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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 가득! 제주 서남부의 따뜻한 풍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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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봄기운 가득! 제주 서남부의 따뜻한 풍광 속으로

2019년 3월 오름학교 <제주 서남부의 오름들>

*3월 오름학교는 3월 22(금)-23(토)일, 1박2일로 열립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오름학교 이승태 교장선생님의 얘기입니다.

만물이 살아나는 봄, 아름다운 3월입니다. 제주도 서남부는 특히 봄기운 가득하고 따뜻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이곳 오름들은 저마다 명성이 자자한 유명 오름이면서도 이곳이 일제가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일본 본토로 향하는 미군을 상대로 결사항쟁지로 삼은 지역이어서 그 침략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특별히 2019년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일제의 총칼 앞에 맨손으로 일어나 스스로 나라의 주인임을 만천하에 천명한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은 우리 현대사의 고비마다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1919년부터 시작된 저항의 100년사는 우리의 오늘을 만들었고, 우리 모두에게 현재에 대한 아프지만 정직한 성찰을 통해 향후 대한민국의 100년을 지혜롭게 준비하라는 거룩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군산 정상에서 본 제주 서부 풍광. 맞은 편 봉우리에 가린 야트막한 산이 ᄃᆞ래오름(월라봉)이고, 그 너머로 산방산과 송악산, 형제섬, 모슬봉도 보인다.Ⓒ이승태

나라를 잃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식민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또 어떤 것일까요? 그 길고 긴 암흑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우리 선조들이 느끼고 견뎠을 아픔과 떨림, 몸부림, 절망감의 깊이가 어땠을지 감히 짐작도 못하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알지 못할 상황일 테지만 결코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일제의 만행은 이 땅에 생채기처럼 수없이, 차곡차곡 새겨져 있습니다.

이번 오름학교 제9강 트레킹에서는 풍광이 아름다워 새봄에 딱 걷기 좋은 오름이면서도 일제 만행의 생생한 현장이 남아있는 곳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월라봉과 안덕계곡지질트레일, 군산, 송악산, 섯알오름, 알뜨르비행장 등을 답사지로 골랐습니다.

▲월라봉 정상의 전망대Ⓒ이승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의 3월, 제9강은 <제주 서남부 오름들-월라봉, 안덕계곡지질트레일, 군산, 송악산, 섯알오름, 알뜨르비행장>으로 준비합니다.

2017년 11월 개교한 오름학교는 제1강 <애월의 오름>, 제2강 <안덕의 오름>, 제3강 <표선의 오름1>, 제4강 <제주서부 중산간오름>, 제5강 <곶자왈 특집>, 제6강 <초지능선오름>특집, 제7강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 제8강 <제주 서부오름 소병악과 대병악, 비양도의 비양봉과 제주의 특별한 건축물 기행>에 이어 2019년 3월 22(금)-23(토)일, 제9강은 <제주 서남부 오름들-월라봉, 안덕계곡지질트레일, 군산, 송악산, 섯알오름, 알뜨르비행장>으로 향합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들국화가 흐드러진 제2동굴. 콘크리트로 입구를 보강해 견고하다.Ⓒ이승태

2019년 3월, <제주 서남부 오름들-월라봉, 안덕계곡지질트레일, 군산, 송악산, 섯알오름, 알뜨르비행장>을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제9강 / 3월 22일
ᄃᆞ래오름[월라봉]과 안덕계곡, 그리고 군산

ᄃᆞ래오름[월라봉]

이름이 생소하시죠?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의 군산과 산방산 사이에 언덕처럼 자리한 오름입니다. 명승으로 꼽히는 안덕계곡을 기슭에 거느린 201m의 이 오름은 ‘월라봉(月羅峰)’으로 알려져 있죠. 이 오름을 옛날 사람들은 ‘ᄃᆞ래오름’이라 불렀답니다. ‘ᄃᆞ래’란 우리나라 산중에서 나는 덩굴나무의 열매인 ‘다래’나 하늘에 뜬 ‘달’ 또는 ‘達(달)’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오름나그네>의 저자 김종철 선생은 이 중 ‘達(달)’이 가장 유력하다고 했습니다. ‘높다’ 또는 ‘산’이라는 뜻을 가진 고구려어에 뿌리를 둔 말이라죠. 그러니까 ‘ᄃᆞ래오름’은 높은오름이라고 해석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름처럼 눈길을 끌만한 높이가 못됩니다. 단순한 외형에 따른 이름이라기보다 일대 주민들에게 평범하지 않은 의미를 지닌 오름이어서 붙은 것이라 여겨집니다.

