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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의 4가지 허구

월급쟁이와 소비자만 골병 들 판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정부여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일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를 골자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거대야권이 손을 잡은만큼 본회의 통과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6년이래 6년만에 또다시 세율이 2%포인트 내리게 된 것이다.

세금을 깎아준다고 하니 당연히 기업들은 쌍수 들어 환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3천억원, 후반부터는 해마다 1조5천억원대의 세금을 덜 내도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나 그렇게 간단치 않다. 세금을 덜 걷는 만큼 정부가 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기업이 덜 내는 만큼 누군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부담은 곧바로 소비자 및 임금생활자들에게 돌아오게 돼 있다.

***경기부양 효과는 의문, 임금생활자에게만 세부담 가중**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6.7%에 달한다. IMF사태로 기업들이 연쇄도산하면서 지난 99년 12.4%까지 낮아졌다가 지난해에는 증시 및 반도체 호황 등의 영향을 받아 이례적으로 19.2%로 일시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지는 추세다. 정부는 당초 내년도 법인세 비중이 올해보다 낮은 15.6%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이번 법인세법 개정으로 그 비중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등 야권은 이번 법인세 인하 강행의 명분으로 ‘경기부양’을 꼽고 있다.
경제 주체인 기업에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를 인하해줘야만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의 김만제 정책위의장은 “재정 방출보다는 감세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왔다. 한나라당은 “이렇게 우선 기업부터 살아나야 고용이 늘어 궁극적으로는 임금생활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법”이라 말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상당부분 허구다.
우선 기업들이 왜 지금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가부터 살펴보자. 과연 세금이 높아서인가. 그렇지 않다. 현행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는 28%(과세표준 1억원이상 대기업)로 미국(35%), 프랑스(33.1%), 일본(30%), 영국(30%) 등보다 낮다. 심지어는 중국(33%)보다도 낮다. 대만(25%), 독일(25%), 싱가포르(25.5%)보다는 다소 높으나 별 차이가 없다.
지금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는 세금이 아니라 제품경쟁력 부재, 비전 부재인 것이다. 세금 인하가 일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나 본질적 위기해법은 아닌 것이다.

두 번째, 과연 경기부양 효과가 클 것인가.
그렇지 않다. 법인세법 개정으로 내년에 기업들에게 돌아갈 감세 혜택은 3천억원에 불과하다. 후년인 2003년부터나 1조5천억원대 감세 혜택이 돌아간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대목은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완연한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의 경우 내년에 평균 3.9%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하반기에는 5%대이상의 고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럴 때 법인세 인하 혜택까지 돌아가면 불에 기름 붓는 역효과가 우려되기도 한다.
요컨대 법인세 인하는 경기부양이 아니라 ‘경기과열’로 연결될 위험성이 큰 것이다.

***기업의 '표'와 '자금'을 의식했나**

세 번째, 재정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집중적으로 재정부실화 문제를 쟁점화해왔다. 지난해 4.13 총선때에도 한나라당은 “정부의 총부채가 정부발표 2백조원보다 세배나 많은 6백조원에 달한다”고 주장, 선거에서 이기는 데 톡톡히 재미를 봤다. 그러던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재정 부실화를 가속화할 법인세 인하를 강행처리했다. 그러면서 재정에 미칠 악영향은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주장대로 6백조원의 국가채무가 있다면 한 푼이 아쉬운 판인데 말이다. 앞뒤 문맥이 안 맞는 대목이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이번 결정이 기업인들의 '표'와 '자금'을 의식한 행위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누가 이 감세 부담을 떠맡을 것인가이다.
예기치 못한 세수결함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택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적자 국채 발행이고, 다른 하나는 부가가치세나 근로소득세 등 소비자 및 임금생활자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을 올리는 것이다. 어느 방법을 택하든 그 부담은 소비자와 임금생활자들에게 돌아오게 마련이다. 이미 IMF사태후 소비자와 임금생활자들이 부담하는 간접세 비중은 급속히 높아져, 직접세 비중을 앞지른지 오래다. 한나라당의 선택은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할 뿐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법인세 인하를 강행하며 근거중 하나로 미국등이 법인세 인하를 추진중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진행중인 논쟁은 소개하지 않고 있다.
친(親)자본적 성격이 농후한 조지 W.부시 정권은 출범직후 1조3천5백억달러 규모의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즉각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법인세 인하가 경기부양에는 별 효과 없는 반면, 부익부 빈익빈 및 재정 부실화를 초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감세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클린턴정권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공동회장은 지난 7월25일 상원 청문회에 나와 “감세는 가장 건전치 못한 정책으로 국가재산의 심각한 감소를 의미하는 동시에 미국의 지불능력에 대한 중차대한 신뢰의 상실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결국 부시는 여론의 힘에 밀려 법인세 인하 대신 재정흑자분을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정책을 택해야 했다. 정치논리를 접고 경제논리를 따른 것이다.

법인세는 속성상 내리기란 쉬우나 올리기는 어렵다. 때문에 지난 96년 법인세 인하직후에도 목격했듯,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가가치세 및 근로소득세 부담 증가로 이어져왔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IMF위기를 겪으면서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적자 부담을 안게됐다. 오는 2003년부터는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다.

2003년은 새 정권이 출범하는 해이기도 하다.
만약 현재의 야당이 집권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들은 재정적자라는 커다란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야당은 자신이 던진 ‘부메랑’에 되맞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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