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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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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우려

DJ 건강, 정경유착 의혹 등에 주식 투매

외국계 투자가들이 연일 주식을 내다 팔며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0일까지 1조5천억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했다. 특히 10일에는 올 들어 가장 많은 3천2백88억원어치나 팔았다. 앞으로 추세를 점치기란 쉽지 않으나, 앞으로 상당기간 외국계가 순매수로 돌아서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증권가의 지배적 관측으로 힘을 얻어가고 있다.

지금 국내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외국계 '팔자' 공세의 원인을 분석하기에 분주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세를 이루던 분석은 '외국계의 차익실현' 설이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A급으로 상향조정될 것을 예감한 외국계가 지난해말부터 연초까지 한국주식을 대량매수해 큰 차익을 거두는 데 성공했고, 지난달 28일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발표가 나온 것을 분기점으로 한국주가가 적정수준까지 올랐다고 판단해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다른 하나는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나온 '대만, 일본으로의 쉬프트(shift; 이동)' 설이다. 피데스의 송상종 대표는 11일 "우리나라 증시는 지난해말부터 다른 시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다"며 "최근 들어 외국계가 우리나라에서 이익을 실현한 뒤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대만, 일본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 건강에 비상한 관심**

그러나 이런 분석들과 맥을 달리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정치변수'가 작동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이런 분석은 10일 외국계의 투매에 가까운 주식 매도가 진행되면서 급속히 힘을 얻어가고 있다. 10일 외국계는 3천2백여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주가를 32포인트나 끌어내렸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이날 오후 순매수로 맞서지 않았다면 40~50포인트는 족히 빠졌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언이다. 이날 우리나라 증시의 낙폭은 전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컸다. 왜?

그 의문에 대한 답은 10일 외국계가 보인 관심사가 무엇인가에서 찾아야 할 듯 싶다.

이날 외국계 투자가들이 최대 관심사는 김대중 대통령의 건강이었다. 이날 오전 청와대가 김 대통령의 입원 소식을 공식발표하면서 외국계는 투매에 가까운 매도세를 보였다. 외국계들은 친분이 있는 언론계 인사들에게 김 대통령의 건강이 어느 정도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계 대형펀드의 매니저는 "청와대 발표대로 2, 3일 쉬면 정상집무에 지장이 없다면 더없이 다행스런 일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여간 걱정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속내를 토로했다. 그는 "국내 평가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외국 투자가들은 김 대통령의 시장주의 경제정책을 신뢰하고 있으며,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남북긴장이 완화되면서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국가위험도)가 낮아진 대목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워낙 고령인 김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돼 정상집무에 차질이 생긴다면 향후 한국의 경제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를 예측하기 힘들고, 남북 및 북미 관계 또한 예측불허의 상태에 빠지게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외국 투자가들은 김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권주자들의 향후 경제정책 방향이 불투명한 대목 역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주요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권주자들은 경제정책 노선 분명히 하고, 정경유착 의혹 규명해야**

외국계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이들은 아무리 단기수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라도 투명성과 확실성에 의문이 생기면 즉각 주식을 내다판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강원랜드 주식에 대한 매도 공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계는 카지노기업인 강원랜드의 주식을 더없이 선호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의 대기업일뿐 아니라, 수익률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계는 올 들어 강원랜드 주식이 계속 올랐지만 쉼없이 주식을 매입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 29일 검찰이 강원랜드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검찰의 수색은 한 신문이 강원랜드 내부자료에 기초해 1천억원대 자금이 여권실세들에게 정치자금으로 빠져나갔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었다.

강원랜드는 공시를 통해 이 신문의 보도를 정면부인하고 이 신문사를 고소하기까지 했으나, 외국계는 차갑게 외면했다.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면 명쾌해지겠으나 그때까지는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부터 현재까지 외국계는 하루도 쉬지않고 강원랜드 주식을 계속해 내다팔고 있다. 외국계가 얼마나 불확실성, 불투명성을 싫어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이다.

한 외국계 펀드매니저는 "한국의 정권교체기가 돌아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증시 시가총액의 36%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가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시켜주지 않으면 앞으로 상당기간 한국증시는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선 차기 대선주자들이 앞으로 어떤 경제정책을 펼쳐나갈 것인가를 분명히 밝혀야 하고, 이와 동시에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각종 정경유착 의혹을 진상을 신속하고도 명쾌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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