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31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올해 5월 16일 MBC에서 보도된 'KT&G 관련 동향 보고' 자료는 기재부 출자관리과에서 담배사업법상 정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의 일환으로 KT&G 경영 현황 등을 파악한 것으로서 KT&G 사장 인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며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구 차관은 민간기업인 KT&G에 대한 동향 보고가 왜 '정상적 업무처리'인지와 관련해서는 "보고서 작성시점인 2018년 1월 당시 KT&G 사장이 '셀프 연임'하겠다는 보고가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관련 금융감독원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전직 KT&G 임직원의 당시 사장 검찰 고발이 있었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담배사업법상 관리감독 주무기관으로서 충분히 모니터(관찰)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 차관은 "KT&G의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하여 사장추천위원회 운영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그 문서의 기본 취지였다"면서 "아울러, MBC에서 보도된 자료에도 '사장 선임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명시적으로 언급돼 있다"고 강조했다.
구 차관은 "(폭로자인) 신재민 전 사무관은 KT&G 관련 자료 유출 당시 동 업무를 담당하는 담당 과(출자관리과)가 아닌 국고과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KT&G 건에 대해서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날자 <조선일보>가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입수했다며 보도한 내용, 즉 기재부 관계자들이 '카카오톡' 메신저로 "KT&G 사장 관련 □□□ 과장이 작성했던 보고서가 유출됐나 보다", "사무관이 현황파악 차원에서 작성한걸로, 위에는 보고 안 된 것으로", "차관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데요?", "차관도 ×××네. 최초에 자기가 (윗선에서) 받아와서 지시해놓고", "당사자인 2차관, 국장, 과장이 알아서 하겠지", "주무관에게 덤터기 씌우려 한다"는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내용에 대해 구 차관은 "어떤 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그 담당 사무관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왔다갔다 얘기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부인했다.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주고받은 이야기라는 취지다.
다음으로 적자국채 발행을 청와대가 강요했다는 주장에 대해, 구 차관은 "일부 언론에서 2017년 11월 당시 국채 조기상환 및 적자국채 발행 관련 청와대의 강압적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구 차관은 "당시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와 관련해 세수 여건, 시장 상황 등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을 감안해 기재부 내부는 물론 관계기관에서 여러 가지 대안이 제기됐고 치열한 논의 및 토론이 있었다"며 "최종 논의 결과 기재부는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의견이 모아짐에 따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차관은 국채 조기상환(바이백·buy-back) 취소 배경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상환시기를 조정한 것"이라며 "연말에 세수 등 자금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부적 토론을 거쳐서 결정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그는 청와대 등 타 정부기관과 의견을 주고받은 일 자체는 부인하지 않으며 "치열한 토론 과정에서 여러가지 얘기가 나왔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는 "2017년 연말 당시에도 세수 여건이 좋아서 당초 국채 발행 규모가 28조7000억 원이었는데 당시 (이미) 20조 원이 발행되고 나서 '추가 발행할 필요가 있느냐' 논란을 한 결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결론난 것"이라고 배경을 추가 설명했다.
신재민의 폭로 내용은?
앞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32)은 30~31일 이틀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린 게시물에서 △청와대가 KT&G(구 담배인삼공사) 사장 교체를 추진했고 △서울신문사 사장 인선에 개입했으며 △4조 원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먼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김용진 전 기재부 2차관이 '민영화된 민간기업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모색해보라'는 지시를 했다며 이같은 구상은 "청와대 지시"라고 자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이 입수한 정보의 출처에 대해 '공무원 공용업무공간에 문서를 편집하러 갔다가' 해당 문건을 보게 됐으며, 이 문건에는 '대외주의 차관보고'라는 표시가 돼 있었고, 실제로 자신이 차관 업무보고 자리에 배석했다가 이런 내용을 들었다고 밝혔다.
KT&G 주식 소유 현황을 보면, 올해 9월말 기준 국민연금(10.45%), 중소기업은행(7.53%)이 각각 1·2대 주주이며 퍼스트이글(6.63%) 블랙록(6.59%) 등 외국계 투자자본이 3·4대 주주, 우리사주조합이 2.21%를 소유하고 있다. 1% 미만 소액주주 비율은 52.42%다.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1.8%를 갖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또 "KT&G사장 교체 건 말고도 그 후에 서울신문사 사장을 교체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며 "'청와대에서 지시한 것 중에 KT&G 사장 교체 건은 잘 안됐지만, 서울신문 사장 건은 잘 해야 된다'는 식의 말이 나오는 것을 제가 직접 들었다"고 했다.
서울신문사는 정부(기재부)가 지분 33.86%를 소유하고 있다. 신문사 측은 "올 3월 기존 사장 임기가 만료되며 새 사장 선임을 위해 주주들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기재부도 자체 판단에 따라 합법적 절차로 주주 권리를 행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서울신문 전 사장은 임기를 마치고 후임 인사가 늦어져 임기 2개월을 넘겨 재직했다. 사장 교체를 시도했다면 서울신문 기자들이 내용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기재부가 서울신문 1대 주주라는 점도 참고 바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황을 종합해볼 때 신 전 사무관 발언의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다음으로 정부가 1조 원 규모의 국채 매입을 예정(2017년 11월 15일) 하루 전날 취소했고 청와대가 적자 국채를 발행하라고 압박한 일이 있었다며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정권 말로 이어지면 재정의 역할이 갈수록 더 커질 것이기에 그때를 위해 자금을 최대한 비축해 두어야 한다. 국채 발행 후 세계잉여금으로 비축해 다음 다음 연도 예산 편성에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이 조규홍 당시 재정관리관과 함께 김 부총리에게 적자국채 발행 규모 관련 보고를 하러 갔을 때 이같은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으며, 조 관리관이 부총리 보고를 앞두고 자신에게 '내가 정무적 고려가 부족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전 관리관이 적자국채 발행 최대규모를 4조 원으로 보고했다가 김 부총리에게 강하게 질책을 당했고, 이에 자신이 수정 보고서를 들고 조 전 관리관과 함께 부총리 보고를 하러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이해한 김 전 부총리의 지시를 "금년(2017년) 국채 발행을 줄이면 GDP 대비 채무비율이 줄어드는데, 정권이 교체된 2017년도에 GDP 대비 채무비율이 줄어든다면 향후 정권이 지속하는 내내 부담이 가기에 국채 발행을 줄일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풀어 설명했다.
그는 이후 기재부 간부들이 경제부총리를 설득해 적자국채 발행은 하지 않기로 했으나, 청와대가 국고채 규모를 4조 원가량 확대할 것을 요구하며 기재부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자성 국채 추가발행 계획은 이미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추가발행을 하는 것으로 결정된 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사안이었던 것"이라며 "청와대에서는 이미 결정돼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사안은 되돌릴 수 없으니 기존 계획대로 발행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2012년(행정고시 57회)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기재부에서 근무하다 올해 7월 사직했으며, 사직 후 공무원시험 학원에서 강의하려 했으나 "먹고살 돈이 없었다"며 유튜브 영상에서 후원을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청와대 개입설의 당사자 격인 청와대는 이날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기재부에서 대응할 것"이라고만 했다. 단 김 대변인은 국채 발행 관련 부분에 대해 "(청와대도) 권한이 있다"며 "여러가지 재정정책 수단 가운데 국채 발행이 있는 것이고, 청와대가 선택할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의 하나"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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