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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차 은행합병 시작

하나은 제일 인수, 한미는 국민과의 합병 선호

통합 국민은행 출범의 여파로 연말 은행권에 우량은행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제2차 은행합병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이미 하나은행과 제일은행은 합병협상을 구체적으로 진행중이며, 이에 자극받아 신한, 한미 등 다른 우량은행들도 짝짓기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계에서는 빠르면 연말경 하나,제일은행간 합병이 실현되고 내년 상반기중에 다른 우량은행들간에도 추가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까지 통합작업을 마친 국민은행이 한미 등과의 제2차 합병을 추진, 은행권을 뒤흔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우량은행간 자발적 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나머지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에 대해서도 짝짓기를 매듭짓는다는 방침이어서 내년중 전체 시중은행 숫자는 4~5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나,제일은행 합병 실무협상 진행중. 그러나 상당한 진통 계속**

22일 정부와 은행계에 따르면, 제일은행의 1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이 은행인수 2년만에 은행합병 형식을 빌어 단기차익을 실현하는 작업에 본격 나섰다.
뉴브리지캐피털은 현재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에 합병을 제안한 상태이며, 이 가운데 하나은행은 본부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진을 구성해 합병작업을 적극 추진중이다. 또한 두 은행간 합병 논의에는 미국의 JP모건과 리먼브러더스가 자문그룹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은행 경영진 및 하나은행 대주주인 독일 알리안츠는 이 과정에 대등합병이 아닌 ‘흡수합병’ 방식을 주장하고 있고 합병비율에 있어서도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뉴브리지캐피털과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흡수합병 방식이 아니면 합병에 응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하나은행 대주주인 세계 제2의 보험사인 독일의 알리안츠도 뉴브리지캐피탈같은 단기차익을 노리는 펀드와는 대등한 주주관계를 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합병논의에 대해 제일은행의 2대 주주인 정부는 ‘공적자금 조기 회수’ 측면에서 합병을 적극지지하고 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20일과 21일 양일 “조금 있으면 어느 은행과 합병하겠다고 발표하는 은행이 있을 것”이라고 우회적 압박을 가했다.

이위원장은 지난해 10월중순이래 물밑에서 시작된 주택은행과 국민은행간 합병 실무협상이 진통을 겪을 때에도 “금명간 은행합병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두 은행 경영진을 압박했던 전례가 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하나,제일은행간 합병 실무협상이 큰 진통을 겪자 이위원장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브리지캐피털, 왜 서둘러 합병에 나섰나**

뉴브리지캐피털이 합병작업에 서둘러 나선 것은 최근의 불안정한 정치상황이나 제일은행의 수익구조 등을 고려할 때 조기매각을 하지 않으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일은행은 외환.금융위기때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백80억달러의 긴급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체결한 ‘불평등 협정’에 따라 지난 99년 9월17일 미국계 투자펀드 뉴브리지 캐피털에 매각됐다. 전체지분의 50.99%를 넘기는 조건으로 뉴브리지캐피털이 투입한 자금은 5천억원. 정부는 여기에 향후 2년간 발생할 기업여신 부실과 3년간 발생할 대우그룹 및 워크아웃 여신에 대한 부실을 떠맡아주기로 했다.

이런 협상 내용에 기초할 때 이미 들어간 7조원의 공적자금외에 추가로 9조원등 도합 16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가 뉴브리지캐피털과 98년 12월31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래 8개월반 동안 지리한 공방전을 벌인 끝에 도달한 결론은 말 그대로 일방적 참패였다.

한때 무형자산 가치만 1조원에 달한다던 제일은행을 불과 5천억원에 넘겼다는 것은 ‘차기정권의 청문회감’이라는 게 정.경제의 일반적 반응이었다. 실제로 최근 재.보선 참패로 김대중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에서 물러날 정도로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본격화하면서, 정권교체시 제일은행건이 청문회 대상이 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뉴브리지캐피털은 제일은행 인수당시 예금보험공사와 체결한 협정에 따라, 내년초부터는 지분을 매각할 수 있으며 증권거래소 상장등도 추진할 수 있다. 당초 뉴브리지캐피털은 제일은행 주식을 홍콩에 상장, 차익을 실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정치상황이 자못 심각해지자 하나은행등 국내 우량은행과의 합병형식을 빌어 서둘러 차익을 실현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 금융권의 일반적 분석이다.

***국민은행의 공격적 경영도 합병압박 요인**

이같은 정치적 요인외에 최근 국민은행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공격적 마케팅도 제일은행등의 은행합병 시도를 촉발시킨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1일 정식으로 합병은행을 출범시킨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합병은행 탄생의 첫 작업으로 공격적인 대출금리 인하 단행과 연말 2조원대의 가계대출 선언으로, 여타 시중은행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같은 국민은행의 공격적 마케팅은 국민은행이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우선시하는 시중자금들이 계속 국민은행으로 몰려들고 있기에 가능한 싸움이었다.

이처럼 국민은행이 낮은 조달금리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자 다른 은행들은 ‘뱁새가 황새 쫒다가 가랑이 찢어질지도 모를 위기’에 직면했고, 그결과 제일, 하나 등 여타 우량은행들로 하여금 합병을 통한 덩치부풀리기의 필요성을 절감케 해 자발적 합병 드라이브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다른 은행들은 어떻게 하나**

하나,제일은행간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은 아직 반반이다.
하나은행이 지나치게 뉴브리지캐피털을 몰아부칠 경우 뉴브리지캐피털이 다른 파트너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하나,제일은행간 합병 가능성은 아직 자신할 수 없는 단계”라고 불확실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합병협상이 시작됨에 따라 신한,한미 등 여타 우량은행들은 여간 초조해진 게 아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금융지주회사 작업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까닭에 타은행과 합병작업에 나설 상황이 아니며, 4천억원대에 달하는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해 상당한 거액의 추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등 경영상 직면한 어려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미은행은 약간 생각이 다르다. 한미은행의 최대주주인 미국의 칼라일그룹은 시티은행의 하영구대표를 한미은행의 CEO로 영입한만큼 일단 한미은행을 시티은행급의 고부가가치 은행으로 탈바꿈시킨 뒤 타은행과의 합병에 나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칼라일그룹은 특히 합병시 하나은행같은 중간급 은행대신 통합 국민은행같은 초우량 선도은행과의 합병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럴 경우 내년 상반기중 국민은행과 한미은행간 합병 등이 단행돼 금융권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량은행들이 짝짓기를 할 경우 외환,조흥,서울은행의 향배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일은행과 하나은행간 합병 성사를 서두르는 이유를 이들 공적자금 투입은행들간 합병을 위한 공적자금 조달과 관련지어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즉 제일은행 지분을 조기에 시장 또는 합병주도세력에 매각함으로써 회수되는 자금을 사용해 여타 공적자금 투입은행들간의 합병을 마무리지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어떤 형태가 되든, 내년 상반기까지는 은행권 재편이 상당부분 진전돼 전체 시중은행 숫자는 4~5개로 재편될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지배적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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