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등 기세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양강으로 평가받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보수·우파' 표심을 놓고 초반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황 전 총리는 사흘째 통합진보당 해산 주도 경력을 훈장처럼 내세웠고, 오 전 시장은 돌연 핵개발론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오세훈 "전술핵 재배치 넘어 야당이 핵개발 논의 촉발해야"
오 전 시장은 23일 한국당 북핵 문제 토론회에 참석해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며 "당론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뛰어넘어 핵개발에 대한 실증적 논의를 촉발할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저는 핵개발론자는 아니지만 (핵개발론이) 전략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만약 한국에서 핵개발 논의가 촉발된다면 미국과 중국의 생각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다만 "우리 처지에서 핵개발 논의 본격화는 불안하고 외교적 부담이 되는 것도 안다"며 "그러나 야당발로 논의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큰 전략적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토론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오래 고민을 거쳐 숙성한 생각"이라며 "이달 말 이전"에, 즉 1월 중으로 자신이 쓴 책의 출판 기념회를 갖고 핵개발론 문제를 포함한 자신의 비전을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출마선언 시점에 대해서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캠프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출판기념회와는 별도로 출마선언 자리를 마련할 방향임을 시사했다.
오 전 시장은 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1박 2일로 영남을 방문해 보니 이 정권은 경제에 관한 한 씻을 수 없는 죄악을 범하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며 "정말 (정권을) 심판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이번 전당대회가 심판의 바탕이 될 다수 의석을 달성하는,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전당대회가 될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쟁자인 황교안 전 총리가 연일 통진당 해산을 언급하는 데 대한 평가를 묻자 그는 "큰 틀의 원칙은 보수대통합"이라며 "보수 우파는 한국당이 당내 통합을 하고 외연을 확장해 총선에서 분열되지 않은 상태로 선거를 치러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황교안 "통진당 해산, 제가 대통령께 건의했다"
황 전 총리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대여(對與) 투쟁 경력으로 통진당 해산을 내세웠는데, 홍준표 전 대표가 통진당 해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결정이지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황 전 총리의 공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제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께 건의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는 정당입니다. 해산을 해야 합니다'(라고) 건의를 했다. 어려운 건의를 드렸다. 대통령께서 결단했다. '합시다.' 그래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게 됐다."
황 전 총리는 또 자신이 대표가 되면 대구·경북(TK) 지역 민심은 결집하겠지만 수도권 선거에는 오히려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저에 대해 여러 '가짜 뉴스가 많은 것 같다"며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짜 뉴스'의 사례로 자신의 병역 문제를 선제적으로 언급하며 "여러 차례 해명했다. (나는) 흙수저이고 병역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가정이 아니다. 아버지가 없고, 어머니가 살림하면서 대학 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신검을 받았는데 무슨 비리가 있겠느냐"고 말하고 "비리를 저지르려 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면제를 받는 그런 병(病)을 택했을 것 아니냐. 드물게 나오는, 나는 병명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황 전 총리의 병역 면제 사유는 만성 담마진(두드러기성 질환)이다.
황 전 총리는 '친박 프레임으로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과거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주범 중 하나를 제가 수사해 중형을 구형했는데, 다시 공직에 들어왔을 때 저와 친구가 됐다. 이 분이 과거의 잘못된 친북 노선을 바꾸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르는 변화가 있었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한다면 적(敵)과 같은 분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자신의 출마선언 시점을 묻는 말에는 "여러 의견들에 비춰서 국민·당원들이 바라는 바에 어긋나지 않게 할 것"이라면서 다만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조만간 출마선언을 할 방침을 시사했다.
김병준·김무성도 저울질
황교안·오세훈 두 주자 외에도 이날 안상수·김진태 의원이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는 등 한국당은 점점 전당대회 분위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현직 당 대표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설도 지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 마음은 다 정리가 됐다"며 "내 역할이 무엇인지 내일(24일) 말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출마한다, 하지 않는다 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의 미래와 진로에 관한 문제, 그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김 위원장 출마설에 대해 "여러 얘기가 들려서 보고 있다"며 "본인이 지혜롭게 잘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김 위원장이 출마한다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상 가능하지 않은 행보", "상식에는 잘 맞지 않는 판단"이 될 것이라며 "비대위를 끝까지 책임지고 전대가 무사히 이뤄질 수 있도록 마무리를 잘 하는 게 (김 위원장의) 제1의 소임 같은데, 어떤 경로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비박계·복당파 그룹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도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 주재 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당대회는 화합·통합의 전당대회가 돼야 하는데 단일성 지도체제를 채택하며 이전투구로 갈까 걱정된다"며 "위기가 오면 나서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다만 "황 전 총리가 뛰어들어 혼전으로 가는 것 같다. 그 반작용으로 홍준표 전 대표도 나올 것 같고, 김병준 위원장도 고민하는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은) 오늘 내일 중으로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 나온다면 비대위원장 직을 던지고 나올 것이고, '지금까지 전대 관리를 했던 사람'라는 지적이 있어도 그 지적을 뛰어넘는 명분이 생겼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아시아경제>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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