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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되는 산업은행 '정경유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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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증폭되는 산업은행 '정경유착 의혹'

검찰수사 착수, 각종 의혹설 연루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신인도가 밑둥채 흔들리고 있다.

은행 스스로가 각종 경제관련법과 내부규정을 위반하는가 하면, 직원들은 수뢰 혐의로 구속되고, 정치적 의혹설에 연루되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한국기업평가(주) 사장인사에 개입해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키는 등 각종 물의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민간은행들의 대외신인도가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워낙 잡음이 끊이질 않으니, 일각에서 "이달말로 임기 1주년을 맞는 정건용 산은총재의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낙마설까지 제기될 정도이다.
말 그대로 '위기의 산업은행'이다.

***'위기의 산업은행'**

6일 검찰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산은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위법 사실을 통고했으며 대검은 이 사건을 서울지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산은이 받고 있는 혐의는 이용호 게이트 연루이다. 2000년 10월 이용호씨의 삼애 인더스트리 해외 전환사채(CB) 9백만달러어치를 인수해 이씨외 D금고 소유주 김영준씨에게 되파는 과정에 금융감독원에 주식 대량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대목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이 이번에 산은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산은 창립후 최초의 일로, 대단히 이례적인 결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산은은 국책은행의 '맏형'격인 동시에 재정경제부의 또다른 얼굴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이처럼 이례적인 결단을 내린 것은 세간의 의혹어린 시선 때문이었다.
이용호 게이트가 터지면서 산은은 의혹의 폭풍 속으로 휘말려 들었다.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 맡은 차정일 특검팀은 산은과 이용호 사이의 연계고리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금감원과 이용호 사이의 연계고리도 파헤치려 했다.

금감원에 비상이 걸렸다. 가만히 있다가는 산은 감독기관인 금감원으로 모든 책임이 돌아올 판이었다.
금감원은 이에 서둘러 산은에 대한 특별검사에 들어갔고, 그 결과 지난달초 산은의 중대한 위법 사실을 발견했다. 산은이 지난 2000년 11월2일과 5일 두차례에 걸쳐 각각 5백만달러와 4백만달러의 삼애 인더스트리 CB를 산 것이 산은 내규에 위배되는 행위였음을 밝혀낸 것이다.

산은의 내규는 원칙적으로 신용평가 등급이 없는 그룹(C군)의 유가증권을 살 수 없게 돼 있다. 만약 꼭 사야할 경우에는 자금거래실의 2급 전무가 위원장인 위험평가소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나, 삼애 인더스트리의 해외 CB 매입 과정에서는 소위원회를 열지 않고 외화유가증권팀장 전결로 이를 처리했던 것이다. 명백한 위법이었다.

산은은 그러나 CB 매입은 별도의 '유가증권 운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행한 것으로 위법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산은이 반발하자 당초 금감원 심의제재위원회 상정 정도로 그치려 했던 금감원이 발끈했다. 금감원은 곧바로 내규 위반외에 증권거래법까지 위반한 혐의를 잡아 이를 검찰에 통고했다.

금감원의 산은 고발을 계기로 차정일 특검도 산은에 대해 다시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특검은 현재 산은 관계자를 대상으로 삼애 인더스트리의 해외CB 편법 매입 과정을 조사중인데, 서울지검에게 산은 수사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다.
특검은 이와 별도로 6일 이용호의 로비 역할을 맡았던 (주)레이디가구 실소유주 정모씨를 구속, 정씨가 수억원의 로비자금을 금융기관 고위간부 등에게 뿌린 혐의를 수사중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산은을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이유가 어떠했든 산은 입장에서 보면, 호미로 막으려다가 가래로도 막기 힘든 곤경에 처한 셈이다.
당초 금감원이 지적한 내규 위반 사실을 받아들였을 경우 내규를 위반한 실무책임자와, 평소 내부감사 및 법무 활동을 소홀히 해온 감사 등 일부가 책임을 지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산은 관계자들의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하는 아찔한 처지가 된 것이다.

***조풍언과 산은의 관계는?**

금융계에서는 이번 고발 사태가 앞으로 몰고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른바 '산은 사태'가 단순한 비리사건 이상의 '정치성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관측이 가능한 것은 산은이 이용호 게이트 외에도 정치성 스캔들에 연루된 대목이 적잖기 때문이다.
그런 대표적 예가 산은의 구사옥 매각 특혜 의혹이다.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은 지난 2월 7일 국회 재경위원회에서 3.1빌딩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산은이 본점으로 사용하던 3.1빌딩을 지난해 3월 수의계약으로 5백2억원에 팔았는데, 실질 인수자는 현정권과 가까운 군수업자 조풍언씨이다.
3.1빌딩은 건물 임대보증금만 7백61억원에 추산되는데 5백2억원에 판 것은 헐값 매각이 아니냐.
또한 3.1빌딩 1층과 2층을 산은 종로지점이 임대했는데, 그 보증금 1백억원을 상계처리해 조풍언씨는 사실상 4백2억원에 건물을 산 셈이다."

