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8년간 총 3만여 개의 차명 계좌를 통해 최소 2000억 원의 비자금을 운용했으며, 검찰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비자금 추적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앙선데이>는 18일, 1995~1996년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됐던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당시 전 전 대통령 측이 2000억 원 이상의 비자금을 1억~3억 원 단위로 700~800개 차명 계좌에 넣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 돈은 평균 2개월마다 다른 차명 계좌로 옮겨지는 과정을 거쳐 세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측은) 퇴임 후 8년간 매년 4200~4800개씩의 차명 계좌를 만들어 차명 계좌를 총 3만 개 이상 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좌 추적 작업에는 15명의 정예 요원이 동원됐으나, 한 개의 차명 계좌를 추적하는 데만 최소 5일이 걸려 작업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차명 계좌를 좇아가더라도 벌써 여러 단계 세탁 과정을 거친 게 대부분이어서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전모를 파악하려면 최소 3년 이상 전담팀이 수사해야 할 정도였다"고 회고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결국 검찰은 모든 계좌를 추적하는 것은 수사팀의 능력을 넘어섰다고 판단,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계좌 추적 자료는 봉인돼 검찰에 보관 중으로, 봉인됐던 이 자료는 검찰이 2004년 추가로 전 전 대통령 비자금을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됐다.
2004년 당시 불법 대선 자금을 추적하던 검찰은 서울 명동의 한 사채업자 계좌에 입금된 수표의 출처를 따라가다 노숙자 명의의 차명 계좌를 발견했다. 이 계좌에 있던 돈은 1995년 비자금 차명 계좌에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73억5500만 원을 환수할 수 있었다.
서울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도 1995년 수사기록을 다시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전 전 대통령 일가 명의의 증권·보험·은행 계좌 219개에 대한 정보를 금융권으로부터 받았다고 <중앙선데이>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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