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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코카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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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코카콜라

매출액ㆍ신장률 펩시에 뒤져

지난 98년 이후 역전 현상을 보여왔던 코카콜라와 펩시간 ‘세기의 전쟁’이 21세기에 들어 코카콜라의 완패로 승부가 결정난 것인가. 펩시에게 매출규모에서 뒤진 코카콜라가 최근 들어서는 브랜드 가치에서조차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는 데다가 경영진의 내부분열까지 겹쳐 난항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포천지는 최신호에서 코카콜라가 휘청거리게 된 ‘원죄’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최근 2만5천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조사 결과, 코카콜라 브랜드에 대한 젊은층의 호감도가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펩시는 현재 마릴린 몬로 이후 최고의 섹스 심벌로 떠오른 인기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내세우는 등 브랜드 마케팅에 막대한 돈을 퍼부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초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TV 생중계 중간에 첫 펩시 CF를 선보인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CF 출연료만 해도 5년 계약조건으로 1억달러가 넘는다는 소문이다.

펩시가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 등에 앞서가고 있는 동안 코카콜라는 독점적 지위에 안주했던 것이 오늘날 코카콜라가 위기를 맞은 근본원인이다.

꺾일 줄 모르던 코카콜라의 판매고는 98년 8월을 기점으로 하향세로 돌아섰다. 당시 코카콜라의 세계 3위 시장이던 브라질의 경제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이후 코카콜라는 전체 매출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해외 매출신장률이 둔화되고 있으며 미국내 매출도 98년 이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98년 80달러를 넘었던 주가가 5년전 수준인 47달러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2년전 대프트 회장 취임 후 코카콜라 주가는 25%나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펩시의 주가는 무려 38%나 상승했다. 모건 스탠리는 지난 12일 3년 연속 수익이 감소한 코카콜라의 판매부진을 이유로 들어 수익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반면 펩시는 내년에 14% 정도의 수익개선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반된 전망을 내놓았다

UBS버그의 경제분석가 캐롤린 레비는 최근 "코카콜라가 구조개혁 노력을 하고 있다"며 지난 10월 코카콜라 주식을 ‘관망’에서 ‘매수 추천’으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음료업체 전문 톱애널리스트로 꼽히는 CSFB의 앤드류 콘웨이와 모건 스탠리의 빌 페코리엘로는 올해 코카콜라가 11%~12%로 잡고 있는 수익성장률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대프트 회장도 전임 아이베스터 회장 시절 15~20%에 달했던 수익 성장률을 이미 두 번이나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월가는 이 목표 역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세계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는 코카콜라의 1백15년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코카콜라는 2백억달러 매출에 40억달러의 순익, 펩시는 2백70억달러 매출에 30억달러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코카콜라는 여전히 순익규모와 순익률에서 펩시를 앞서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매출규모와 신장률에서 펩시가 앞서고 있다는 사실이 코카콜라에게 암운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매출 확대만이 코카콜라가 직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다.

코카콜라가 매출에서 펩시에게 뒤지게 된 것은 전임자인 아이베스터 회장 때문이었다. 아이베스터는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보다는 인수합병과 재무구조 개선에만 몰두했던 것이다.

이러한 경영방식은 사실 코카콜라의 전설적인 경영자 고이후에타 회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80년대 중반 코카콜라의 판매망 강화를 위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약체업체를 인수해 다시 다른 곳에 팔아버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런 전략으로 고이후에타는 17%라는 경이적인 수익 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그는 정상적인 영업이 아니라 '기업사냥'이라는 비현실적인 성장전략을 추구했던 것이다.

고이후에타는 고도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거의 극단적인 확장전략에 매달렸다. 제조업체들에게 코카콜라 원액을 비싸게 팔았고, 다른 업체를 고가에 사들이도록 강요했다.

제조업체들은 극한 상황에 몰리면서 투자금 대비 평균 5%에 불과한 수익밖에 얻지 못하게 되었다. 제조업체들의 원성이 높아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현재 회장인 대프트는 제조업체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2월 들어 경영압박에 시달리는 우수제조업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원죄가 많이 쌓여 이 정도 조치로 제조업체와 얽힌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는 것이 월가의 분석이다.

모건 스탠리의 페코리엘로는 “코카콜라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 제조업체들과 수익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며 "하지만 이것이 코카콜라의 수익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선 매출을 늘리는 길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이를 위해서는 마케팅과 올바른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카콜라의 전체 매출의 3분의 2, 수익의 4분의 3가 미국외 지역에서 나온다. 대프트는 ‘현지화 및 분산’을 경영 전략으로 내세우며 “지난 2∼3년 동안 우리가 실수한 것은 개개인의 다양성보다는 유사성에 초점을 맞춰 이른바 ‘글로벌 고객’을 추구했던 점”이라며 “현재는 개개인의 다양성에 맞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프트 회장은 2년전 취임하면서 구조개혁에도 나섰다. 대프트는 취임하자마자 비대해진 조직에 메스를 들이댔다. 지난해 사무직의 20%인 5천2백명을 해고한 것도 그 일환이다. "마케팅도 문제"라고 인식한 대프트는 올해 마케팅 예산에 3억달러나 늘린 77억달러를 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카콜라는 현재 아무런 슬로건도 잡지 못하고 있다. 9.11 테러후 코카콜라는 “Life Tastes Good"이라는 슬로건을 내려야 했다. 미국의 현재 분위기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실적이 악화되자 대프트는 사내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코카콜라 이사회는 최근 인기 스포츠음료 ‘게토레이드’ 생산업체인 퀘이커오츠를 인수하려던 대프트의 시도를 좌절시켰다. 결국 이 회사는 펩시에 넘어갔다.

또한 대프트가 비탄산음료인 주스시장 개척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프록터 & 갬블(P & G)과의 조인트 벤처 사업계약도 사내여론에 밀려 포기했다.

올해초 코카콜라가가 AOL 타임워너출신 경영자인 스티븐 헤이어(48)를 새 음료벤처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본격적인 사업 변신을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코카콜라 1백15년 역사상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코카콜라가 느끼는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헤이어는 코카콜라의 처지를 십분 이용해 4개월이나 걸린 협상 끝에 1백만달러 보너스와 2천만달러 이상의 주식과 현금을 받아냈다. 헤이어는 TBS에서 14개 TV네트워크를 출범시키는 한편 인터넷 확장에 기여했고 그전에는 영 앤 루비컴 광고업체에서 일하는 등 다년간 미디어와 광고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왔으나 음료업계 경험은 부족한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헤이어는 그러나 최근 영화 '해리포터'의 독점 홍보권을 얻는 등 미디어와 결합한 마케팅 강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현재 헤이어가 대프트를 몰아내려고 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코카콜라의 전임 회장들이 쌓아온 원죄가 현직 경영진 내부의 진통까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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