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마침내 미국의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는 실적 전망들이 발표되면서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3% 안팎으로 급락했다.
중국의 제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중국발 쇼크'로 새해 벽두부터 코스피 지수가 이틀 연속 하락하며 2년전 수순으로 되돌아간 뒤, 개장한 뉴욕증시는 '애플 쇼크'로 휘청거렸다.
애플이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를 890억∼930억 달러에서 840억 달러(94조3000억 원)로 5∼9% 낮춘 수정 전망치를 제시했다는 소식에 애플의 주가는 15.73달러(9.96%)나 폭락하며 142.19 달러로 마감했다. 2013년 이후 최대 일간 하락폭이다.
애플, 제2의 노키아되나...백악관 "애플뿐 아니다"
애플이 16년만에 처음으로 실적 전망치를 낮춘 최대 요인은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 부진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보복으로 아이폰 구매를 거부하는 흐름이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초 1조 1200억 달러까지 시가총액이 불어나며 세계 1위에 등극하기도 했지만, 혁신에 실패했다는 혹평 속에 지난해말 IT 경쟁업체인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미 밀렸다. 이날 폭락으로 애플은 시가총액이 6760 억 달러로 쪼그라들며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의 시가총액 71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골드만삭스 등 일부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애플은 제2의 노키아가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날린 상황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에 속하는 애플이 '차이나리스크'에 시달린다는 것은 애플만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 전반에 대한 실적 전망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부터 공개적으로 이런 우려를 사실로 인정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경제자문회의(CEA) 의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애플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올해 매출과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협상에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중국에 진출한 많은 미국 기업들이 수익 감소를 겪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도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을 체감하기 시작한 것이 뉴욕증시가 급락한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의 상대방인 미국의 애플은 물론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2019년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04% 하락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660.02포인트(2.83%) 급락한 2만2686.22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2.48% 급락했다.
종목별로 보면, 애플뿐 아니라 아마존(2.52%)과 페이스북(2.9%), 알파벳(2.85%) 등 미국의 대표적인 IT기업들을 비롯해 중장비업체 캐터필러(3.81%), 항공사 보잉(3.99%) 등도 큰 폭의 하락을 면치 못했다. AMD(-9.45%), 엔비디아(-6.04%)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도 급락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 흐름도 강해졌다.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는 2.9%로 1년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제금값도 0.7% 올라 7개월만의 최고치인 온스당 1293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의 엔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핵심 선진국들을 의미하는 다른 G10 회원국들의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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