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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세 해프닝'…박근혜 원칙에 '증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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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세 해프닝'…박근혜 원칙에 '증세'는 없다!

[기자의 눈] '변죽' 울리지 말고 논쟁의 장으로 나와야

"얼마 전 대통령이 '근로소득세·종합소득세는 상위 20%가 (세금) 90%이상을 내니까 80%는 안심하라'고 하셨는데, 인터넷에서 봉급생활자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 연봉 3000만 원, 4000만 원 받는 근로자들을 부자라고 매도하는데, 이 사람들이야말로 평범한 봉급생활자들이고 4인 가족으로 따지면 1000만 명이 그 대상이다."

야당 대표가 한말 같지만 이 발언의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지난 2006년 3월 28일 서울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80 CEO포럼'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세금 관련 증세 방안을 비난하며 연봉 3000, 4000만 원 받는 '유리지갑' 봉급생활자들의 편임을 자처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증세 방안을 두고 "결국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샐러리맨들에게 세금 폭탄을 내리겠다는 것"이라며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줄여줘서 그 만큼 투자와 소비를 살려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이같은 '세금 폭탄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재미'를 좀 봤던 박근혜 대통령의 세제 관련 첫 작품은 의외였다. 소득 공제를 줄이고 세액 공제를 늘려 연봉 3450만 원 이상 봉급생활자가 부담해야 할 세금을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이를 슬그머니 접었다.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첫 세제개편안을 만든 경제팀은 지금쯤 뒷덜미가 서늘해져 있을 것이다. 야당의 '작명'에 따르면 이른바 '봉봉세(봉급생활자가 봉인 세금) 파동'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높다. 물론 경제팀이 원점에서 검토한 후 무엇을 내놓게 될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아직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이번 해프닝으로 증명된 게 하나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증세'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는 것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언급한 그대로다. 조 수석은 "증세(增稅)는 새로운 세목(稅目)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분명히 증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현 박근혜 정부의 '스텝 꼬인' 현상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3년 국가 재정 전략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마친 뒤 회의 자료를 보고 있다. 재정 전략 회의는 정부 국정 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공약가계부, 세입·세출 구조조정 등 중장기 국가 재정 운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다. ⓒ연합뉴스

박근혜는 애초에 증세 생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세금. '원칙의 정치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만큼 '원칙'이 확실한 주제도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 대표를 지낼 때 '감세'와 '작은 정부'는 그의 신념과도 같은 것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증세' 시도에 대해 '봉급생활자의 유리지갑' 논리를 내세우며 반박한 것도 감세에 대한 박 대통령의 굳건한 신념에 따른 것으로 읽어야 한다.

2007년 대선 때 박 대통령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로 상징되는 감세안을 들고 나왔다.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아쉽게 패배했지만,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감세 철학'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내내 정부의 '감세 기조'에 협력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8대 국회에서 처리된 "친재벌 정책 및 부자 감세와 관련된 법안"은 총 29개였다. 공정거래법,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법인세법, 소득세법, 종합부동산세법 등이다. 경실련은 "위 법안들은 출총제 폐지, 지주회사 규제완화 등의 금산분리 완화, 종합부동산세·양도세 등 고소득 및 자산가 세금 인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이같은 '부자감세'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지거나 침묵으로 '승인'해왔다.

이런 기조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뒀을 때도 계속됐다. 한나라당이 2011년 말, '부자감세' 비판 여론에 밀려 추진한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고소득자 소득세 구간 신설)'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반대 의사를 표했다. 결국 '한국판 버핏세' 과세 기준은 기존에 논의되던 연소득 1억 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대폭 후퇴를 했다. '누더기 법안'이 됐다.

'한국판 버핏세 논란'에서 박 대통령의 측근들은 박 대통령이 세법을 보는 시선에 대해 "자꾸 정치적인 의도로 법안을 그때그때 고치면 누더기가 된다.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원칙에 맞게 세법은 될수 있는 한 그대로 두고, 세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게 비대위원장의 입장"이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실제 측근 그룹이었던 최경환 의원은 "버핏세(부자 증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등 증세 부분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쇄신파와 뜻을 같이 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며 "(박근혜 전 대표는) 세제 논란이 너무 정치적 국면으로 흐르면 누더기 세제가 돼 버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조는 현재까지도 그대로 이어진다. 박 대통령은 세율 조정 등 법안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증세'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번 '봉봉세 파동'에서 보듯 월급쟁이 소득 공제를 줄이는 방식으로 비교적 손쉬운 길을 택하려 하고 있다. 이를 나흘만에 뒤집는 과정에서 우왕좌왕했다. "원점 재검토"한 경제팀이 새로운 안을 가져오더라도 세금 부담 상한선을 3450만 원에서 조금 더 올리는 방안이 될 공산이 높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증세'는 없었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로 방향을 튼 것처럼 보였다면 그것은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공약을 실천하려니 재원이 부족하고, 고소득자 및 대기업 법인세 인상은 그간 자신이 원칙에 반하게 된다. 그래서 택한 것이 이런 '꼼수'였다. 조원동 수석의 발언은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증세는 할수 없고, 어설프게 손을 댔다 데인 모양새다.

오히려 지난 2006년 발언에 비춰보면, 박 대통령은 말을 바꾼 셈이 된다. 이번 해프닝과 관련해 봉급생활자를 대하는 박 대통령의 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맞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 부총리는 12일 박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발언이 나오자 당정협의에 참석해서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다"고 사과를 했다. 이번 '봉봉세 해프닝'을 '정무적 판단 미스' 정도 수준으로 치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 발언은 내년 지방 선거에 대한 부담 때문에 철회할수밖에 없는 여권의 심경을 우회적으로 대변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발(發) '증세 해프닝'은 진보 진영에 다시 '증세 논쟁'을 불붙였다.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박 대통령은 제대로 된 증세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바란다. '한국판 버핏세' 과세 기준을 현행 3억 원에서 1억 5000만 원 수준으로 낮추고, 법인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붙는 '증세 논쟁'은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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