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임명을 강행하면서 자유한국당이 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엿새 남은 1월 임시국회는 물론, 국회법에 정해진 2월 임시국회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는 2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조 신임 위원에 대해 임명장 수여식을 거행했다고 발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앞서 임명식 일정을 공지하며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을 지난해 12월 21일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는 인사청문 기간이 지나도 인사청문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또 대통령이 최장 10일 기일을 정해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까지 했으나 국회는 법정시한인 1월 19일이 경과했음에도 청문보고서 채택은 물론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모든 절차가 완료된 후에도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마지막까지 국회의 합의를 기다렸으나 이 또한 무산돼 안타까워했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고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대변인은 지난 21일 당시 이미 법정 시한이 도래한 조 위원의 임명에 대해, 국회의 요청으로 노영민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임명을 보류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야는 그 다음날인 22일 국회행정안전위원회를 열고 "뜬금없고 늦었지만 청문회를 해 보자"(인재근 위원장)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이후 간사 협의 과정에서 증인 채택 문제 등을 놓고 협상하다 결국 23일 협상이 결렬됐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당은 조 위원이 민주당 대선백서에 '문재인 캠프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이 올라 있다며, 백서 발간에 관여한 추미애 전 대표와 김민석 민주연구원장 등 민주당 전현직 당직자들과 인사검증을 담당한 청와대 인사수석실 관계자가 청문회에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이에 난색을 표해왔다.
김 대변인은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 대해 "산적한 과제에 대해 야당에 현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계속 구하겠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도 있으니 여러 계기에 말씀드릴 예정"이라며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약속돼 있으니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청와대는 청문회가 열릴 수 있는 시기를 충분히 줬다"며 "그 청문회를 하지 않았던 건 야당의 결정이었다"고 야당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당 강력 반발…"좌파 독재"
한국당은 이에 대해 2월 임시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한 후 기자들과 만나 "좌파 독재 저지 및 권력 농단 심판을 위한 국회에서의 릴레이 단식농성과 함께 국회 거부 투쟁을 하겠다"며 "이 시간 이후로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나 원내대표는 "선관위원은 너무나 중요한 자리다. 장관은 양보할 수 있지만, 선관위원만큼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사가 돼야 한다"며 "200여 명밖에 안 되는 (선거캠프) 특보를 선관위원에 임명하겠다는 것은 부정선거 하겠다, 민주주의를 거부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고용세습 국정조사, 김태우 사건 특검 요구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신재민 청문회' 요구도 전혀 응답이 없다. 손혜원 의원 사건에 대해서도 국정조사 요구에 묵묵부답"이라고 비판하며 "이 모든 사건들은 권력농단이다. 좌파 독재 저지, 권력농단 심판을 위해 당이 내놓은 여러 안(案)이 있는데 정부·여당은 응답하지 않고 대답이 없기 때문에 국회 일정을 할 수 없다"고 재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간 정부 측과의 소통에 대해 "(우리 당은) '청문회를 다시 하자고 요청했고, 오늘 오전까지도 청와대 측에 '청문회를 해 보자. 강행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임명을 강행했다"고 밝히며 "야당 얘기를 철저 무시하는 청와대와 저희는 더 이상 같이 정치할 수 없다. 국회 거부한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여야정 상설협의체도 거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도 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답하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도 중단되는지와 관련해서도 "모두 보이콧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후보자 임명 강행 문제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오만의 극치다. 낙하산 인사 끝판왕이며, 헌법 파괴행위를 일삼는 폭주"라며 "끝까지 임명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여야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인사 검증자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는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행안위 간사는 같은날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임명 강행은 위험한 폭주"라고 규탄하면서 "민주당은 가장 핵심 증인인 인사 검증자에 대해 완강히 합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 위원 임명이 강행될 경우 그를 위계(속임수)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평화당도 김정현 대변인 논평에서 "정치적 시비가 가시기도 전에 임명을 강행해 정국이 경색된다면 그것을 풀 책임은 임명권자가 져야 할 것"이라며 "지금 국회는 각종 개혁 입법과 선거구제 개혁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여당은 정국 경색을 풀 보따리를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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