ᄃᆞ래오름, 그러니까 월라봉은 제주올레 9코스를 걷다가 만나는 해안절벽을 품고 있습니다. 월라봉의 끝이 이 해안절벽인 셈이죠. 절벽 위쪽엔 ‘박수기정’이라는 드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는데, 고려 때 여기서 말을 키워 원나라로 보냈다는군요. ‘박수기정’이란 말은 ‘박수’와 ‘기정’의 합성어인데, 박수는 ‘바가지로 떠 마시는 샘물’이고, 기정은 ‘벼랑’의 제주방언이니 합해보면 ‘바가지로 떠 마실 수 있는 샘물이 솟는 높은 절벽’쯤의 뜻이 됩니다.

월라봉을 품은 감산리(柑山里)는 고려 때 감귤을 재배하기 시작하며 붙은 이름입니다. 제주에서 감귤 재배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라는군요. 월라봉 주변에서 많은 귤밭을 만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 같습니다.

▲월라봉 동굴진지 내부에서 본 풍광. 벽에 붙어 자란 양치식물로 인해 식물원에 들어온 느낌이다.Ⓒ이승태

작고 한적한 오름에 뚫린 7개의 동굴
월라봉은 두 코스를 이용해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제주올레 9코스(대평-화순올레)가 월라봉을 감싸며 지나기에 올레를 걸으며 오름을 탐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대평포구에서 화순항까지 긴 길을 걸어야 합니다. 짧게 월라봉만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화순항에서 화순삼거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오른쪽으로 오름이정표가 보입니다. 이 길 따라 300m쯤 간 곳에서 안덕계곡 위에 걸린 ‘개끄리민교’를 건넙니다. 곧 민가 한 채가 보이고, 민가 뒤에 월라봉 등산 안내도가 서 있고, 여기서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됩니다.

목재데크가 깔린 완만한 경사의 탐방로를 따라 오르면 칡이 뒤덮은 넓은 숲을 지나 묵밭을 만납니다. 여기서 데크가 끝나며 산길이 시작됩니다. 산길은 다시 흙길 구간과 천연매트가 깔린 곳, 목재데크·목재계단 구간이 뒤섞이며 이어집니다. 대체로 큰 힘 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습니다. 산길로 접어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을 만납니다. 양쪽 어느 방향으로 가도 좋습니다. 길이 정상부를 길쭉하게 한 바퀴 도는 원형 탐방로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오른쪽을 추천합니다.

▲월라봉 남쪽은 수십 미터의 해안절벽을 이루고 있다. 그 위는 말을 키우던 초지대인 박수기정이 있다.Ⓒ이승태

월라봉엔 두 개의 말굽형 분화구가 있습니다. 북동쪽 군산 방향으로 트인 분화구가 크고, 남서쪽으로도 우묵하게 벌어진 굼부리를 가졌습니다. 정상부에서 북동쪽 분화구는 조망이 막히고 길도 없습니다. 그러나 탐방로 곳곳에서 바다와 어우러진 화순과 산방산, 송악산 조망은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습니다. 조망이 좋은 곳마다 전망대와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쉬어가기도 좋죠.

이렇듯 남쪽바다를 훤히 살필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일제강점기 말,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에서 밀리던 일제는 월라봉을 요새로 만들었습니다. 1945년, 일제는 ‘결7호작전’이라는 군사작전을 펼쳐 제주도를 결사항전의 보루로 삼습니다. 미군이 상륙할 가능성이 높은 곳에 견고한 방어기지를 구축하려고 제주도 남쪽의 오름과 해안 절벽을 따라 수없는 포대와 토치카, 벙커를 설치합니다.

이 작전에서 월라봉은 더없이 중요한 곳이었나 봅니다. 봉우리 북서쪽 상단부를 따라 7개의 동굴을 뚫었으니까요. 이 중 주진지 동굴은 관통형으로, 폭과 높이가 4m에 길이도 80m나 됩니다. 출구를 여러 방향으로 만들어서 유사시 대피할 수 있게 한 것은 여느 오름의 진지동굴과 흡사합니다. 내부의 연기를 배출하고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해 경사면과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놓기도 했습니다. 정상에서 이 배출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오름의 동굴 입구가 아무런 보강시설이 없는 것에 비해 이곳의 동굴은 입구를 콘크리트로 튼튼히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이곳이 중요했다는 방증일 테죠.

