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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무디스, 엔론 신용등급 조작 의혹"

루빈 前장관, 레이 엔론회장 등 정부에 조작 부탁

‘미국판 대우사태’인 엔론게이트의 파장이 무디스 등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의 신뢰성마저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다.

엔론사의 케네스 레이 회장과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등이 미 상무부 장관과 재무부 차관에게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들에게 엔론의 신용등급을 낮추지 말라는 부탁을 해달라”는 로비를 펼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재무부는 이같은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무디스는 엔론의 신용등급을 종전대로 유지하다가 엔론이 파산신청을 한 직후에야 투자적격에서 투자부적격으로 다섯 등급이나 낮춤으로써 무디스와 미 정부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디스 등은 이번 엔론게이트 외에도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금융위기때 및 지난 98년말의 한국 등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 때에도 월가 및 미 재무부와 밀접한 사전협의를 가졌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바 있어, 앞으로 이들의 신용평가 결과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엔론사태는 그동안 미국이 추구해온 ‘앵글로색슨 자본주의’의 근간인 신용평가기관의 신뢰마저 밑둥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루빈 전재무장관, 루이 회장 등 미 정부에 신용등급 조작 로비**

미 재무부의 미셸 데이비스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클린턴 정부시절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공동회장이 지난 11월8일 피터 피셔 국내금융담당 재무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신용평가기관들이 엔론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도록 채권 은행단이 이들 기관과 협력토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그러나 “피셔 차관이 루빈 회장에게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으며 신용평가기관들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엔론사의 케네스 레이 회장도 돈 에반스 상무장관에게 무디스가 엔론사 부채 신용등급을 낮추지 않도록 설득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레이 회장이 에반스 상무장관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엔론사의 부채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엔론사 부채 신용등급을 낮추지 않도록 설득하는 어떤 조치도 환영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그러나 에반스 장관은 이같은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와 상무부 대변인의 해명대로라면 무디스는 엔론게이트와 전혀 무관하다.
그러나 무디스의 그후 행동을 보면 ‘무디스가 과연 무관할까’라는 강한 의혹이 제기된다.
무디스는 엔론의 부실은폐 및 이익 허위증식 행위가 밝혀지면서 엔론주가가 대폭락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엔론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무디스가 엔론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치한 것은 12월2일 엔론이 파산신청을 한 다음날인 12월3일의 일이다.

***무디스, 엔론 파산이후에야 신용등급 다섯 등급 하향조정**

무디스는 3일에야 엔론의 선순위 무보증 채권 등급을 투자적격인 B2투에서 투자부적격인 Ca로 다섯 단계나 하향조정했다. 아울러 기업어음에 대해서는 낫 프라임 등급을 매겼다.
무디스는 사방에서 엔론을 둘러싸고 난리법석이 나도 ‘울리지 않는 경보기’였던 것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무디스와 월가, 미 정부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유착 관계를 의심해왔다.
이들은 특히 클린턴 집권시절 미 재무부장관 자격으로 월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공동회장이 로비에 나선 대목을 기존의 의혹을 확인시켜 준 결정적 증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루빈은 클린턴정권 시절 자신의 휘하에 있던 피셔 재무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신용평가기관들이 엔론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도록 채권 은행단이 이들 기관과 협력토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뒤집어 보면 루빈이 재무장관 시절 채권은행단과 신용평가기관들이 신용등급 조정 과정에 협의하도록 역할을 해왔다는 결정적 증거라는 것이다.

***파이스턴 이코노믹리뷰가 말하는 무디스와 월가의 유착관계**

무디스와 월가, 미 재무부 간의 유착은 그동안 외국언론들에 의해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이같은 여러 보도 가운데 가장 적나라하게 그 실체를 밝힌 언론매체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경제주간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였다. 이 잡지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98년 8월초 특집기사에서 무디스의 오류와 월가와의 유착관계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무디스가 최근 외자도입을 위해 미국, 유럽 로드쇼를 준비하던 말레이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3단계나 내렸다. 결국 말레이시아 국채는 거의 정크 본드 직전 등급인 Baa2로 떨어지고 말레이시아 증시는 9년 이래 가장 낮은 가격으로 폭락했으며, 당초 20억 달러를 조성하려던 말레이시아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등급 하향조정에 얽매이지 말 것’을 부탁하며 ‘이들 신용평가기관의 등급은 과연 누가 매기느냐’고 무디스에 강한 반발을 토로했다.

이같은 물음은 무수한 아시아 금융지도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시장은 무디스가 7월22일 일본의 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치자 동요하고 있으며, 7월28일에는 태국의 6개 은행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었고, 이틀 뒤에는 9개 중국은행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었다.

신용평가사에 대한 불만은 대상국말고도 투자가, 기업 등 다양한 경로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디스가 경제위기를 사전에 경고하는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 반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만 내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 무디스 등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은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정보망으로 독보적인 분석력을 갖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무디스 등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의 활동을 고려해볼 때 그 신뢰도는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 최근 금융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반(反)무디스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무디스 뉴욕 본사의 크리스토퍼 마호니 사장은 최근 급속히 불거지는 반(反)무디스 정서와 관련, ‘우리는 단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의 견해가 전혀 오류가 없다고 밝힌 적은 없다’고 반박 겸 해명하고 있다.

그는 태국의 경우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5월보다 1년여 전에 무디스가 이상징후를 발견, 여러 차례 경고하고 등급 조정에 나서는 등 나름대로 정확한 평가기능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문제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잘못을 시인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등급 조정이 시장의 움직임과 반드시 일치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1997년 12월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Ba1으로 갑자기 낮춘 것은 단기간에 매우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며 우회적으로 실수를 시인했다.

비판가들은 신용평가사들이 세계 금융시스템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정부의 통계발표, 특히 무역수지, 외환보유고 같은 전형적인 거시경제 접근법을 채택하는 바람에 급변하는 시장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벤저민 디스레일리 전 영국 총리는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거짓말, 고약한 거짓말, 정부통계가 바로 그것’이라고 정부발표 통계의 허구성을 밝힌 바 있다. 무디스는 실제로 태국의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 7월 태국의 외환보유고가 3백억 달러에 이른다는 타이 정부의 발표를 믿었다. 그러나 타이의 실제 가용 외환보유고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판자들은 무디스의 등급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무디스의 경우 분석가들의 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그 첫 번째 비판. 아시아 위기 직전에 무디스는 분석관 1명이 동남아 5개국과 5개 중동국가 등 10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모두 책임지고 있었다. 외환위기 발생전 아시아 시장을 책임맡고 있는 홍콩에 주재하는 분석가도 7명에 불과했다(그뒤 무디스는 홍콩 분석가의 수를 16명으로 늘렸다).

두 번째 비판은 지역 분석가들이 모두 현지 경험이 전무한 뉴욕 출신이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신용평가도 정부부문, 기업부문, 금융부문 등 3개 부문으로 각각 분산되어 있어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또 무디스 직원들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골드먼 삭스나 J.P 모건 등으로 전직하기 위해 충격적으로 신용등급을 발표, 자신의 얼굴을 알리려 한다는 소문도 있다. 실제로 골드먼 삭스사의 도쿄 지점의 부회장인 오카베 신지나 솔로몬사의 타란, 뉴욕 J.P 모건사의 경영 책임자인 로저 아너 등이 무디스 출신이다.

그러나 무디스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아시아 현지의 분석가들이 아니라, 뉴욕에 있던 라틴아메리카 출신 전문가들이었다는 점을 들어 이같은 비판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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