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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기호가 이형택에게 꼼짝 못한 이유는?

이형택,수시로 청와대 들락거려

이기호 경제수석(57)까지 마침내 스캔들에 휘말려 들었다.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의 부탁으로 이형택과 국가정보원을 연결시켜준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반나절 사이에 왜 말을 바꿨나**

이기호 경제수석은 25일 밤 급작스레 기자회견을 자청, "99년 12월초 이형택씨가 청와대 사무실로 찾아와 '보물이 매장돼 있는 정보가 있는데 이를 알아볼 길이 없겠느냐'고 문의해와 엄익준 당시 국정원 2차장을 찾아가 물어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음날 엄차장에게 전화해 이씨가 이런 정보를 갖고 갈 것이니 정보를 확인해 보라고 했다"며 "엄차장으로부터 2000년 1월말이나 2월초 '정보를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어서 이씨에게 연락해줬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수석은 이밖에 "이씨와는 전에도 한두번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수석은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보물선과 관련해 이씨를 만난 적도 없고 엄익준 국정원 전차장도 잘 모른다"고 주장했었다. 석연치 않은 말바꾸기이다.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중인 차정일 특검팀은 금명간 이수석을 소환해 이수석 주장의 진위 여부 및 이형택 비리와의 연관성을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희호여사가 연결고리?**

이기호 수석의 연루는 예기치 못한 상황 전개이자, 미스테리다.

이수석은 김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체를 통틀어 최장수를 누리는 경제수석이다. 99년 5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2년 8개월이나 지근거리에서 김대중대통령을 보필하고 있다.

어쩌면 금명간 단행될 개각때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승진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던 잘 나가던 인사다. 지난해초 미국에서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취임할 때에는 김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수석은 그동안 입조심을 잘 못해 몇차례 낙마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한 예로 그는 2000년말 신용금고 업계 전반이 위기감에 휩싸여 있을 때 "신용금고 사고가 한두 곳 더 있을 것"이라고 말해 걷잡을 수 없는 인출사태를 불러왔다. 당시 당국이 서둘러 나서 신용공황 발발을 간신히 막았으나, 여론은 이수석을 경질하라는 쪽으로 비등했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그 책임을 묻지 않고 계속 그를 주위에 두었다.
그만큼 김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막강한 자리에 있는 이수석이 어떻게 까마득한 하부 조직인 예금보험공사의 전무 부탁을 듣고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국정원에까지 민원을 할 수가 있을지,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속된 표현으로 이형택이 김대통령의 처조카이기 때문에 이수석이 '알아서 긴 것'인가?

그러나 권력 내부 메커니즘에 밝은 이들의 해석은 다르다.
이기호 수석과 이형택 사이의 '공통분모'는 김대통령이라기보다는 영부인 이희호여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왜 뜬금없이 이희호여사인가?

***이형택 수시로 청와대 들락거려**

우선, 이형택은 이희호여사 오라버니의 아들로, 때때로 이여사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예로 동화은행이 퇴출되기 전날인 지난 98년 6월26일 이형택 당시 동화은행 이사는 청와대로 이여사를 방문, 퇴출은행 명단에서 동화은행이 빠지도록 로비를 펼친 사실이 있다.
그는 이여사 면담후 동화은행으로 돌아와 이재진 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아무런 걱정 말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이여사의 확실한 언질을 받았다는 게 당시 이형택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 동화은행이 퇴출돼 이씨의 로비는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동화은행 퇴출은 국제통화기금(IMF) 공식용역을 받은 미국 맥킨지사의 은행실사 결과를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이 받아들여 끝까지 이를 관철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형택은 그후에도 청와대를 여러 차례 들락거린 것으로 알려진다.
이기호수석도 25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이형택은 보물선 로비 직전에도 이수석과 최소한 '한두 번' 만난 적이 있다. 말이 한두 번이지, 그보다 많았으리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예보 전무는 청와대에 수시로 들락거릴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자리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그가 청와대 등지에서 경제 최고책임자중 하나인 경제수석과 수시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형택 뒤에 고모인 이희호 여사의 후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같은 관측은 그가 99년 1월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됐을 때도 금융계에 파다했다.
그는 퇴출은행의 임원이었다. 반면에 예금보험공사는 퇴출 금융기관 등 부실 금융기관 전체를 총괄하던 기구였다. 퇴출은행의 임원이 예보 전무가 된다는 것은 당시의 삼엄한 분위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단히 이례적 사건이었고, 일각에서는 이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역시 그의 뒤에 이여사의 후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금융계의 정설이었다.

그 다음, 이기호 수석에 대한 이여사의 신임도 대단히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수석은 그를 접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듯 윗사람에게 대단히 깍듯한 스타일이다.
이수석은 당연히 이여사에게도 대단히 깍듯했으며, 그 결과 그에 대한 이여사의 신임은 남달랐다고 주변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요컨대 이같은 관계를 볼 때, 이수석과 이형택의 공통분모는 김대통령이 아닌 이희호여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소식통들의 조심스런 분석이다.

***청와대내 광주일고 인맥 떼초상 위기**

이기호 수석이 과연 이번 사건에 어느 정도 연루됐는지는 특검 조사를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나라의 경제수석이 국정원에 전화를 걸어, 이형택이라는 개인의 민원을 부탁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수석은 더이상 수석 자리에 남아있기 힘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보다 본질적 문제는 이수석과 이형택 사이의 공통분모가 이희호 여사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세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번 사태가 김대통령의 친인척 관리 차원을 넘어서는 선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를 요구해 앞날이 결코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보다 근원적 뿌리를 '지역편중 인사'에서 찾고 있기도 한다.
그런 대표적 예가 이기호 경제수석과 신광옥 전 민정수석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가 광주일고 동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재 신 전수석은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뇌물수수 혐의로 옥중에 있다. 이기호 수석도 낙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예방해야 할 민정수석과, 각종 경제현안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경제수석이 특정 지역 선후배 사이였다는 사실은 앞으로 진행될 각종 게이트 수사상황을 보는 데 있어 중요한 포인트중 하나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만약 지역편중 인사가 없었다면 과연 친인척 비리가 가능했을까. 아마도 사태가 이 정도까지 발전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으리라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위정자들이 곱씹어보아야 할 대목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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