그 사이 무심코 지난 듯한 시간이 상처를 뒤덮으려는 걸까요? 전쟁광들이 드나들던 동굴 입구엔 감국이 흐드러지고, 어떤 곳은 천장이 무너져 그 사이로 녹나무가 자라기도 합니다. 또 다른 동굴 벽엔 수없이 많은 양치식물이 뒤덮어 식물원에 온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동굴 입구는 화순과 어우러진 산방산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풍광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절로 ‘전쟁과 평화’를 생각하게 하더군요. 제주 서부지역 일대의 전쟁유적지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월라봉 진지동굴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생생히 들려주고 있는 현장입니다.

▲안덕계곡, 곡류가 급하게 꺾이는 곳. 드라마 <구가의 서>가 촬영된 곳이다.Ⓒ이승태

안덕계곡, 신비로 가득한 제주의 명승
월라봉 입구, 그러니까 개끄리민교 아래로 안덕계곡이 지납니다.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된 ‘안덕계곡상록수림지대’를 품고 있는 안덕계곡은 한라산의 한대오름(914m) 일대에서 시작되어 안덕면 구석구석을 두루 지나 대평과 화순 사이 바다로 흘러듭니다. 건천이 대부분인 제주에서 늘 물이 흐르는 곳으로,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꼽힙니다. 예로부터 명승으로 소문이 자자해 대정으로 유배 왔던 추사 김정희도 자주 찾던 곳이죠. 전체 길이의 절반이 5~10m 깊이의 수직절벽을 이루며, 하류쪽에선 40~50m에 달하는 절벽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보통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안덕계곡’은 일주서로의 안덕계곡삼거리 아래에 있습니다. 드라마 <구가의 서>와 <추노>의 촬영지기도 합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난대림이 무성한 계곡은 예전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던 곳입니다. 개끄리민교 일대의 안덕계곡은 관광지인 ‘안덕계곡’보다 훨씬 아래쪽입니다. 바다를 만나기 직전쯤이죠. 월라봉의 서쪽을 휘감고 지나는 곳으로, 계곡의 절벽은 관광지인 ‘안덕계곡’보다 훨씬 높고 폭도 넓습니다. 바닥은 온통 암반을 이루고, 절벽을 따라 울창한 상록활엽수림이 발달해 있어서 사철 언제라도 푸른 풍광을 보여줍니다. 후박나무와 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조록나무, 붉가시나무, 참식나무와 희귀식물인 담팔수와 솔잎란, 지네발란 같은 멸종위기식물도 여럿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양 옆 벼랑을 따라 늘푸른나무가 숲을 이룬 계곡Ⓒ이승태

개끄리민교에서 상류쪽으로 200m쯤 간 곳에서 ‘산방산·용머리해안지질트레일 B코스’를 만납니다. 이 길 따라 상류로 500m 정도 목재데크가 깔린 탐방로가 이어집니다. 기암괴석으로 가득한 계곡이 적나라하게 보이는가 하면 머리 위로 주상절리가 펼쳐지기도 하죠. 때로 숲이 울창해 밀림 속을 걷는 기분도 납니다. 이리도 싱그럽고 깊은 계곡에 탐방로를 마련한 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픈 곳입니다. 길이 짧지만 감흥과 감동은 계곡만큼이나 깊고 진한 곳입니다. 양쪽 끝에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고요. 계곡 탐방로엔 상록수가 너무도 많아서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마냥 즐거운 길입니다.

군메오름[군산], 제주 남서 최고의 조망 명산
제주 남서쪽 바닷가에 솟은 군산(334.5m)은 제주 해안에 솟은 오름 중에서는 산방산(395m) 다음으로 높습니다. 오름 자체의 높이만 해도 280m여서 바닷가에 성채처럼 우뚝 솟았습니다. 산방산이 워낙 독보적인 자태와 덩치를 지녀서 이웃한 이곳 군산이 관심에서 밀린 느낌이지만, 출입이 금지된 산방산에 비해 탐방로가 나 있는 군산은 제주 남쪽의 풍광을 조망하기에 최고의 명당입니다.

