서실장으로 중용하려다 보니 전윤철 비서실장이 부총리로 옮겨가야 했고, 그러다 보니 이 전 수석의 자리가 졸지에 없어지면서 경제복지노동 특보라는 땜방식 위인설관이 불가피했다는 해석이다.

배경이야 어찌됐든 간에 경제복지노동 특보라는 자리가 만들어지면서 두명의 수석비서들 입장이 곤혹스러워졌다. 한덕수 경제수석과 김상남 복지노동수석이 그들이다. 두 사람 모두 지난 1월29일 개각때 현재의 수석자리를 맡았다. 그런데 채 석달도 안 돼 '상전 아닌 상전'을 모시게 된 셈이니 입맛이 씁쓸할 밖에.

민간기업 같으면 이같은 인사는 현역 두 사람 보고 나가라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공식 시스템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여기에다가 전임 수석을 특보로 임명한다는 것은 현임자들에 대한 인사권자의 명백한 불신임 표시이기 때문이다.

***권력위기를 스스로 자인하는 꼴**

청와대의 이같은 땜방식 인사는 지난 1월19일 개각때도 상당한 물의를 일으켰었다.

1.19 개각때 가장 큰 피해자는 김진표 당시 재경부차관이었다. 김 차관은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자신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았었다 한다. 그러나 발표 예정시간을 앞두고 전윤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막판에 급작스레 인사 초안을 만지면서 졸지에 정책기획수석으로 밀려났다. 게다가 장관급 정책담당 특보라는 자리까지 신설돼 박지원씨가 '상전 아닌 상전'으로 왔다.

당시 인사를 지켜본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공약 정도나 점검하는 정책기획수석 자리라면 김진표 차관이 차라리 외청장 자리를 희망하지, 그 자리를 수락할 리 만무했다"며 "해도 너무하는 인사였다"고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청와대에는 이번에 신설된 경제복지노동 특보라는 자리 외에 임동원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존재하고 있다. 임 특보는 임성준 외교안보수석을 제치고 대통령 특사로서 평양 등을 방문하고 왔다. 임 특보가 아태재단 재직시절부터 일관되게 남북화해를 위해 애써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가는 대목이 있기도 하나, 이 또한 공식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각도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못한 시스템이라 하겠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후 4대부문 개혁을 주창하며 '작고 강한 정부'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어인 일인지 정권 말기로 갈수록 위인설관이 계속 목격되고 있다. 위인설관은 한마디로 말해 공적 시스템의 마비를 의미한다. 때문에 위인설관이 잦다는 것은 스스로 현 시스템이 위기에 처했음을 자인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아무리 정권 말기라 할지라도 위인설관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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