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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말기에 웬 5백만호 건설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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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말기에 웬 5백만호 건설 계획?"

노태우정권때의 '아파트 거품' 재연 위험

정부가 지난해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불붙인 아파트 붐이 최근 심각한 거품현상을 낳자 아파트 기준시가를 높이는 등 서둘러 불끄기에 나섰다.

그러나 건설교통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5백만호 건설 계획은 오히려 아파트 거품을 가속화시키고 곧바로 거품파열로 이어지면서 건설업계와 아파트 소유자 및 가계대출자 등에게 심각한 '부메랑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노태우정권이 범했던 아파트 2백만호 건설의 후유증을 되풀이할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다.

관료들의 '탁상행정'이 또다시 한국경제의 근간을 뒤흔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건교부의 5백만호 건설계획**

건설교통부는 '주택건설 및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내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임대주택 50만가구를 포함, 해마다 50만가구씩 총 5백만가구의 주택을 건설, 선진국 수준인 1백15%의 주택보급률을 달성하겠다고 3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와 별도로 장기임대주택도 50만가구 추가건설키로 했다.

건교부는 특히 지난해 주택보급률 89.5%로 여전히 주택난을 겪고 있는 수도권지역에 올해부터 2006년까지 5년간 해마다 30만가구씩 모두 1백50만가구의 주택을 건설, 2006년에는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을 1백%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건교부 이춘희 주택도시국장은 "이처럼 2012년까지 국민임대주택과 장기임대주택 1백만가구가 건설되면 현재 국내 전체 주택의 3.4%에 불과한 장기임대주택 비중이 선진국 수준인 10%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건설경기 위축될 것"**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주택건설계획의 근거로 잡고 있는 건교부의 주택보급률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이대로 추진될 경우 아파트값 거품을 가속화시키다가 내년부터는 아파트값 폭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아파트값 급등과 관련,"주택건설과 입주시기가 어긋나면서 집값·전세값 파동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지 주택보급률이 낮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위원은 따라서 "임대주택 등 완충역할을 하는 재고주택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가구 증가수를 넘어서는 물량을 쏟아내면 내년 하반기부터 건설경기가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도 건교부 계획에 부정적이다.
배경동 서울시 주택국장은 "서울시의 경우 공식적인 주택보급률은 73%이지만 현재 통계에 안잡히고 있는 다가구 주택 등까지 포함하면 92%로 사실상 주택보급률은 1백%에 가깝다"며 "그동안 공급자의 논리에 밀려 서울시의 녹지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배국장은 건교부의 일방적 정책추진에 불만을 드러내며"서울시의 주택 문제는 수도권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만 80만가구나 분양, 입주시작하면 아파트값 폭락 우려**

LG경제연구원은 이에 앞서 지난달말 "내년 하반기이후에는 주택공급 과잉현상이 나타나면서 주택건설경기가 위축, 실물경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주택분양물량은 53만가구로 2000년의 43만가구에 비해 22.3%나 증가했으며 특히 다가구주택을 가구별로 산정할 경우에는 2001년 주택공급수는 71만가구로 두 배나 늘어났다.
여기에다 주택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실제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포함하면 지난 한해동안 80만가구 가량이 공급됐다.

LG연구원은 이처럼 급증한 분양물량의 입주가 본격화할 경우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을 합쳐 2004년 이후 입주예정 물량은 연간 60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택보급률이 1백%에 육박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막대한 입주물량은 과거에 비해 주택수급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이 보고서를 작성한 김성식 연구위원은 "실제로 90년대초 주택 2백만가구 공급계획으로 신도시 입주 본격화와 함께 60만가구의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주택가격 하락을 촉발시켰었다"며 "2~3년후 공급과잉이 가시화되면 주택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 건설경기를 급속히 위축시키고 나아가 실물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후유증을 우려했다.

***올해안에 주택보급률 1백% 돌파, 거품파열은 시간문제**

주택정책의 기반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재의 주택보급률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과잉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통상 총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누어 계산되는 주택보급률은 소유권을 기준으로 한 주택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택이 통계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주택보급률이 실제보다 턱없이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건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주택수는 1천1백89만2천3백채로 가족 단위의 혈연 가구수인 1천2백9만8천5백가구와 비교해 주택보급률이 98.3%에 이른다. 통계의 인구 센서스 자료에 따른 2000년 주택보급률 96.2%보다 2.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 말까지 입주하는 59만채를 합하면 가구수 증가(약 30만가구)를 감안하더라도 전체 주택수(1천2백48만채)가 가구수(1천2백39만가구)를 상회하는 '주택보급률 1백% 시대'가 올해안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위원은 "과거 임대주택은 사업적으로 접근했기에 보급률이 낮았지만 이제는 정부도 임대주택을 복지정책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했기 때문에 적절한 주택공급과 주택수급에서 완충역할을 하는 임대주택의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도 "불황 조기탈출을 위해 과도한 아파트 부양책을 쓰고 은행들이 가계대출전쟁을 벌인 결과 아파트 거품이 위험수위에까지 도달한 게 사실"이라며 "이처럼 아슬아슬한 마당에 정부가 아파트 공급물량까지 크게 늘린다면 아파트 거품이 폭발하면서 일본형 장기불황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한마디로 말해, 건교부는 정권말기에 책임지지도 못할 5백만호 건설같은 탁상정책을 내놓기에 앞서 마무리 업무나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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