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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카풀', 대체 무엇을 공유하고, 혁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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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카카오카풀', 대체 무엇을 공유하고, 혁신했나

[인권으로 읽는 세상] '공유경제'라는 미사여구 속에 숨은 것들

한 달 여 사이에 택시기사 2명이 잇달아 목숨을 끊었다. 모두 카카오카풀 서비스를 정부가 금지해야 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택시기사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해도 월 200만 원 이상 벌기 어려운 상황이다. 택시 호출시장을 장악한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 자살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카풀 시범서비스를 중단했고, 택시업계는 정부가 중재하는 사회적 타협기구 참석을 결정했다. 하지만 연이은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여론은 택시노동자들의 싸움에 냉랭하다. 이런 여론은 승차거부, 불친절, 과속 난폭운전과 같은 택시 서비스 문제와 카풀은 스마트폰이 몰고 온 불가피한 사회변화이라는 인식에 기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공유하고, 혁신했다는 건지

공유경제니, 디지털 혁신이니 하는 미사여구를 앞세우지만 수많은 앱들은 디지털 기술 변화가 열어젖힌 가능성을 돈벌이에 최적화하는 방식일 뿐이다. 외국에서 한 번씩은 경험했을 우버 기사들이 과연 공항에 지인을 배웅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카풀'을 한 현지인일까? 살고 있는 집의 빈 방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자원을 공유한다기보다 돈을 벌려는 다수의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수요자를 매칭하는 중개업 역할을 한다. 인터넷은 온라인 시장이 들어설 기술과 공간을 제공했고,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천하통일을, 한국에서는 몇 개 업체들이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은 물건이 아닌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들을 거래 가능케 했다. 카풀 앱인 우버가 대표적이다.

우버는 편리한 이용방법과 저렴한 요금으로 택시를 시장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택시 산업은 많은 지역에서 지자체의 보조금을 비롯한 여러 지원들을 받는다. 그럼에도 이런 '혁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새롭게 열린 온라인 플랫폼을 장악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어느 정도의 이윤을 포기하고서라도 플랫폼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졌다. 점유율 1위인 우버조차 아직까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버는 지금까지 수십 조 원을 투자받았고, 주식상장을 앞둔 올해, 예상기업가치는 1000억 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새롭게 열린 택시서비스 시장을 우버가 장악했기 때문이다.

물론 '혁신'은 카풀 기사들로부터도 제공되었다. 카풀 회사들은 택시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조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의 사업모델은 온라인 중개업이다. 차량소유, 유지, 관리 등은 모두 카풀 기사들의 몫이며 이들은 오로지 중개수수료를 챙길 뿐이다. 그래서 택시회사들보다 훨씬 많은 차량과 기사들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더욱 치열해진 카풀 노동공급시장에선 카풀회사들이 수수료를 올려도 쉽게 저항하지 못한다. 더 낮아진 가격에도 콜을 받을 사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카풀 기사들은 출퇴근 길에 한 자리 더 태워서 용돈 벌려는 공유경제 행위자이니 괜찮을까? 우버가 우리에게 보여준 미래는 결국 전업 우버 기사들이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콜 매칭률을 높이고 안정화하기 위해서라도 업체들은 전업 기사들을 우대하게 된다. 운행횟수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여러 카풀 회사에 등록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 곳에도 고용되지 않는다. 카풀 회사들은 택시 한 대 없이 고객에게 요금 받는 법, 서비스 제공 노동자들에 대해 어떤 책임도지지 않는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

택시는 이대로 괜찮나

카카오카풀이 서비스를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우버는 그 미래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우버가 영업하는 유럽이나 북미와는 다른 한국의 택시 서비스 문제가 있다. 택시 자체가 많지 않아 이용이 쉽지 않고 요금도 비싼 해외에서 우버가 소비자들의 환호를 받았다면, 한국에서는 승차거부, 과속난폭운전, 불친절과 같은 택시기사의 서비스 문제가 화두다. 출퇴근 시간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한국의 카풀 회사들은 요금보다 고객맞춤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카오 역시 카풀 서비스 출시 배경으로 카카오택시의 콜을 기사들이 가려 받는 문제를 언급했다.

