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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능사 아니다"

비즈니스위크, 시장주의자들에게 일격

'규제완화의 천국' 미국에서 "규제 강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받고 있다. 무조건 규제를 풀기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뼈저린 반성에서 비롯된 문제제기다. 최근 정권말기의 레임덕(권력누수)과 선거 계절을 틈탄 재계의 파상공세에 밀려 각종 규제를 풀고 있는 정부당국에서도 심각히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엔론 파산과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기 사태는 미국 포천지에서 올해 10대 경제뉴스로 선정할 만큼 미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엔론의 교훈:규제가 무조건 나쁜 게 아니다’라는 칼럼을 통해 몇몇 분야는 규제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비즈니스위크에서 규제가 필요한 분야로 꼽은 것은 회계기준, 전력공급, 연기금 등 3가지이다.

***반드시 규제가 필요한 3분야, 회계기준.전력공급.연기금**

엔론의 파산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규제완화주의자들은 엔론의 파산은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잘못이 아니라 늘 있어온 실패사례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엔론의 사태는 적어도 3가지분야에서 보다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째는 회계 기준이다. 엔론이 수많은 투자자의 돈을 집어 삼킨 것은 아무도 엔론이 벌여온 일들을 몰랐기에 가능했다. 경영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는 매번 묵살됐다.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투명성도 그만큼 높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규제가 느슨한 환경은 사기꾼들의 경연장이 될 뿐이다.

미국 회계기준위원회 등 기업들에게 회계정보를 받아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들은 엔론에 대해서 꿀먹은 벙어리였다. 그런 점에서 엔론의 파산은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과 닮은 꼴이다. 1920년대 전력산업의 지주회사들이 수많은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파산해 대공황을 촉발시켰던 사례도 마찬가지다.

매출액 1천10억달러로 미국 내 7위 거대 기업이었던 엔론의 파산보호 신청은 회계조작,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그리고 무분별한 확장 경영이 빚어낸 비극으로 부채가 3백12억달러에 달해 20년간 최대 규모 파산으로 기록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하비 피트 위원장은 기업회계와 관련한 개혁조치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분기별로 발표해오던 것을 바꿔 즉각 공개토록 하고 기업의 주요 정보를 월가의 분석가들이나 뮤추얼 펀드, 기관투자가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회계감사가 잘 안되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은 복권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

또한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엔론의 외부감사기관 역할을 했던 아더 앤더슨이 내부회계감사까지도 담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내부감사시스템은 기업의 경영활동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데 목적이 있고, 외부감사시스템은 기업의 재무제표가 정확하게 작성되었는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즉 외부감사는 내부감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상당수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엔론과 같이 한 회계법인이 내.외부 회계감사를 모두 맡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이러한 기업들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규정을 개정, 내년 8월부터 시행한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일정부분의 내부감사기능은 외부감사기관이 맡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제대로 회계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은 복권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향후 개혁의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회계법인은 독립성을 보장받기 위해 기업의 경영진이 아니라 주주들에 의해 고용돼야 하고, 회계사들은 감사 대상 경영진과 다른 수익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규제당국은 청렴결백해야**

두 번째로 전력공급 분야도 규제가 필수적이다. 캘리포니아 전력 위기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전력수요는 수요탄력성이 경직적이다. 따라서 비상발전용량은 피크 타임을 대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규제완화 조짐이 보이면 기업들은 여유시설을 매각하고 가격담합에 나선다.

캘리포니아주가 전력 위기 사태를 맞을 때, 이와 대조적으로 로스앤젤레스시는 안정을 유지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LA의 전력시설은 시가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규제가 완화된 환경에서는 엔론같은 악덕기업들이 공급량 조작으로 폭리를 취하려고 달려든다. 1920년대처럼 이번에도 엔론이 어떤 짓을 했는지 감독기관들이 알지 못했다.

앞으로 엔론같은 기업이 나오지 못하도록 감시하기 위해서는 규제당국이 현인의 지혜와 청렴결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엔론은 부시 가문의 오랜 정치적 후원자**

세 번째로 연기금도 규제강화가 시급하다. 엔론의 직원들은 세제 지원을 받은 은퇴연금을 자사주 취득에 쓰도록 강요받았다.
한때 90달러를 호가하던 엔론의 주식 값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현재 63센트를 기록했다. 엔론 주식이 폭락하자 이들의 꿈도 사라졌다. 엔론의 파산과 직원들의 참담한 투자실패는 미국 의회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분산투자는 연기금 투자의 첫번째 철칙이다. 직원들에게 은퇴연금을 자사주 취득에 몰아 넣도록 하는 기업은 정말 악질이다. 이러한 행위는 당연히 불법으로 규제받아야 한다.

규제완화주의자들은 정부의 간섭은 정치적이 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자율경쟁체제가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엔론은 정치권과 깊숙이 연계된 기업이다. 엔론의 로비스트들은 의원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그들의 시장 조작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주도록 공작을 폈다.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은 부시 가문의 오랜 후원자였으며 민주당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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