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 씨는 경기도 오산 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24억 원을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구속 직전 "조세 포탈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창석 씨의 구속 이후 검찰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은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다. 밝혀진 것만 총 124억 원을 탈세하는 과정에서 이창석 씨는 지난 2006년, 200억 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땅을 재용 씨가 지분 60%를 가진 삼원코리아에 증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포탈한 세금의 추정 액수만 45억 원이다. 이와 함께 이 씨는 전재용 씨 측이 지분 100%를 소유한 비엘에셋에 일부 땅을 팔면서 거짓 신고를 해 약 14억 원의 세금을 포탈하기도 했다. 결국 이 씨는 최소한 수백억 원의 이득을 자신의 조카에게 안겨준 셈이다.
▲ 수백억 원대 탈세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가 19일 밤 구속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명목상으로는 조세 포탈이 문제지만, 이 씨가 왜 조카 재용 씨에게 땅을 헐값에 파는 방식으로 사실상 증여를 했는지 그 배경을 밝혀내는 것이 검찰의 숙제다. 즉 '원래 이 씨가 재용 씨에게 줘야 할 돈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그 배경에 이 씨가 관리하고 있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이창석 씨의 조세 포탈 사건으로 이득을 본 재용 씨가 검찰 수사의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부터는 재용 씨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물론 전 전 대통령 측도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전날 구속된 이창석 씨는 문제의 오산시 땅이 "(작고한) 아버지(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인 이규동)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 땅의 대부분은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이전인 1960년대~1970년대에 이규동 씨가 집중 매입을 했었다. 전 전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전 전 대통령은 원래부터 재산이 많았다"고 적극 설명에 나선 것 역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땅이 본래 이규동 씨 소유였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불법 조성한 땅이 아니며 환수 대상도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규동 씨가 오산시 땅을 매입하는 과정 자체에도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있다. 일각에서는 일제시대에는 왕실 소유, 해방 후에는 국가 소유였던 오산 땅이 어떻게 이규동 씨에게 넘어갔는지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의 땅의 가치가 집중적으로 올라갔던 시기가 전 전 대통령 집권 시기이고, 또 일부 땅은 전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석연치 않은 증여가 이뤄졌던 정황들도 있어서 민 전 비서관 측의 주장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검찰은 조세 포탈 외에, 과거 오산 땅 거래 과정 등을 통해 전 전 대통령 측이 어떤 부당한 이득을 얻었는지, 그중 일부가 비자금으로 축적됐는지 여부 등을 규명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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