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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아프간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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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아프간 공격

전쟁 돌입, 효과는 아직 의문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7일 밤 9시30분(한국시간 8일 새벽 1시30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40대의 폭격,공습기와 순항미사일 등이 동원된 이번 공격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비롯해 잘랄라바드, 칸다하르 등 아프가니스탄의 군사시설과 거점도시 6~7곳에 집중되고 있으며, 우리 시간 8일 오전까지 세 차례 공격이 단행됐다.

이날 보복공격에 대해 캐나다, 독일, 호주, 프랑스, 일본 등 서방은 적극 지지, 러시아와 중국은 모호한 형태로나마 지지 입장을 밝히는 등 서방강국들은 대체적으로 보복공격을 지지했다. 반면에 이란 등 일부 중동국가와 파키스탄의 일부 과격세력 등은 이를 강력 비판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의 공격 직후 아랍의 한 위성 TV에 방영된 테이프를 통해 보복을 선언했으며, 미국은 보복테러에 대비해 전시체제하에 버금가는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다.

***부시, 장기전 가능성 시사**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공격직후 백악관에서 전국에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미군이 나의 명령에 따라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 훈련캠프와 아프가니스탄내 탈레반정권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군사작전에는 영국군이 참여했으며 캐나다, 호주, 독일, 프랑스 등 다른 동맹국들도 작전에 기여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부시는 “우리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와 자유는 승리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끈기있게 성공하면서 이 전투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덧붙여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도 공격직후 국방부 브리핑에서 “카불이 어둠에 싸인 7일 밤 11시 공군기지와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폭격기 15대와 공습기 25대와 50기의 크루즈미사일이 11시반 아프가니스탄내 테러리스트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전모를 밝혔다. 그는 “이번 공격에는 B1과 B2, B52 폭격기와 이 지역의 군함, 잠수함 등이 동원됐다”고 덧붙였다.

외신에 따르면, 대통령궁과 국방부 건물 등이 집중돼 있는 카불시와 카불 근처 공항에 미사일과 폭탄공격이 집중적으로 가해졌으며 아프간측은 대공포로 맞섰다. 카불시 오른편에 위치한 잘랄라바드에서도 섬광이 목격됐고, 이밖에 마자리샤리프 등 공항과 군사시설이 있는 기타 4~5개 도시에도 포격이 가해졌다. 아프간 정부는 교전과정에 미 폭격기 한대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이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자 아프간반군인 북부연맹도 카불시 북동부 25마일 지점에서 군사공격을 개시했다. 이들의 다연발 로켓 공격에 맞서 탈레반 군대는 소련제 BM21 로켓으로 반격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부연맹은 공격을 개시하며 “앞으로 지상전은 우리 북부연맹이 전담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과 사전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림>

***빈 라덴, 즉각 성전 선포**

아프카니스탄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해 성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카타르의 알 자지라 위성TV방송이 사전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빈 라덴은 "미국은 지금 남과 북, 동과 서 모두가 두려움에 가득차 있으며 미국이 현재 맛보고 있는 것은 우리가 겪어온 것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난 80년간 우리 이슬람 국가들은 굴욕과 치욕, 자식이 살해되고 피를 흘리고 신성이 모독되는 것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라크에서 1백만명의 무고한 어린이들이 죽어가고 있고 이스라엘 탱크가 팔레스타인을 짓밟고 있지만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칼이 80년만에 미국을 치자 위선자들은 이슬람의 피와 명예, 신성을 짓밟은 살인자들을 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빈 라덴은 “모든 이슬람은 자신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 봉기해야 한다”며 “나는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정착되고 이교도 군대가 모하마드의 땅에서 떠날 때까지 미국이 평화속에서 살지 못할 것이란 점을 신께 맹세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정권의 파키스탄 대사관 부대사도 “우리는 미국의 팽창주의 전략의 희생자”라며 “그런 정책은 앞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구소련이 그러했었듯 결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역사가 말해주듯 이번 침공으로 이슬람이 단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복테러 두려움에 떠는 미국**

빈 라덴의 성명을 보도하며 미국의 CNN방송 앵커는 “섬뜩하다”는 표현을 썼다. 미국민들이 느낀 감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워싱턴과 뉴욕 LA등 미국 전역은 공습에 대한 보복 테러를 우려하여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 미 방송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뉴욕시는 사상처음으로 최고 비상단계인 ‘오메가 상태’에 들어갔고, 수도 워싱턴에서는 딕 체니 부통령이 전시체제 중 대통령과 부통령의 신변 분리계획에 따라 모처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LA와 샌프란시스코등 캘리포니아주 주요공항은 무장한 주방위군이 승객의 소지품을 검색하고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미 전역의 군사시설은 지난달 11일 이후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 중이고, 핵발전소와 생화학시설은 안전상황을 재점검하고 경비를 강화했다.

미국은 또한 해외주둔 기지나 대사관, 여행객들에 대해서도 비상태세에 돌입할 것을 지시했다. 미국인들은 특히 생물학무기를 동원한 빈 라덴의 반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 TV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 시상식도 53년만에 처음으로 취소됐다. 에미상 주관방송사인 CBS는 미국의 아프간 공습직후 LA에서 7일 오후 5시(현지시간)부터 개최 예정이던 제53회 에미상 시상식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ATAS)는 지난 9.11 테러로 오는 16일에 LA에서 열리기로 했던 행사를 이날로 연기하고 비행기 탑승을 꺼리는 연기자들을 위해 시상부문 중 일부를 뉴욕에서 수여키로 했었다. 이 상을 6차례나 수상한 ‘프레이저’와 ‘치어스’의 명 프로듀서 데이비드 앙헬이 지난 9.11테러시 아메리칸 항공에 탑승했다가 희생된 바 있다.