▲군산 구시물 앞 풍광. 서귀포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이승태

‘군산’은 군용 천막을 쳐놓은 것 같아서 붙은 이름이라 알려지기도 했는데, 남녘의 대평에서 보면 딱 그 모양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름나그네>의 저자 김종철 선생은 ‘쓸데없는’ ‘가외의’라는 의미를 지닌 접두사 ‘군-’이 ‘산(山)’에 붙어서 생긴 말이라고 합니다. 즉 나중에 갑자기 생겨난 산, 덧생긴 산, 가외로 생긴 산이란 뜻이라고요. 그래서 ‘군메오름’ ‘굴메오름’으로도 불립니다. 월라봉 북동쪽, 안덕계곡을 품은 창고천 아래에 동서로 길게 가로누운 군산은 정상부에 ‘雙仙望月石(쌍선망월석)’이라 부르는 두 뿔 모양의 바위가 솟아 독특한 외형을 보여줍니다.

군산은 세 곳에서 오를 수 있습니다. 서쪽의 대평에서 감산으로 가는 긴 고개인 ‘진마루’ 중간쯤에서 승용차 한 대가 다닐 만한 콘크리트 포장도가 군산 정상 바로 턱밑까지 이어집니다. 차로 갈 수 있고, 걷는 거리가 매우 짧아서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합니다. 그러나 포장도가 매우 가파르고 교행이 불가능해 오르다가 내려서는 차량을 만날 경우 난감해지기도 합니다. 위쪽에 주차장도 있습니다.

동쪽은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상예공동묘지 입구에서 탐방로가 시작됩니다. 운동시설과 화장실을 갖춘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700m쯤 됩니다.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산길은 곳곳에서 조망이 트이며 눈을 즐겁게 하죠. 상예공동묘지 꼭대기를 스쳐 지나는데, 이쯤에서 남쪽으로 구시물이라는 샘으로 길이 갈립니다. 구시물을 들렀다가 정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 구시물에서 남쪽 대평으로도 길이 나 있습니다.

구시물은 ‘굇물’이라고도 불립니다. 분화구가 없는 군산을 숫오름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물을 떠놓고 소원을 빌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암반에서 이끼를 타고 떨어져 내리는 구시물은 물맛이 좋아서 주변 사람들이 운동 삼아 와서 길어가곤 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중문에서 온 아주머니께서 물을 뜨고 있었습니다.

▲구시물.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법이 없는 이 물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이승태

기우제 지내던 오름
군산 정상부엔 무덤이 보이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곳으로, 무덤을 쓸 수 없는 금장지(禁葬地)였다고 합니다. 이곳에 무덤을 쓰면 홍수가 나거나 극심한 가뭄이 든다는 전설이 있는데, 한번은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이곳에 암매장한 무덤을 찾아 파헤치자 그날로 비가 내렸다는군요. 군산에서 기우제를 지낼 때 남쪽의 구시물에서 물을 길어 썼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구시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았다는 말이죠.

군산의 두 봉우리 중 동쪽이 정상입니다. 제주의 숱한 오름 중 손꼽을 만큼 빼어난 조망이 펼쳐지는 곳이죠. 터가 넓지 않아서 대여섯 명이면 꽉 차지만, 조망의 시원스러움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한라산은 물론, 산방산과 월라봉, 모슬봉, 송악산, 형제섬, 마라도, 가파도와 대병악, 소병악, 영아리오름, 원물오름, 고근산, 범섬, 문섬, 섶섬 등 사방의 숱한 오름과 섬들을 다 볼 수 있죠. 이곳에서의 조망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시원함으로 가득 채우는 청량음료 같습니다.

이렇듯 조망이 탁 트이는 곳이다 보니 일제가 이곳을 가만 두었을 리 만무합니다. 군산의 좁은 정상부에 6개의 진지동굴을 팠고, 군산 전체엔 9개나 구축했습니다.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일본군은 제주를 마지막 보루로 삼고 정예병력 7,400여 명을 주둔시켰습니다. 이들은 군산과 같은 요충지를 해안기지화해 미군의 폭격에 대비해 군수물자와 보급품을 숨기고 대피소를 겸한 요새로 삼았습니다. 수많은 동굴을 파기 위해 전국의 남녀노소를 강제 동원해 노역을 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식량과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노역 중에 죽어갔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에겐 가슴 아픈 현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송악산 남쪽 단애.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 꼭대기로 탐방로가 이어진다.Ⓒ이승태

제9강 2일차 / 3월 23일
절울이오름[송악산]과 섯알오름, 그리고 알뜨르

‘절울이오름’과 ‘송악산’, 어느 쪽이 끌리나요?

