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통계는 조작에 근거한 거짓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통계는 조작에 근거한 거짓말"

정부의 통계조작 빈발

정부의 통계발표를 보면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제성장률, 실업률, 소득불평등률 등은 특히 정부의 필요에 의해 조작될 가능성이 높은 통계수치다. 선진국에서도 이런 일은 예외가 아닌 듯하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통계란 ‘오류와 조작’에 근거한 거짓말”에 가깝다는 요지의 기사에서 통계를 그대로 믿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거짓말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 하나가 통계다**

“거짓말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벤저민 디스레일이 했다는 명언으로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에 나온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경구다.

분석가, 사업가, 정치인들은 각종 데이터와 통계를 여론조작을 위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업의 건전성을 이해하거나 공공정책을 평가하는 데 숫자에 의존하려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엄청난 손해를 보고 만 기술주에 대한 투자는 주로 이 분야의 분석가들이 제시한 숫자에 기초해 이뤄졌다. 이 분석가들은 '통계를 이용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무사히 빠져나갔다. 많은 투자자들은 분석가들이 제시한 통계의 이면을 보려 하지 않고 ‘믿고 싶어서 믿었을 뿐’이다.

통계가 얼마나 우스운 것인가는 1954년에 출판된 대럴 허프(Darrell Huff)의 <How to Lie with Statistics>(통계로 거짓말 하는 방법)이 잘 말해준다. 이 책은 지금도 재판을 거듭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발췌해보자.

“미국인은 하루에 평균 1.02회씩 이를 닦고 있다는 기사를 읽게 된다면 이렇게 자문해 보길 바란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알게 되었는가라고.
수많은 광고를 통해 이를 닦지 않은 사람은 사회적 위반자라고 몇 번이고 세뇌받은 숙녀가 난생 처음 만나는 방문자에게 자기는 규칙적으로 매일 이를 닦지는 않는다는 것을 고백할 용기가 있을까?
따라서 이 통계숫자는 그저 이를 닦는 것에 관해 사람들이 무엇이라 말했을까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한에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칫솔로 몇 번 앞니를 닦았는가 하는데 관해서는 아무 결론도 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통계학과 방법론은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한만큼 내부용으로 정확한 결과를 알고 싶을 경우에는 상당히 과학적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정책을 둘러싼 논쟁이나 사업상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통계는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들은 흔히 통계를 조작해왔다**

왜 그럴까.
3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첫번째, 통계치는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두번째, 의사결정자들이 통계 자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세번째, 통계종사자들이 보다 정확한 통계방식을 사용하는 데 종종 뒤처지기 때문이다.

사실 통계를 악용하는 사람을 탓하기는 쉽다. 하지만 통계수치에 대해 생각하기 싫어하는 심리가 위아래 가릴 것 없이 퍼져있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

200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맥패든은 1964년 그가 미국 경제자문위윈회에 있었을 때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은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범위값으로 제시되자 "범위값으로 내는 통계수치는 개나 줘버려. 고정값으로 제시해"라며 신경질을 냈다고 한다.
그 결과 고정값이 철저하게 불신되는 경제성장률 예상치조차 이제는 범위값으로 발표하는 기관이 별로 없다.

의학이나 과학 연구와는 달리 통계경제학 연구자들은 자기만의 주제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통계경제학자들은 난해한 논쟁을 벌이는 데 열중할 뿐, 현실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는 데에는 별 노력을 하지 않아왔다는 것은 맥패든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들은 외부와 교류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이 거짓말과 통계의 거리가 좁혀지기에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이같은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는 "우리는?"이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3ㆍ4분기 대졸자 가구와 고졸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격차가 1백만원을 넘어섰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나오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3ㆍ4분기 대졸자의 소득 증가액(54만원)은 대학원졸(40만원), 고졸(24만원) 가구를 훨씬 능가한다.
이 발표가 나오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월급이 50만원이나 올랐다는 것이냐”고 항의하는 대졸자들이 많았다.

통계에 따르면 올 2ㆍ4분기에는 대졸자(8만원 감소), 고졸자(19만원 감소)가구 소득이 줄어드는 데도 초등학교 졸업자 가구 소득은 오히려 31만원이나 늘어났다.
이처럼 들쭉날쭉한 결과에 대해 통계청은 "우리도 원인은 알 수 없다" 면서도 "그러나 조사된 수치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이 양심적으로 했다면, 이는 '통계의 오류'에 해당하는 사례로 의심이 된다.
그러나 얼마전 발표된 소득분배 통계(지니계수)가 전체 가구의 38%만을 대상으로 조사해 소득불균형 정도가 과소 평가되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을 보면 이는 통계 조작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지난 9월초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은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언론에 보도하거나 기고할 경우 관계부처 및 국무조정실과 협의할 것을 국책연구기관에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많은 비난을 받았다. 정부의 경제통계 수치가 사전에 조작(정부는 조정이라고 부르고 있다)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부 각 부처에서 정책실패를 숨기거나 업적을 부풀리기 위해 주요 경제 통계 수치를 불리하면 축소하고 유리한 것은 과장하는 등 ‘통계 분식(扮飾)’ 행위가 잇따른 사실이 드러났다.
통계청이 실질임금을 계산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 대신 생산자물가지수를 사용해 근로자 실질임금을 실제보다 부풀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통계발표전에 정부간 사전조정작업 거쳐**

통계청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1년 5개월 가운데 11개월 동안 소비자 물가지수를 토대로 산정해야 하는 실질임금을 생산자 물가지수 기준으로 산정해 발표했다.

통계청은 올해 1~5월 실질임금 산정 때 생산자 물가지수를 적용했고 지난해 1~4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 5~9월 생산자물가지수,10~11월 소비자물가지수, 12월에는 생산자물가지수를 각각 적용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은 실제로 5.6%에 그쳤으나 이보다 1.2% 포인트 높은 6.8%로 공표됐다. 또 실질임금이 0.3% 떨어졌던 지난해 9월 1.1% 상승했다고 발표됐고 역시 실질임금이 하락했던 지난해 12월(-0.8%)과 지난 4월(-0.3%), 5월(-0.4%)에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다.

통계청은 또 지난 6월 배추 가격이 91%나 폭등하자 여름에는 출하되지도 않는 봄ㆍ가을 배추를 포함시켜 배추값 상승률을 실제(97%)의 3분의1 수준인 31%로 발표했다.

엉터리 정책을 밀기 위해 통계를 왜곡한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가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한 산업자원부의 발표다. 산자부는 당시 “월 사용량이 300㎾를 넘어 누진제를 적용받는 가구는 8.5%에 불과하며, 91%의 서민 가구는 누진제에서 제외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산자부 자료는 여름 통계가 아니라, 연평균 전력사용량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지난해 8월 3백㎾이상 가구가 16%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월 외국인 투자유치 감소율이 7.5%에 불과했다는 발표도 축소의혹을 샀다. 허위 외자유치 말썽을 빚은 리타워텍 투자(13억5천만달러)를 이전에는 정상투자로 분류해 오다가 갑자기 제외했기 때문으로 이를 포함하면 투자 감소율은 66%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업률, 경제성장률 등 각종 경제통계가 작성기관에서 확정하기도 전에 청와대나 경제부총리 등이 미리 발표하는 경우는 늘 의혹 대상이 되어왔다.
이와 관련,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한 잡지와의 대담에서 “정치인들은 경제정책은 심리학이라고 하는데, 지나고보니 거짓말인 것을 알게 되면 신뢰가 상실되고 그렇게 되면 경제정책은 기대와 다른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