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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어떤 해?-국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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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02 어떤 해?-국내 경제

상반기 '유동성 장세' 확실, 하반기는 불투명

‘전강후약(前强後弱)’일까, ‘전약후강(前弱後强)’일까.

2002년 올해 경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엇갈리는 시각이다.
전강후약이란 상반기에 경기가 크게 활기를 띠다가 하반기 들어서는 침체국면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을 가리킨다. ‘최악의 상황’이다. 반대로 전약후강이란 상반기에는 지난해보다 약간 나은 완만한 회복국면을 보이다가 하반기 들어 본격적 회복세를 타리라는 전망이다. 이는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주체들에게 전강후약의 경우에 대비해선 ‘비상 시나리오’를, 전약후강 국면에 대비해선 ‘과도한 거품’을 막기 위한 탄력적 정책 집행자세가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 ‘전약후강’**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민간경제연구소 등 대다수 경제전문기관들이 현재까지 내놓고 있는 전망은 후자인 ‘전약후강’에 가깝다. 상반기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들어 본격적 회복국면을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은 우리나라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경제가 하반기부터 본격적 회복국면에 들어서는 등 ‘해외변수’가 결정적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경기회복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선 상반기에 경기를 견인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을 총집결해야 한다는 게 정책당국의 판단이다.
이대로만 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게 확실하다.

자못 낙관적인 ‘전약후강’ 전망은 연초 증시에도 큰 영향을 줘, 2일 개장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말 종가보다 무려 31.25포인트나 급등한 724.95를 기록했다. 종합주가가 72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0년 8월29일이후 16개월만의 일이다. 새해 첫날을 멋있게 출발한 셈이다.
이날 주가급등에서 주목할 대목은 반도체주로 대표되는 수출종목과 백화점주로 대표되는 내수종목이 상승의 양대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수출과 내수 모두가 양호한 성적을 거뒀으니, 내용적으로 볼 때 더없이 바람직한 상승세이다. 이같은 전망에 호응하듯 이날 외국인투자가들은 현물외에 선물도 3천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앞으로의 경제 전망도 좋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이처럼 지금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핑크빛’ 일색이다.
주가는 본래 실물경기에 선행하는 법이다. 따라서 전망대로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좋아진다면 주가가 앞서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한국 등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수출국가들의 경우 미국의 경기회복에 평균 6개월 앞서 주가가 올랐다”는 과거 경험치를 보면 작금의 주가 상승세는 합법칙성을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상반기 경기호황을 예고하는 4가지 호재**

그러나 이같은 전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상반기에 주가가 급등하다가 하반기에 뚝 떨어지는 ‘전강후약’의 가능성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강후약’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신중론자들은 상반기에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반기에는 각종 호재가 즐비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주가급등을 예고하는 호재로 최소한 다음 4가지를 꼽고 있다.

첫 번째로, 정부가 예산집행을 상반기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최고 70%를 조기집행해 지난해말부터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내수를 한 단계 확실하게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로, 월드컵 특수가 예상되고 있다. 오는 5월31일의 월드컵 개최는 심각한 위기국면을 맡고 있는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를 비롯해 유통업계, 요식업계 등 내수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게 확실하다.

세 번째로,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하이닉스, 대우자동차, 대한생명, 한보철강, 서울은행 등의 처리를 상반기내에 조기 매듭짓겠다는 게 정부방침이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2일 하이닉스, 대우자동차 처리를 이달내에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대한생명과 신동아화재도 이달 중순께 매각의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고, 한보철강과 서울은행 등은 늦어도 상반기내에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금 밑지는 장사를 하더라도 더 이상 시간을 끄는 일없이 상반기내에 당면현안을 모두 매듭짓겠다는 게 정부방침인 것이다.

네 번째는,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이다. 지난해 10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에 이어 무디스도 연초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이미 예고된 것이기는 하나 무디스의 상향조정은 외국인투자자금의 유입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같은 4대 호재는 상반기 주가를 크게 끌어올리고, 그 결과 주가상승에 따른 가용자산 증가로 내수를 한층 증가시키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이같은 상승곡선은 6월 월드컵을 지나 7~8월 휴가시즌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전강후약’**

그러나 하반기에는 결정적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12월 대통령선거가 그것이다.
대통령선거로 상징되는 정치일정은 언제나 경제에는 마이너스 작용을 해왔다.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을 내수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업의 투자가 뒷받침돼야만 비로소 경기는 확실한 회복국면에 들어설 수 있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상반기는 ‘유동성 장세’에 기초한 내수위주의 경기회복 국면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선 기업들의 왕성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 기업들은 올해 투자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수출이 기대밖으로 급증한다면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많이 해봤자 지난해 수준에서 멈추겠다는 게 대다수 기업들의 플랜이다.

기업들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대통령선거 국면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다른 하나는 해외변수의 불확실성이다.

***해외변수도 예의주시해야**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미시경제팀장은 "상반기에는 내수로 경기를 끌어올리고 하반기에는 미국경기 호전이라는 해외변수 호전에 힘입어 경기를 도약시킨다는 현재의 시나리오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그러나 과연 해외변수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작금의 세계불황의 근원인 미국 정보통신(IT)산업의 거품이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이며 올해를 ‘전쟁의 해’로 선포한 미국의 부시정권이 테러전쟁을 이라크 등으로 확전시킬 경우 유가급등 등 경제적 부작용이 우려되고 엔저(低) 등 일본발 금융공황의 위기도 상존하고 있는 불안한 상태”라며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해외변수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팀장은 “이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선 낙관적 시나리오에만 안주하지 말고 만약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최악의 시나리오도 동시에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해외변수가 예상밖으로 호재로 작용하지 못할 경우 ‘정치 변수’가 결정적 악재로 작용할 위험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선거라는 중차대한 정치일정을 앞둔 정치세력 및 정부가 추경예산 편성 등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럴 경우 재정의 건전성 등이 크게 손상을 입으면서 두고두고 경제의 악재로 작용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 차기정권의 최대과제가 IMF구제금융 상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러하다.
일시적 유동성 장세에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대응이 요구되는 한 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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