‘송악(松岳)’은 오름에 소나무가 많아서 붙은 이름입니다. 본명은 ‘물결이 운다’는 뜻의 ‘절울이오름’입니다. 파도가 송악산의 절벽에 부딪치며 우레같이 큰 소리를 내어서라는데요, 이토록 멋진 이름을 두고 왜 송악산이라 알려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죠. 이제라도 절울이오름이라는 본명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러는 ‘절워리’ ‘저벼리’ ‘저리별이’ ‘저별이’ ‘저별악’ 등으로 표기된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저별악’이 제일 끌립니다.

높이 104m인 절울이오름은 드넓은 모슬포평야 동쪽 끝에 툭 튀어나온 오름입니다. 처음엔 바다 속에서 분화했다가 그 속에서 두 번째 분화가 이뤄져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합니다. 제주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이중분화로 형성된 화산으로, 외륜산과 내륜산이 뚜렷하죠. 그러니까 외륜산이 바다에서 분화한 후 전체가 바다 위로 솟아올랐고, 그 속에서 다시 분화한 게 지금의 절울이오름 주봉입니다. 내륜산인 주봉은 분화구 둘레가 600m에 깊이는 69m로, 우리나라에서 화산 폭발의 흔적을 가장 생생히 간직한 곳이어서 연구나 관리 목적 외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외륜산은 북쪽만 남은 상태입니다. 절울이오름 남쪽 절벽을 따라 탐방로가 나 있는데, 이 탐방로는 그러니까 외륜산과 주봉인 내륜산 사이의 평지인 화구원(火口原)에 속하는 공간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북쪽 외륜산을 제외한 동남서의 외륜산은 침식으로 인해 사라진 것이죠. 현재도 침식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송악산의 대표적인 풍광. 절벽 위로 난 구불구불한 길이 참 멋지다.Ⓒ이승태

절울이오름의 다크 스토리(Dark Story)
한류를 이끈 드라마 <대장금>의 마지막 장면이 이곳 송악산의 해안 동굴에서 촬영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알려진 곳이기도 하죠. 사실 이 동굴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일제가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일본 본토로 향하는 미군을 상대로 결사항쟁지로 삼은 곳이 제주인데, 그 대표적인 요새가 이곳 송악산입니다. 동쪽 해안의 절벽을 따라 파놓은 굴이 15개 있습니다. ‘일오동굴’이라 부르는 이 동굴들은 소형 잠수정을 숨겨두는 곳으로, 미군 함대가 접근해올 경우 어뢰를 싣고 돌진해 자폭하기 위한 용도였다는군요. 제주도 동쪽 끝 성산일출봉 기슭에서도 같은 모양의 동굴이 여럿 있죠.

송악산으로 오르는 길가에도 수많은 진지동굴 입구가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습니다. 송악산의 외륜산에 뚫은 진지동굴의 총 길이는 1,433m로 출입구는 41개나 되며, 내부는 지네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다네요. 이 모든 지하동굴을 파기 위해 제주도민들이 겪어야 했던 강제노역의 참상은 차마 말로 다 못할 듯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결7호작전’이라 명명된 일제의 이 미친 계획이 미군의 원자폭탄 투하로 실행되지 못하고 종전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니었다면 제주는 불바다가 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말타기 체험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 뒤로 형제섬이 보인다.Ⓒ이승태

절울이오름 제대로 보려면?
절울이오름을 찾은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주차장을 출발해 해안동굴을 다녀오거나 승마체험장을 지나 몇 곳의 횟집이 있는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택합니다. 이 코스만으로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절경으로 가득해 충분히 즐거울 테지만 이는 절울이오름이 가진 매력의 반도 못 본 것입니다.

