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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기적 <3ㆍ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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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기적 <3ㆍ끝>

유럽모델의 성공 사례

네덜란드는 앵글로색슨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한 예로 기업들은 사업상 타당한 이유가 없는 한 근로자들의 작업시간 단축(또는 확대) 요구를 따르도록 하는 법을 지난 2000년 통과시켰다. 동시에 많은 첨단기업들은 ‘평생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도 고용보장에 힘쓰고 있다.

네덜란드를 포함한 대다수 유럽국가는 이처럼 독자적인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초 노조원들이 퇴직정년을 5년 연장해 미국과 같은 65세로 확대하는 안에 반대하며 25개 도시에서 수년만에 최대 규모의 가두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죽기 전에 인생을 즐길 시간을 갖고 싶다는 내용의 피켓을 흔들면서 재계 지도자들이 미국 기업의 ‘정글법칙’을 프랑스에 적용하려 한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유럽의 전통적 복지국가는 미국식 사고방식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들 유럽국가 가운데 가장 성공모델이 다름아닌 네덜란드다. 복지낙원이라고 할 만큼 사회보장제도가 발달되어 있으면서 완전고용과 소득격차도 거의 없으며 국가경쟁력까지 갖춘 나라로 떠오른 네덜란드는 우리가 벤치마킹할 대상임에는 틀림없다.

주변국들이 부러워하는 성과를 거둔 네덜란드 정책의 특징은 다음 다섯 가지다.

1. 전면적이고 지속적인 임금억제

2.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증가, 임시직 증가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

3. 공공지출의 삭감

4. 독일 마르크에 대한 길더의 고정환율제

5. 직접적인 직업 창출 등 실업대책

페그제는 네덜란드의 경제가 부흥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로 평가된다. 네덜란드의 가장 중요한 수출입 대상국인 독일에 대한 페그제는 특히 수출에서 큰 효과를 주었다.

***외부환경 변화에 협의체 무력화될 수도**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네덜란드의 기적이 훌륭한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70년대와 80년대의 정책 실패에 따른 반작용이라고 주장한다. 정책적 오류를 시정하려는 노력이 성장을 가져오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노사정이 합의해서 임금억제를 달성한 성과는 오히려 네덜란드의 협의체적 체제의 취약성을 보여준다는 것을 든다. 강력한 노조가 시장의 신호를 무시하고 임금을 급격히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초 네덜란드의 노조는 기업의 수익이 남지 않고 재투자 의욕을 잃게 할 정도로 임금을 올렸다. 수익이 급격히 많아지거나 막대한 보수를 받는 경영진이 늘어나면 임금 억제책은 흔들리게 되어 있다.

캐나다의 민간경제연구소 AIMS의 수석정책분석가 프레드 맥마흔은 “이런 상황에서 수익과 임금의 적절한 분배균형점을 누가 결정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네덜란드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노동과 자본에 대해 80대 20으로 나누어 분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 반면, 노조관계자는 수익의 규모보다는 네덜란드의 생산성과 인플레이션, 다른 나라와 비교한 생산비용의 수준이 잣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7년 노총위원장이었던 스테켈렌부르흐는 외국기자들에게 네덜란드의 기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3년간 생산단가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프랑스에서는 30%, 독일에서는 40% 증가했다. 놀랍게도 네덜란드에서는 1% 넘게 떨어졌다. 그 대가로 우리는 고용을 늘렸다. 21%나 고용이 늘었다. 이는 프랑스의 10배, 독일의 4배에 해당한다."

임금 억제와 정부의 지출삭감으로 경제성장과 고용증진을 이루었기에 네덜란드에서 이같은 정책이 큰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협의체주의는 협상참여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외부변화에 따라 효율성을 상실하기 쉽다. 네덜란드의 경제기관인 중앙기획원도 “네덜란드의 제도에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고 인정한다.

1990년대초 노동장애수당을 받는 이가 전체 노동자 6백만명 중 1백만명에 이르렀다는 것이 좋은 예다. 현재 노동장애 판정이 보다 엄격해지고 수당이 삭감되면서 사실상 이 수당을 받는 이들은 주로 55세 이상의 사람들이 되었다.

이로 인해 실제 노동장애자가 된 보다 젊은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이들이 받는 수당은 앞으로 사회보조금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입법은 사람들이 일할 의욕을 없애서는 안된다는 기본 철학을 깔고 있다. 이런 이유로 네덜란드에서도 최고경영진의 소득세가 72%에서 60%로 경감되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목사와 상인의 나라’로 불렸다. 근검 절약을 강조하는 종교적 분위기와 함께 복지 논쟁에서 상인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네덜란드의 경제가 1970년대에 악화된 것도 이러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암스테르담대 우베 베커 교수의 지적이다.


***실업자 중 장기실업 비율이 절반 넘어**

네덜란드의 앞날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비정규직 비율이 특이할 정도로 높고, 노동시장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고용의 3분의 1이 비정규직이며 전체인구중 62%만이 직업을 갖고 있다. 네덜란드의 노동자는 1년 평균 1천4백시간 일하는 반면 미국 노동자는 2천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995년). 이러한 점이 네덜란드의 성장잠재력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DNB)도 1997년 네덜란드의 노동시장 규모가 2.5% 성장한 것은 주로 여성들이나 신규 인력들에 대한 시장의 확대일 뿐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1년 이상의 장기 실업자들을 사회로 재편입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실업자의 절반 이상이 1년 이상 장기실업자이며, 6개월 이상으로 치면 5분의 4에 이른다. 이는 장기실업자가 미국의 10~17%라는 것과 비교된다.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는 점도 네덜란드의 경제 부흥에 기여했다. 1960년~1997년 네덜란드의 인구는 32% 증가했다. 이웃 독일은 이 기간에 17% 증가한 것을 보면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새로 늘어난 일자리 중에는 생산성이 낮은 일자리가 많다. 1980~1990년 네덜란드에서는 비정규직의 증가가 무척 높았다. 노동시간을 줄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노동시장이 상당히 유연해졌고, 최저임금법과 사회보장법 개정으로 저임금의 일자리와 노동자가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여성인력이 대거 직업전선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서구 선진국에 네덜란드 모델이 적용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더욱이 네덜란드 정부와 국민들은 비정규직을 늘리는데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여가와 소득에 대해 노동자들의 선택폭을 넓여주는 방식으로서 비정규직을 선호한 것이다.

이것은 네덜란드 가정의 형태에도 유연성을 부여해 주었다. 부모 모두 또는 어느 한쪽이 비정규직을 선택해 육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독특한 환경에서 이뤄진 네덜란드의 기적은 지속가능한가. 프레드 맥하흔은 이에 대해 “장기적으로 볼 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네덜란드의 경제기적이 네덜란드의 특유한 토양 속에서 가능했던 것이며 고용구조상 장기적으로는 또다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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