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변화의 훈풍이 불기 시작"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변화의 훈풍이 불기 시작"

평양 르포-외국인 사업가 발길 늘어

홍콩의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FEER)지는 최신호에서 북한 평양 르포 기사를 게재했다.
이 잡지는 북한은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는 남한과의 경협을 적극 추진해야 하고, 그래야만 외국투자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중국식 모델은 아니더라도 개혁, 개방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다음은 피터 스머든 기자가 쓴 로포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평양 금수산 기념궁전에 전시된 북한의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동상 옆에서 매일 흐느껴 우는 임무를 맡은 여인들이 사라졌다. 지난 1999년 방문했을 때와 달라진 광경이었다. 대신 94년 그의 사망 소식에 통곡하는 인민들의 벽화로 둘러싸인 탄식의 방이 새로 선보였다.

바라는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은 주체사상의 구호를 벗어나 해외원조와 투자에 대해 조금씩 개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권을 보존하려면 다른 선택이 없어 보인다는 인식에서다.

변화의 바람은 약하지만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호텔 비즈니스 센터의 호화로움이나 썰렁했던 대로에 차들이 좀 많아진 것이 눈에 띈다. 고위층에 국한된 것이지만 이메일 서비스가 실시됐고 영어를 배우는 젊은 당원들의 열기가 높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외국에서 값싼 노동력을 찾아 이곳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는 것이다.
중국계 미국인 엘렌 선은 중국 남부의 의류업체 시노 콩코드 인터내셔널 엔터프라이즈의 이사다. 그녀는 평양에서 니트웨어를 주문생산하려고 한다.

그녀는 "북한이 10년전의 중국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구세대는 과거에 젖어있지만 새로운 세대는 하이테크와 컴퓨터 등 새로운 변화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은 사업이고 정치는 정치다"라는 중국의 메시지가 평양에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평양의 한 공장을 둘러본 후 엘렌 선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임금이 중국보다 30%는 낮아야 채산성이 있어요. 일꾼들이 그저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죠. 일할 동기를 못느끼는 것 같아요. 체제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북한은 70년대 산업화가 되었지만 소련이 건설한 대부분의 공장들을 폐쇄했다. 전시체제를 벗어나지 못해 세계에서 가장 기형적인 경제가 된 북한은 80년대 들어 외채를 갚을 능력을 상실했다. 북한은 중국에 비해 경작할 땅도 거의 없고 인구도 2천2백만명에 불과하다. 사회기반시설은 거의 없다. 인민을 먹여살릴 식량도 없다. 주민 60%가 만성적인 영양실조다.

그러나 지난 2개월 동안에도 외국에서 공식시찰단이 수십번 찾아왔고 사업기회를 찾아 개인사업자들도 많이 왔다. 2년전 김정일이 한국과 교류의 물꼬를 트고 가능한 한 많은 나라들과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시작된 변화다. 2000년 6월 평양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북한에 급격한 변화가 있으리라는 비현실적인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주로 유럽에 있는 16개 이상의 나라와 외교관계를 새로 맺었다.

다시 태도가 바뀔지 모르지만 평양의 보통강 호텔(특급)에 들어서면 변화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호텔내 팩스, 국제전화 등이 설치된 비즈니스 센터와 외환창구가 그것이다. 전력난이 심한 북한에서 일제 전자제품들로 조명과 난방이 이처럼 잘 되는 곳이 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반면 한켠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를 파는 상점이 있는데, 흐릿한 조명에 난방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비즈니스 센터쪽의 따뜻한 공기가 통하도록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북한을 찾은 방문객들은 사회기반시설이 열악하고 관리들이 뻣뻣한 데다 외부세계에 놀라울 정도로 무지한 데 실망하고 돌아간다. 그러나 이곳을 찾아본 경험자들은 길게 보라고 조언한다. 한 외국인 사업가의 말이다.