절울이에서 북쪽의 섯알오름으로 이어진 고개에 작은 주차장이 하나 더 있는데, 여기서 솔숲 산책로를 따라 고개까지 간 후 왼쪽에 보이는 외륜산 능선을 걸어봐야 합니다. ‘솔잎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능선길을 걷노라면 외륜산이 감싼 주봉과 화구원을 중심으로, 관광코스에서는 볼 수 없는 절울이오름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화구원엔 목장이 들어섰습니다.

20분쯤이면 능선길이 끝나고 주차장에서 이어진 관광코스 탐방로로 내려서게 됩니다. 여기서 남쪽 절벽길을 따라 절울이오름을 한 바퀴 돌면 다시 작은 주차장으로 되돌아옵니다. 생각보다는 길고,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이곳은 곳곳마다 비경이어서 마냥 걸음이 느려지는 구간입니다. 이 길의 아름다움은 글로 설명하면 오히려 망칠 것 같습니다. 그저 너무 좋았다고만 해두겠습니다. 제주가 이토록 아름다운 곳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입니다.

▲셋알오름 입구에서 본 산방산. 부드러운 초지대가 심신을 마냥 자유롭게 한다.Ⓒ이승태

셋알? 섯알? 알뜨르? 웬 알들?
절울이오름 북쪽엔 절울이와 탯줄처럼 이어진 세 곳의 야트막한 동산이 있습니다. 작고 낮지만 이 세 개의 봉우리는 저마다 말굽형 화구를 가진 오름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세 오름이 송악산에 붙은 것이라 하여 ‘알오름’이라 부릅니다. 산수이동 가까인 있는 것은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알오름’, 알뜨르비행장에 붙은 것은 서쪽에 있어서 ‘섯알오름’이라 부릅니다. 동알과 섯알 사이에도 희미한 분화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두 오름 사이에 있는 이 오름을 ‘사이’와 ‘둘째’의 뜻을 가진 제주어 ‘셋’을 붙여서 ‘셋알오름’이라 부릅니다.

한없이 부드러운 초지대를 따라 길이 이어집니다. 들머리에서 보는 산방산과 형제섬이 그리 멋질 수가 없습니다. 그 사이로 월라봉과 군산도 잘 보입니다. 여기서 보는 절울이오름은 그야말로 소나무로 가득해서 ‘송악산’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셋알오름 꼭대기에 구축된 고사포진지. 미군의 폭격에 대비한 군사시설이다.Ⓒ이승태

제주에서 가장 큰 동굴진지가 뚫린 셋알오름
이 작고 낮은 동산들은 일제가 가장 중요한 시설로 여기던 알뜨르비행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의 어느 오름보다 더 치밀한 계획 아래 진지동굴을 구축했습니다. 세 오름 중 가운데에 있는 셋알오름에 집중되어 있는 이 시설들은 제주도 내 동굴진지 중에서 동굴의 폭과 넓이가 으뜸입니다. 격자 미로형으로 만들어진 셋알오름 동굴진지는 출입구가 여섯 곳이고, 미군의 공중 폭격에 대비해 전투사령실과 병의 숙소, 탄약고, 연료저장고, 비행기 수리공장, 어뢰조정실, 통신실 등 주요 군사시설을 모두 이곳에 감추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름 정상부엔 미군의 폭격기 공습에 대비한 고사포진지도 만들었습니다. ‘고사포’는 항공기를 사격하기 위한 것으로, 달리 ‘고각포’라고도 부릅니다.

고사포진지는 1937년 중일전쟁 초기에 전략적 요충지였던 알뜨르비행장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했으며, 1943년경 원형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보강한 것입니다. 모두 다섯 기의 고사포진지 중에서 네 기는 완공되었으나 나머지 하나는 미완이라고 합니다. 셋알오름 탐방로에선 두 기의 포진지를 만나는데, 해방 후 이곳에 설치됐던 포를 폭파해 제거했다는군요.

알뜨르비행장과 맞닿은 섯알오름
셋알오름을 지나 밭 사이로 난 길을 잠시 걷다보면 또 하나의 오름을 만납니다. 하도 낮아서 오름이라기보다는 그냥 작은 언덕 같습니다. 알뜨르비행장과 맞닿은 섯알오름입니다. 섯알오름은 한자로 西卵岳(서란악)이라고도 합니다. 셋알오름과 거의 하나처럼 붙어 있죠. 오름 정상이 40.7m, 오름 자체의 높이가 21m에 불과한 작은 오름이지만 여기에 얽힌 근‧현대사는 결코 작거나 가볍지 않습니다. 섯알오름 남쪽에 일본군이 탄약고로 사용하던 움푹 파인 곳이 있습니다. ‘송악산 탄약고’라고 부르던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우리 군경에 의해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비통한 현장이기도 합니다.

