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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경제' 호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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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경제' 호황 없다

지상전 가능성 희박, 월가도 원치 않아

“과거에는 전쟁이 일어나면 비행기나 탱크 주문이 폭주하고 인력 수요가 급증하는 등 경제부양 효과가 수반됐으나 이번 테러와의 전쟁은 그런 양상을 띠지 않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10일 보도 가운데 한 구절이다.‘전쟁 특수’를 기대하던 이들에게는 자못 실망스러운 기사일 것이다. 아울러 전쟁 특수를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확전’의 필요성을 유혹하는 기사일 수도 있다.

미국은 지난 8일부터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전투기와 폭격기, 순항미사일 등을 동원해 융단폭격중이다. “미국이 단 이틀동안 쏟아부은 무기값만 아프간의 1년 예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최소한 1천억달러의 전비가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고, “20달러짜리 천막 하나를 날리기 위해 개당 1백만달러짜리 순항 미사일을 쏘고 있다”는 비아냥 소리도 들린다. 엄청난 물량전이다.

문제는 제3세계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물량전이나 미국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0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전쟁에 1천억달러를 쏟아부어봤자 GDP의 1%에 불과할 뿐이다. 최근 마이너스 성장의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미 경제에 활력을 집어넣기 위해선 그 이상의 ‘전쟁 소비’가 필요한데 상대가 그렇지 못하다.

미중앙정보국(CIA) 추정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99년도 GDP는 2백10억달러에 불과하다. 미국 GDP의 5백분의 1에 불과하다. 20년 전쟁 때문에 국토 전체가 황폐화된 결과다. 부수고자 해도 부술 도시나 건물도 거의 없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무한정 폭격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 지상전을 벌일 형편도 못된다. 미국 정규군을 잘못 투입할 경우 과거 소련군이 범했던 잘못을 되풀이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지상전을 해야 소비가 큰 탱크나 비행기나 인력에 특수가 있을 수 없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그레고리 맨키브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과거의 전시(戰時)경제와 상황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쟁 특수를 크게 기대할 수 없는 만큼 경기부양책 규모가 그만큼 커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정부 일각에서 이라크 등을 겨냥한 ‘확전’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군사적 측면이 아닌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음모론’의 냄새가 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과연 이같은 시나리오가 실현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미국 재계 및 금융계의 만만치 않은 반발이 예상되는 탓이다.

월가는 ‘장기전’ 또는 ‘확전’ 이야기만 나와도 진저리를 친다. 9.11테러 얼마 뒤 조지 W.부시대통령이 ‘전면전’ 가능성을 시사하자 월가는 주가폭락으로 응답했다. 8일 공습이 있은 뒤에도 월가의 주가는 좀처럼 맥을 못추고 있으며, 제3국으로의 확전 이야기가 나오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확전이 된다면 주가는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월가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 경제에서 군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의 상대적 약화도 확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중 하나가 되고 있다. 90년대 탈냉전 시대에 미 군수산업은 쇠락을 거듭해왔다. 방위산업체들은 합병을 거듭하며 쪼그라들었고, 군수부문 비중을 줄이고 민수부문을 늘렸다. 보잉사가 그런 대표적 예다.

그 결과 9.11테러후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보잉사 주가는 급락했다. 전쟁 발발에 따른 특수보다는 민간여행객 격감에 따른 민항기 수요 격감이 우려된 탓이다. 이런 경제적 맥락에서 미 정부 일각에서 검토되고 있는 확전은 그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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