“이곳을 처음 찾은 이는 크게 실망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80년대에 내가 왔을 때와는 거리의 사람들이 100% 달라졌어요. 이제 그들은 암청색만이 아닌 여러 색깔의 옷을 입고 있어요. 상점마다 사람들이 있죠. 예전보다 적극적이고 개방적 태도도 엿보입니다.”

부패, 소매치기, 절도 등 범죄도 늘고 있는 추세지만 이는 돈많은 외국인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보다는 통제에 맞추어진 사회체체에서 외국인은 돈으로 해결할 일이 많다.

“급히 비행기표가 필요하면 술 한 병과 담배 두 보루를 줘야 한다. 나는 이것이 민주주의의 대가로 생각한다.”

외국인 사업가의 이같은 말은 북한의 통제체제가 느슨해졌으며 주민들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과감히 행동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1월 중순 남북실무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도 남북의 경제 교류는 다소 침체되었지만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정치적인 교착상태에서 경제교역이 지속되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한 서방 외교관은 “남북 교역이 정치와 관계없이 지속돼야할 만큼 중요성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2001년 들어 11월까지 관광객을 제외하고도 북한을 방문한 남한인사가 8천1백5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교역량은 10월까지 3억3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교역이 북한의 개방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외교적 문제가 더 이상의 진전을 막고 있다. 미국과 유럽과의 관계는 남북관계 개선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북한은 김일성 탄생 90주년 행사와 김정일의 60번째 생일 축하행사준비로 외교관계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그러나 주체사상에 대한 강조를 예전에 비해 덜 하는 것을 보면 내부적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주민들이 이제는 저녁 사상학습을 받으러 다니지 않는다”고 평양에 사는 한 외국인이 말했다.

대외문화연락위 전영진 부위원장은 “서방에서 북한의 개혁을 원하지만 우리의 체제는 우수하다. 단지 외국의 첨단기술 도입과 합자 회사 설립 등을 장려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자본주의로 가는 길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면 사회주의를 약화시키지 않고서도 지속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김일성 대학에서 만난 지나 보위는 영국 출신으로 이곳에서 영어를 가르친 지 한 달이 넘었다. 영어의 네이티브 스피커로서 평양에는 그녀가 처음이라고 한다.“네이티브 스피커도 없는데 이곳 사람들은 영어 실력이 좋은 편이다"고 그녀는 말했다.

컴퓨터 엔지니어, 의사, 과학자 등이 이곳에서 인기있는 직업이다. 교수들은 많은 학생들이 외교관이나 해외무역부에서 일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10여개 독일 회사로 구성된 독일 아태 비즈니스 협회의 군터 운터벡 회장은 “남북교역은 수익지향 경제협력에 바탕을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운터벡 회장은 북한에서 16년 동안 사업을 했는데, 북한과 독일의 교역도 지난해 두 배로 늘었다고 말한다.

북한은 지난 2년간 대외무역에 종사하는 국영기업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잉여인력은 해고했다. 이 나라에서는 드문 조치다.

이곳 관리들은 북한에 인터넷과 휴대폰도 조만간 서비스될 것으로 보았다. 지난해 12월1일 중국의 선양에 위치한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평양의 고위관료들이 사용하는 인트라넷과 연결된 이메일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 등록비만 1백달러고, 건당 1.5달러의 요금을 내야 한다.
지난 6월 기준으로 북한의 원달러 환율은 공식적으로 1달러당 2.15원이다. 그러나 암시장에서는 7원까지 간다고 외국인 사업가들은 귀띔한다.

지난 9월 북한 정부의 대폭적인 개각 때 40대~50대 기술관료들이 경제관련기관의 요직에 대거 배치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무역 거래량은 중국과의 거래가 증가한데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 15.6%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은 7.5% 감소한 2억4천4백만 달러인데 비해 수입은 26% 늘어난 7억3천2백만 달러다. 그러나 이곳에서 사업하는 외국인들은 수출보험도 되지 않고 대부분의 거래가 현금 선불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큰 것이 애로점이라고 토로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