▲알뜨르비행장 주차장 한 켠에 세워져 있는 최평곤 작가의 <파랑새>. 다시는 아픔이 없는 평화로운 제주를 염원하며 서 있다.Ⓒ이승태

다시 농경지로 돌아온 알뜨르
섯알오름 서쪽으로 드넓은 평지가 펼쳐집니다. ‘알뜨르비행장’이라 부르는 곳입니다. ‘알뜨르’는 아래를 뜻하는 제주어 ‘알’과 벌판을 뜻하는 ‘드르’가 합해져 생긴 말로, 상모리 아래의 넓은 벌판을 가리킵니다. ‘알뜨르비행장’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제주도민을 비롯한 한국인을 동원해 이곳에 만든 군용 비행장입니다.

1937년에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일본은 이 비행장을 전초기지로 삼고 700km쯤 떨어진 중국의 난징을 폭격하기 위해 오무라 해군항공대의 여러 전투기를 출격시켰습니다. 일본 본토에서 이륙해 알뜨르에서 한 번 급유한 다음 중국까지 날아갔다고 합니다. 1938년 11월, 상해를 점령한 일본군은 오무라 해군항공대를 중국 본토로 옮겼고, 그 후 알뜨르비행장은 훈련용으로 바뀝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감행하던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을 이곳에서 훈련시켰다고 합니다. 당시 일본 공군의 주력 전투기가 ‘제로센’이었는데, 크기가 작고 날렵했으며, 항속거리는 길었지만 전투력은 높지 않았습니다.

▲알뜨르비행장에서 본 동쪽 풍광. 모슬봉과 바굼지오름, 산방산이 멋진 하늘금을 만들고 있다.Ⓒ이승태

알뜨르비행장엔 총 38개의 격납고를 만들었는데, 현재 19개가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고, 활주로 터와 지하벙커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나같이 시리도록 아픈 우리 역사의 현장입니다. 알뜨르비행장 한 켠에 ‘관제탑’으로 알려진, 더러는 물탱크 받침이라고도 하는 그러나 정확한 용도를 알 수 없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습니다. 여기에 오르면 알뜨르비행장과 제주 서남부가 잘 보입니다. 주변을 둘러보기에 딱 좋은 곳이죠. 현재의 알뜨르비행장은 원래 소유주의 후손들이 되찾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너무나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고통의 기억은 시간 앞에 무기력하다고 했던가요? 수많은 양민의 시체가 ‘멜젓 담듯이’ 구덩이로 던져지던 학살의 현장을 품은 이 ‘아래 들판’은 이제 우리에게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듯 기분 좋은 바람이 스쳐 지납니다.

오름학교 제9강은 2019년 3월 22(금)~23(토)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상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3월 22일(금)>
08:50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교통편 예약은 빠를수록 혜택이 많다고 하니 참고하시고, 참가신청 전에 교통편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제9강 여는 모임. 참가지 확인과 인사 나누기
09:00 버스 탑승, 공항 출발
-월라봉 탐방 시작
-월라봉 탐방 종료. 식당으로 이동, 점심식사
-산방산·용머리해안지질트레일 B코스
-군산 들머리
-군산 탐방 종료
-안덕계곡상록수림지대 탐방
-저녁식사 겸 뒤풀이 후 숙소로 이동, 휴식 후 취침(새마을금고제주연수원, 다인실)

