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세종시 여론몰이에 나섰다. "의연하고 당당하게 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던 정몽준 대표는 이날 세종시 수정을 기정사실화 하고 친이계의 수정 추진 주장을 적극적으로 거들었다.
정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우리 국민들께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충실히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론전'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많은 고심과 노력을 해서 만든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이성적 논의를 통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친박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 대표는 "어느 나라 국민들도 일시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한다"며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장기적으로 보면 국민들께서는 반드시 현명한 결정을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를 한다는 우리의 신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지방의 불만과 관련해 "세종시가 전국에 있는 투자를 다 빨아들이는, 무슨 블랙홀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여기에 편승해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주민들 현혹하는 것은 지자체장 자격이 없는 분"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정 대표는 "세종시를 희망했던 기업이 세종시로 못가면 다른 혁신도시로 가는, 오히려 투자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이같은 말에도 불구하고 지역 출신 최고위원들은 우려를 표했다. 충청 출신인 송광호 최고위원은 "내 생각이 아무리 옳더라도 그 사업을 시행하는 국민들의 뜻에 거슬러서는 안 된다"며 "아무쪼록 한나라당도 충청인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 이것을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나라당 전남도당위원장인 박재순 최고위원도 "다른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혁신도시, 기업도시 역시 정부가 발표한 세종도시의 세제 혜택이라든지 하는 문제들이 동일하게 지원돼 각 지역의 갈등없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불만을 표했다.
친이 "돌멩이 맞더라도 설득해야"
친이계 주류인 안상수 원내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선진 국가 도약을 위한 국가의 기본틀 정비"로 규정하고 "세종시 문제도 이런 측면에서 다루어야지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략적이고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다룰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역시 친이계 주류인 장광근 사무총장은 야당과 친박계를 겨냥해 "문제는 정략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는 야당과 맹목적인 반대 세력의 선동과 왜곡"이라며 "벌써부터 반대 세력에서는 정부부처가 오는 것은 확실한 현찰이지만 기업이 오겠다는 약속은 정권이 끝나면 부도날 약속이라는 논리를 충청권 지역에서 유포하는 것으로 듣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 사무총장은 "당내에서도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의견을 모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과거 사안이 지켜져야 할 가치가 있다면 미래 사안 또한 존중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며 박근혜 전 대표의 "기존 당론을 뒤집는 것도 반대"라는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서 지도부는 오는 14일 첫 국정보고대회를 충청남도에서 개최하기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역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친이계인 박순자 최고위원은 "돌맹이를 맞더라도 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연대 합당? 이대로 가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
친박연대 합당 논의도 의제에 올랐다. 정몽준 대표와 친이계 주류인 안상수 원내대표와 함께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 김성조 정책위의장 등도 "물밑에서 대화를 시작하자"는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보인다.
'당위성'에는 공감한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당 내에서 세종시와 관련해 친이, 친박이 갈라지고 갈등이 겪화되는 방향으로 가면 합당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당이 가능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정몽준 대표는 "당내 계파 문제부터 잘 소화해서 (합당)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친박계의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원칙은 지켜야 된다 그런 식으로 여론몰이로 해가지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친이계를 직격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12일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를 당론으로 정할지를 두고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조해진 대변인이 "ICL 문제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두고 친이계와 친박계가 정면 충돌하는 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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