그런데 승차거부와 같은 서비스 문제는 카풀과의 시장경쟁을 통해서는 해결 불가능하다. 시장이 택시업체들에 의해 독점되어 있어서 서비스 문제가 불거지는 게 아니다. 서울시 법인택시회사만 250개가 넘는다. 1990~2016년 사이에 서울시 택시는 30% 증가했지만 택시 승객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심각한 공급과잉이다. 해고되거나 퇴직한 중년, 노년층이 택시노동자로 대거 유입된 반면, 자가용 증가와 버스-전철 확충으로 이용자는 줄어든 것이다. 택시회사들이 수익을 유지하는 방법은 택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부보조금을 착복하거나 97년 여객운수법으로 금지된 사납금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루에 12~15만원을 회사에 내고 남는 돈을 수입으로 가져가야 하는 택시 기사들에겐 손님이 몰리는 특정 시간대에 어떤 손님을 태울지가 중요해지고 한 번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과속운전을 하게 된다. 전주시청 앞에서 500일 넘게 농성중인 택시 노동자들의 요구도 전주시와 택시회사가 시행하기로 합의했던 사납금 폐지, 완전월급제 시행이다.

대중교통의 공공성과 운수 노동자의 권리

택시는 대중교통지원법에 따른 지원대상은 아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연간 1조원 가까운 재정지원을 하고, 요금제와 택시면허발급 등을 관리해온 사실상의 대중교통이다. 하지만 정부가 대중교통운영의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오지 않으면서 사납금제가 유지되고 택시는 공급과잉이지만, 정작 수요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택시잡기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상황을 버스에서도 겪었다. 2004년 서울시에서 최초로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기 전에는 여러 버스 회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다. 공공성을 원칙으로 대중교통이 운영되지 않다보니 탑승객이 많은 노선에는 버스가 몰리고 그렇지 못한 노선에는 버스가 드물게 다녔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버스 노동자들은 배차간격을 맞추기 위해 과속난폭운전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버스 노선과 배차 관리, 운전기사 노동조건에 이르기까지 지자체가 개입하고 감독하면서 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이제 대부분의 광역시에서는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이며, 정부는 시도 지역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상당한 정부재정이 투입되면서 요금이 낮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택시가 공급과잉인 한국 상황에서 카풀 허용은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실제 노동시간에 비춘다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택시노동자들의 처우는 물론이거니와 출퇴근 시간에 카풀 차량들까지 대거 도로로 나온다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교통체증은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 사회적으로 가장 적절한 자원 투여 방법은 택시 준공영제다. 이미 확보된 공공 교통 인프라로서 택시를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받아안고 관리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카풀 사회적 타협기구에서 제시하려는 사납금 폐지, 완전월급제는 택시 노동자의 권리 문제이자 안전하고 편리한 택시 서비스의 문제이지 카풀 허용의 대가로 주고받을 문제가 아니다. 버스처럼 정해진 노선을 따라 움직이지 않아서 배차나 관리가 쉽지 않다는 건 이제 핑계에 불과하다. 이미 우버나 카카오택시와 같은 앱들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화하는 택시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매칭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택시의 이동경로, 카드결제, 승객의 승하차까지 모두 데이터화가 가능한 상황에서 사납금 필요성이나 택시노동자의 단속적 노동에 대한 관리는 옛날 이야기가 됐다. 서울의 경우 개인택시 비중이 절반 이상이지만, 택시 서비스 시장 자체가 준공영화를 통해 안정화된다면 개인택시기사들도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누구를 위한 기술혁신인가

카카오택시 서비스는 시작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카카오톡을 통해 확보된 이용자들이 카카오택시로 순식간에 모이게 되자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택시 기사들도 손님을 태우기 위해 하염없이 돌아다니거나 도로 귀퉁이에 정차해 있지 않아도 됐다. 수입도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택시기사와 이용자 80% 이상이 카카오택시를 통해 편리하게 만났다. 하지만 3년 뒤 그렇게 쌓인 이용자 데이터와 플랫폼은 고스란히 카카오카풀이 됐다. 택시를 통해 모은 데이터와 플랫폼이 택시를 시장에서 밀어내기 위한 무기가 된 것이다.

카카오택시가 보여준 기술적 혁신은 모두를 위한 기술의 쓰임새를 경험하게 했다. 하지만 카카오카풀은 누구를 위한 기술이 될까? 우버가 투자금 수십 조 원을 유치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그 이상을 벌어다줘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회적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누고, 그 편익을 모두가 나눌 것처럼 이야기했던 공유경제는 사실 디지털 독점 경제에 가깝다. 진정한 공유경제가 있다면 그건 시장을 독점한 사기업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같은 공적 기관이 사회적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방식일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모두가 돈을 벌려고 자기 차를 끌고 나오는 게 아니라,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가능한 공공대중교통망을 갖추는 게 일하는 노동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롭다. 우리는 이를 뒷받침할 기술도 손에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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