<3월 23일(토)>
07:30 기상, 아침식사
-숙소 출발
-절울이오름(송악산) 탐방
-송악산 탐방 종료, 점심식사
-셋알오름, 섯알오름, 알뜨르비행장 탐방
-오후 일정 종료
16:00 제주공항 도착, 해산
※당일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나 대상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오름학교 제9강 탐방 약도Ⓒ오름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등산복·등산화·배낭(제주의 특별한 바람에 대비해주세요^^), 스틱(건강을 위해 쌍으로 준비), 무릎보호대, 방수방풍의, 버프(얼굴가리개), 모자, 선글라스, 장갑, 수통, 우의(+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여벌양말), 간식,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세면도구, 세수수건, 필기도구, 신분증(항공탑승용. 반드시 지참하세요!)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참가신청 안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해 홈페이지로 들어오세요. 유사 '인문학습원'들이 있으니 검색에 착오없으시기 바라며 꼭 인문학습원(huschool)을 확인하세요(기사에 전화번호, 웹주소, 참가비, 링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리 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 '학교소개'로 들어와 '오름학교‘의 3월 기사를 찾으시면 뒷부분에 상세한 참가신청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회원 가입하시고 메일 주소 남기시면 각 학교 개강과 해외캠프 프로그램 정보를 바로바로 배달해드립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캠핑과 등산,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으로, 그동안 산악전문지 <사람과산> 기자를 거쳐 편집장을 지냈고, 그 시절 우리나라 산줄기 답사를 위한 등산지도 가이드북인 <1대간9정맥 종주지도집>과 <한국100명산 등산지도집>, 국립공원 탐방안내서인 <북한산국립공원>, <지리산>, <설악산>을 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일본 큐슈 지역의 대표적인 산 열다섯 곳을 소개한 산행보고 프로그램인 <마운틴TV>의 ‘큐슈의 산(9부작)’에 출연했으며, 일본 큐슈올레 전 구간을 취재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이자 취재작가, 한국여행작가협회에서 진행하는 ‘여행작가학교’ 강사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화광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와 사보에 여행기사를 기고 중입니다.

2013년부터 제주 오름에 빠져 툭하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 매체에 오름에 관한 기사를 기고했습니다. 2018년에 오름 트레킹 안내서인 <제주 오름>(가칭)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북한산 둘레길 걷기여행> <캠핑 주말여행 코스북>(공저), <걸어유 충남도보여행>(공저)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오름학교>를 여는 취지를 들어봅니다.

올라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세상
화산섬 제주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오름이 모여 있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368개라고 하니 매일 하나씩 올라도 한 해가 모자랄 정도죠. 제주 섬 어느 곳을 가도 오름이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마을이 있습니다. 그 오름으로 억새를 베러 다니고, 거기서 고사리를 꺾으며 제주인들은 살아왔습니다. 오죽했으면 제주 사람들이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을까요! 오름은 제주의 마을과 마을을 형성하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각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이 떠받들던 신들이 자리 잡고 있고, 오름과 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거친 황무지인 ‘뱅듸(버덩)’는 예부터 말과 소를 키우는 터전이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 80퍼센트쯤은 오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 오름은 ‘육지’의 숱한 산들과 달리 오르기가 편하고, 어지간한 오름을 둘러보는데 한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또 험한 곳이 거의 없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리 부담이 없죠. 무엇보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오름 자체가 그렇고, 오름 능선에 올라 조망하는 사방의 풍광은 숨을 멎게 할 정도입니다. 소와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오름 능선에 아무렇게나 앉아 제주의 바람을 느끼는 행복을 무엇에 비할까요! 기생화산인 오름은 대부분 분화구를 가졌고, 그 형태 또한 제각각입니다. 그 독특한 지형을 살피는 것 또한 흥미진진한 즐거움입니다.

다시 ‘오름나그네’가 되어
368개의 오름은 한라산 백록담 바로 아래의 방애오름, 윗세오름을 시작으로 바닷가에 솟은 성산일출봉과 송악산, 비양도와 사라봉에 이르기까지 사방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제주 동쪽 송당리 일대엔 가장 많은 오름이 분포해 오름들이 겹치며 산너울처럼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서쪽의 오름들은 하나씩 뚝뚝 떨어져 있죠. 그러나 저마다 빼어나 찾는 걸음이 즐겁습니다.

1927년 제주에서 태어나 1995년, 일찍 생을 마감하기까지 제주의 산악인이자 언론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고(故) 김종철 선생은 제주의 모든 오름을 답사한 기록을 <오름나그네>라는 세 권의 책으로 남겼습니다. 지금까지도 오름의 바이블로 통하는 귀한 책입니다. <오름나그네>의 책장을 넘기다가 오름을 향한 그의 열정과 사랑, 감동과 호흡이 전해져 가슴 뜨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오를 수 있는 모든 오름을 올라보는 게 목표입니다. 모두 함께 ‘오름나그네’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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