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입당원서를 제출하고, 이후 곧바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황 전 총리는 "국정농단이란 것이 지난 정부 국정 전반에 대해 농단이 이뤄졌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분이 어떤 일에 있어 잘못한 게 있겠고, 그런 부분은 확실히 정리해야겠지만, 잘못한 부분 때문에 지난 정부 전체가 농단이고 적폐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잘못은 잘못 그대로, 잘한 것은 그대로 평가해야지 모든 것을 '국정농단'이라고 제단하는 것은 옳은 평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국가적 시련으로 국민들이 심려를 갖게 한 점에 대해 참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함께 일한 모든 공무원들을 적폐라는 이름으로 몰아가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황 전 총리의 기자회견장에는 '지난 정부 공무원' 민경욱·추경호 의원이 찾아와 지켜보기도 했다.
'탄핵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직구성 질문이 나왔지만 그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국민통합이다. 우리가 한마음 한 뜻으로 통합해서 할 일을 감당해 나가야 한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저도 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고 국민 통합을 앞장서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근혜 정부 총리·장관 시절 국회에서 야당(현 여당) 의원들의 날선 공세를 방어하던 때와 같이, 민감한 내용은 언급을 피하고 자신의 입장을 반복해 강조하는 황 전 총리 특유의 화법이었다.
'당 내에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거나 탄핵 백서 발간 등 '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는 질문에도 황 전 총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2017년경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일도 있다. 지금은 통합에 진력할 때이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은 그렇게 (갈음한 것으로) 양해해 달라"고 다시 받아넘겼다. "지금은 국론을 합해서 나라가 정상화되고 반듯하게 되게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였다.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접견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말이 있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신청이나 거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어 많이 어려움,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저도 걱정하고 있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적절히 해왔다"고만 했다.
'당 내에 박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그는 "사면이란 것은 형사법적 절차지만 정치적 측면도 있다"며 "국민 통합과 화합, 하나되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씨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 때의 근거가 '국민 통합'이었다는 점에서 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간접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전대 출마여부 묻자 "여러 사람 의견 듣고 판단"…대선주자 거론엔 "국민께 감사"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치색을 의식한듯, 정치 진로에 대한 황 전 총리의 답변 핵심 단어도 '통합'이었다. 황 전 총리는 "한국당은 통합과 화합의 정신으로, 한마음으로 단합해야 한다"며 "지금은 통합과 화합, 단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당 내 친박 그룹의 지지를 받는 당·대권주자로 평가되는 것과 관련, "나는 정치에 첫발을 내딛는 신인"이라며 "출발하면서 계파 얘기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는 강력한 야당이 되는 게 첫째 과제인데, 그것을 하기도 바쁜데 우리 안에서 계파 싸움을 할 시간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질문은 바른미래당 등과의 보수 통합 논의로 이어졌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 "자유 우파가 단합해야 한다는, 보수 우파가 합해(져)야 한다는 큰 방향을 잡고 그 관점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여러 분이 여러 모양으로 나눠져 있고, 나뉜 분들의 생각과 그간의 정치 경로가 달라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그 동안 갖고 있던 생각들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탄핵에 찬성했던 한국당 김무성·김성태 의원,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등도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어떤 제한을 둘 때가 아니다"라며 "통합·화합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는 다만 "그러나 그게 되지 않는 일이라고 하면 순차적으로 할 수는 있겠다"며 "그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통합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황 전 총리는 2.27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관해서는 "입당 이후 여러 의견을 듣고 제 의견을 말하겠다고 했는데, 오늘이 입당 첫날이다.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없는 시점"이라며 "당원·의원·당협위원장들의 여러 말씀과 국민들 바라는 점까지 듣고, 그 뜻에 어긋나지 않게 결정하겠다"고만 말했다.
자신이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범보수진영 1위를 달리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그런 지지를 해 주시는 점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어떤 점 때문에 저를 지지하는지 면밀히 살펴서 국민 기대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정치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경제가 어렵다. 평화가 왔다는데 오히려 안보를 걱정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소통을 앞세우고 있다는데 정책 불통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고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 한국당이 국민에게 시원한 답을 드려야 한다. 그것은 통합"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어떤 정책 때문에 '총체적 난국'이라는 '어려움'이 왔다고 보는지 한 기자가 묻자 그는 "시장경제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답하며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면 시장이 기능할 수 없다. 근로시간, 최저임금 문제 등이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쳐 달라는 것이 경제를 하는 모든 분들 이야기다. 바로 고쳐서 국민이 안심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기자 간담회 후 김병준 위원장, 나경원 원내대표를 차례로 면담하고 원내정책실 등 국회 내 한국당 사무실에 이어 기자실까지 한 차례 순회하며 인사를 건넸다. 이같은 첫날 행보나, 입당 시점이 2.27 전당대회 한 달여 전이라는 점 등은 그의 전대 출마설에 더 힘을 싣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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