이에 대해 이윤우 산은 이사(매각 당시 관리본부장)는 "인수협상은 변호사와 해서 실질 인수자가 누구인지 몰랐다"며 "매각 가격은 두차례 유찰돼 감정가(5백63억원)보다 낮게 수의계약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산은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조풍언씨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씨는 김대중대통령의 일산자택을 구입한 데 이어, 대우의 아도니스 골프장 저가매입, 무기 수출로비 의혹 등으로 계속해 야당의 정치공세 대상이 되고 있다.
때문에 누가 보기에도 헐값으로 3.1빌딩이 조씨에게 매각된 배경에 대해 야당은 계속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정지역 편중인사의 폐단**

산은이 왜 이처럼 정경유착설의 중앙에 휘말려들고 있는가.
금융계는 그 근본 원인을 특정지역 편중인사에서 찾고 있다.

산은총재직은 재경부장관이나 금감위원장으로 가기 위해 전직 재무 관료들이 잠시 머무르는 '정거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의 정건용 산은총재도 마찬가지 위치다. 정총재는 지난번 개각때 금감위원장 후로로 거명되기도 했다.

이처럼 총재들이 잠시 거쳐가는 정거장 정도로 생각하니, 산은의 실제 조직운용은 부총재 이하 이사들의 몫이 되고 있다는 게 산은 관계자의 전언이다.

현재 산은은 총재와 감사를 제외하고 부총재를 포함해 7명의 이사들이 있다.
문제는 이들 7명 가운데 4명이 특정지역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산은의 명실상부한 2인자인 박상배 부총재의 경우 광주일고, 김기성 기획관리본부장은 전북 삼례고, 최근 한국기업평가(주) 사장으로 내정된 이영진 영업1본부장은 전주고, 김왕경 영업3본부장은 광주고 출신이다.

한 은행계 고위관계자는 "전체 은행을 통털어 이사의 절반이상을 특정지역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곳은 산업은행 한 곳뿐"이라며 "정건용 총재가 인사를 잘못해 곤욕을 치루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당당하기로 유명한 정총재 자신이 비리에 연루될리는 만무이나, 잘못된 인사로 인해 난감한 처지에 몰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된 셈이다.

***아직도 관치적 발상**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삼애 인더스트리나 3.1빌딩 매각건은 모두가 정건용 총재의 취임한 지난해 4월 이전 발생한 사건들이다. 따라서 정총재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하지만 이들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 정총재가 보여준 태도는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지배적 평가이기도 하다.

금감원의 삼애 인더스트리 관련 특검에서 내규위반 사실이 밝혀졌으면 정총재는 즉각 그 원인을 조사해, 내규 위반자 및 감사 소홀 책임자를 엄중문책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산은이 보여준 태도는 '궁색한 해명' 일색이었다. 안이한 판단이 일을 크게 키웠다는 지적이다.

정총재는 이처럼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한기평에 대한 과도한 인사개입으로 '신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윤창현 한기평 사장의 반발로 당초 예정했던 오규원 전 산은이사를 한기평 사장에 보내기 힘들어지자, 정총재는 오규원씨를 산은 대출이 많은 동부그룹에 부사장 자리를 만들어주는 대신 한기평 사장후임으로 임기가 1년여이상이나 남은 이영진 영업1본부장을 내려보냈다. 이본부장의 경우 낙하산 인사 시비가 불거진 한기평 사장으로 가기를 내심 꺼려했다는 게 산은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총재는 또한 재무관료 출신답게(?) 아직도 민간금융기관들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관치적 발상을 드러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고려대 경영교우회가 주최한 강연에서 "일부 금융기관은 국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개별기관의 이익을 우선 추구해 금융기관의 공적 기능과 공공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하이닉스 반도체 처리 등에서 국책은행 및 공적자금투입은행과 다른 입장을 보인 국민,신한,하나,한미 등 이른바 우량은행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 발언을 접한 한 우량은행 관계자는 "우량은행의 주식 50%이상을 외국인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마당에 정총재는 아직도 정부가 이들 은행의 최대주주인양 착각하고 있는듯 싶다"며 "은행을 주식회사가 아닌 정부산하 기관으로 인식하는 정총재같은 사고가 존재하는한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관치금융 논란에서 자유롭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마디로 말해 '산은 사태'는 시장법칙을 도외시한 채 구시대 논리에 사로잡혀 있는 산은 경영진의 공동작품이라는 게 지배적 평가다.
지금이야말로 '산은의 구조조정'이 시작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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