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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 박근혜 고집이 세금 논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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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 박근혜 고집이 세금 논란 불렀다

[창비주간논평] 증세 논란, 조세 정의가 핵심이다

지난 며칠간 조세 문제가 전 국민의 관심사다. 8월 9일 처음 세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증세 문제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3일 근로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되 공제 한도를 조정하여 일부 계층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수정한 세법 개정안을 다시 발표했다. 국가의 핵심 정책인 세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나흘 만에, 심지어 대통령이 한마디하자 하루 만에 수정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이에 대한 국민의 원성과 불만이 왜 높았는지 그 원인을 아직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의 분노는 단순히 세금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불공정한 과세로 조세 정의가 흔들렸기 때문에 일어났다. 그러나 정부는 어제(13일) 발표된 수정안에서조차 불로소득을 누리는 자산가나 조세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노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안이한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결국 이번 과세 체계 개편이 불공평할 뿐 아니라 세법 개정의 근본적인 원칙과 방향 설정이 잘못된 게 아니냐는 국민적 질타를 끝내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도 몰랐다는 세법 개정안

당정청 협의로 철저히 준비했다는 세법 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 지시로 번복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정작 국정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 본인이 세법 개정의 그토록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몰랐다고 밝힌 것도 납득할 수 없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닫게 된 정확한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조차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불공평한 것은 참을 수 없는 법이다.

이번 논란은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은 올리지 않고, 나머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불공평에 대한 국민적 항의였다. 그런데 오히려 불만의 원인은 해결하지 않고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세금을 낮추는 식으로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애초에 이러한 세법 개정안이 나온 원인은 무엇인가. 현재의 불공평한 과세 체계를 개편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부족한 세입을 확충하고자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끼워 맞추기 식의 세제 개편을 추진한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논리적 모순을 대통령이 제시하고 이에 맞추어 추진하다보니 법인세는 기업에 부담이 되어서, 부가세는 전체 국민이 반대하니 등으로 제외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결국 소득세를 손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먼 산 구경하듯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 국민적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법 개정안으로 혼란을 끼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근시안적이거나 편협한 사고에 치우치지 말고, 발전적이고 전향적인 세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노무현 정부가 상위 1.3%를 대상으로 하는 종부세제를 추진하자 '세금 폭탄론'을 들고나왔다. 사진은 뉴라이트 네트워크 주최로 2005년 10월 19일 성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세금 폭탄 저지와 알뜰 정부 촉구 대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경고 메시지를 뜻하는 노란 카드를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

복지 공약 이행 위해 부자 증세는 불가피

박근혜 대통령은 "서민·중산층 지갑 얇게 한 것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사실 왜 서민·중산층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는지, 그 얇은 지갑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세법 개정에서 보여주면서 국민적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결국 박근혜 정부의 첫 세법 개정안은 불과 발표 나흘 만에 갈 길을 잃고 합리적 대안은 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조세 불공평에 대한 근로소득자들의 박탈감을 '떡 하나' 던져주면서 달래겠다는 것이 재검토의 결론이란 말인가? 복지 공약 이행 의지는 점점 후퇴하는 태도를 보이는 반면 직접적인 부자 증세나 법인세 상향은 절대 할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과 불통이야말로 진정한 재검토 대상이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아무튼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첫째, 이제라도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성을 인정하고 증세를 통한 복지 공약 실현으로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감세를 통한 복지 후퇴'나 '국채를 발행하는 복지'를 의미할 뿐이다. 최근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 일부에서는 이번 조세 파동을 기회로 복지 공약 후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위험하게 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세력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할진 모르지만 국가적으로는 명백히 불리한 이런 행동은 일본의 경우처럼 국가 공동체를 수렁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세금 폭탄'이 아니라 '세금 투자'로 느끼게끔 해야

둘째, 재정 지출도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조세가 가장 누진적인 편인 미국이 오히려 복지가 부족하고, 보편적인 조세의 성격이 강한 스웨덴이 복지를 제대로 시행하는 것은 후자의 재정 지출 분배 구조가 공정하고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 공약의 대부분을 토건 등 낭비성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이행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복지 예산은 100조 원을 넘어섰지만 그중 사회보험과 주택 융자 등을 제외하고 조세 수입으로 시행하는 복지의 재정 규모는 40조 원이 되지 않는다. '어디에' 쓰는가도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혜택을 체감하여 '세금 폭탄'이 아니라 '세금 투자'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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