한편 정부 지시가 있기 전부터 미국인들은 9.11 테러의 악몽 때문에 비행기 및 고층빌딩 이용을 기피하고 있으며, 전철을 안타려 하고 백화점 출입도 삼가고 있다. 월트디즈니 같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위락시설도 기피해, 월트디즈니의 매출이 테러후 36%나 격감하기도 했다.

***엇갈리는 강대국 반응**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일본 등 서방선진국들은 미국의 보복공격을 적극지지하고 나섰다.
프랑스의 대통령궁은 부시대통령이 공습사실을 사전에 통고해왔다고 밝혔으며,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대국민 연설에서 “프랑스군은 미국이 주도하는 탈레반정권을 겨냥한 아프간 공격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성명을 통해 “아프간내 테러리스트 목표를 향한 미국주도의 공격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본, 캐나다 등도 마찬가지 지지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은 다소 반응이 달랐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공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루킨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부의장은 에코 모스크바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당사국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대변인은 미국의 군사공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채 “평화가 가능한한 빨리 회복되고 미국의 군사공격이 무고한 시민들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중립적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파키스탄 등 일부 이슬람국가 반발**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가장 먼저 비판하고 나선 나라는 이란이다.
이란 외무부는 공격직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고 관영 IRNA통신이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동시에 이란 국영 뉴스TV방송은 공격직후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맹목적 공격’이라는 제목으로 특별 생방송에 들어갔다.

파키스탄 내부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파키스탄정부는 이번 공격과 관련, “미국이 남은 외교적 노력을 성공하지 못하고 행동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여론을 의식한 조건부 지지인 셈이다.
그러나 군부에 영향력이 큰 아프가니스탄 방어회의는 즉각 성전을 주장했다. 라홀레시의 동쪽 도시에 본거지가 있는 이 회의는 30개 이상의 종교이고 호전적인 그룹을 포함한다. 이 회의의 지도자 리아즈 두라나는 AP통신과 만나 “지금 그들의 형제를 지원하는 것은 모든 이슬람의 의무”라며 “우리는 미국의 공격에 대해 탈리반을 물리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지지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의 종교정당인 자메트 에 이슬라니의 문아와 하산 부총재는 아프간 수도 카불에 대한 공격을 “이슬람교를 향한 공격”이라고 주장하며 현집권세력에 반대하여 파키스탄의 군대 안에서 일고 있는 ‘반발’조짐을 경고했다.

한편 서방언론은 공습전에 이슬람세력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동지역을 순방한 럼스펠드 미국방장관의 노력이 별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공격전에 이슬람의 지지를 얻어내야 전쟁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는 파월 국무장관의 주장에 따라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슬람 각국을 돌며 아프간 공격에 대한 사전양해를 구했으나 상당수 국가들이 전면적 공격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는 것. 이에 럼스펠드는 더 이상의 순방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귀국했으며 그 직후 공습이 시작됐다는 게 미언론의 보도이다. 미언론은 테러후 한달간에 가까운 부시정부의 외교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공격을 찬성하는 국가들의 지지는 40개국에서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미언론은 이렇게 미온적인 중동국가들의 반응을 볼 때 공습이 애꿎은 민간인 피해를 초래할 경우 중동지역에 반미감정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또한 이럴 경우 헤지볼라 등 중동 과격단체들이 보복테러에 나설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언론 통해 빈 라덴의 테러 추가혐의 제시**

이처럼 각국의 반응이 엇갈리자 미국은 언론 등에 빈 라덴의 테러 추가혐의 사실을 흘리며 명분쌓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 테러사건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이 빈 라덴의 측근이자 이집트의 전직 경찰관 출신인 모하메드 아테프라고 밝혔다. 아테프는 10년 넘게 빈 라덴의 동료로서 지난 88년 케냐와 탄자니아 대사관 폭파사건을 지휘했고 93년에는 소말리아 주둔 미군 공격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테프는 원래 이집트의 과격 이슬람단체를 조직한 아이만 자와이리의 오랜 측근으로서 지난 80년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항해 전쟁에 참여했으며 알 카에다에는 3년전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테프의 딸은 빈 라덴의 아들 중 한 명과 지난 1월 결혼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은 그를 체포하는데 결정적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5백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있으며 유럽의 정보기관들도 아테프가 9.11 테러와 관련해 통신한 내용을 증거로 수집했다고 전했다.

***공격성과는 아직 의문**

외신중 일부는 그러나 이번 공습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아프간 북부에서 취재중인 영국의 BBC방송 기자 존 심프슨은 “이번 카불 공격은 걸프전때와 유사하게 아프간 탈레반 세력기반을 파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듯하나 이번은 걸프전때보다 훨씬 어려울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그 이유를 “탈레반의 통제가 아주 한정된 범위에 미치고 있고 그 시스템도 아주 원시적이어서 공격하기가 오히려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모처에 피신한 빈 라덴 검거 가능성과 관련, “미국이 그를 색출해내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동굴과 모든 산악지대를 샅샅이 뒤질 수는 없을 노릇”이라며 탈레반 체제가 완전붕괴하고 아프간 반군인 북부동맹이 권력을 완전장악하기 전에는 빈 라덴을 체포해 전쟁을 끝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국의 보복공격에 대한 세계금융시장의 반응은 아직 방향을 잡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의 공격직후 개장한 아시아증시들은 1~2%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예상됐던 상황인만큼 크게 악재로 작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우선 미국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이며, 그결과 전세계 증시도 장기간 하락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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