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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전두환, '자진 납부' 카드로 여론 떠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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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전두환, '자진 납부' 카드로 여론 떠보기?

전두환 측 기류 변화…"적당한 타협 대신 정의 실현해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추징금 환수 여부가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전 전 대통령 측은 언론 등을 통해 '추징금을 자진 납부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급해진 전 전 대통령 측이 여론을 살피고 있다는 말이다.

3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 측은 추징금 일부를 자진 납부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구체적인 액수와 분담액을 논의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 압수수색 및 범죄 혐의 수사 과정에서 압류한 재산은 약 8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를 납부해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의 일부를 털어내는 것이 하나의 방식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반발하던 전두환, 꼬리 내리며 여론 살피기?

전 전 대통령 측은 수사 초기만 해도 반발하는 기류가 강했다. 전 전 대통령의 17년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원래 재산이 많았다"고 반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 전 비서관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이 영관급 장교를 지내던 1960∼1970년대에, 장인인 고 이규동 씨가 본인 및 장남 이창석 씨, 전 전 대통령 등의 명의로 재산을 취득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 소유의 연금보험 30억 원을 압류했을 때도 강하게 반발하며 압류 해제 요청을 했다. 역시 이규동 씨로부터 물려받은 돈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토대로 "전 전 대통령 측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 시민단체들이 지난 5월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추징금 징수'와 '부당 경호 중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그러나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더욱 싸늘하게 식어갔다. 여기에 처남 이창석 씨가 구속되고 아들 재용 씨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전 전 대통령 측의 표정도 완전히 변했다. 앞서 이창석 씨는 재용 씨에게 경기도 오산의 땅 15만 평을 넘기면서 120억 원대의 세금을 내지 않아 조세 포탈 혐의로 구속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전 전 대통령의 조카 이재홍 씨가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으며 수면 위로 부상했다. 장남 재국 씨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재국 씨 소유의 경기도 연천 허브빌리지 일부가 압류되는 등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삼남 재만 씨도 예외는 아니다. 검찰은 전날 재만 씨의 장인 이희상 씨가 운영하는 동아원 등 11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재만 씨와 이 회장은 동아원 그룹 계열사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규모 와이너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와이너리에 투자한 돈 700억 원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섞여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자진 납부해준다? 핵심은 부족한 국고 채우기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전 전 대통령이 갑자기 '자진 납부'를 언론에 흘리면서 여론을 살피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자진 납부를 할 경우 검찰 기소 과정에서 '참작'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자진 납부와 별개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는 당위성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자진 납부와 수사를 '교환'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국민적 불신이 검찰을 향해 쏟아질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5공 시절에 고초를 겪었던 한 야권 정치인은 "전두환 측이 마치 '자진 납부를 해준다'는 식으로 모양새를 만들고 있는데, 그런 식이라면 자진 납부를 하더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을 일으켰던 범죄자(현재는 특별 사면 복권된 상태)에게 어떤 참작이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검찰 수사는 미뤄진 법정의를 실현하는 것이지 부족한 국고를 채우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자진 납부와 적당한 타협이 아니라,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것, 모든 이에게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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