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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국 '미술품 스캔들'의 열쇠, "대리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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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재국 '미술품 스캔들'의 열쇠, "대리인"은 누구?

미술 전문가와 전두환 일가의 석연치 않은 관계

"경기도 오산 근처에 엄청난 규모의, 천문학적 규모의 국내외 화가들이 그린, 이 중에는 명품이 포함돼 있겠지요, 명화들이, 수장고가 있다라는 얘기가 있는데 (…) 미술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굉장히 파다한 얘기인데, 검찰이 일부러 이 첩보를 정보 수준으로 확인하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은 (…) (19)90년대부터 전재국 씨의 대리인으로 행세를 하는 한○○, 전○○이라는 사람들이 화랑을 돌아다니면서 명화, 명품의 컬렉션을 했다는 얘기가 미술계에 파다합니다. 지금도 이분들이 시공사나 전재국 씨를 위해서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확인해볼 만한 중요한 단서가 아닌가라고 생각이 됩니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한○○, 전○○이라는 이름이 불쑥 튀어나왔다. 신 의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의 '미술품 브로커'로 지목한 이들은 누구일까.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백 점에 달하는 미술품이 무더기로 발견한 것 자체는 흥미로운 일이다. 그렇지만 미술품의 경우 유통 과정에서 속임수를 쓰기가 쉽고, 구매 비용의 원출처를 밝히기도 까다롭다는 점에서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미술품들을 사들인 돈의 원출처가 누구고, 또 어떤 경로로 사들였는지 등을 밝혀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전재국 씨가 이 미술품을 모을 수 있었던 모종의 창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검찰이 1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허브빌리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집행과 은닉 재산 적발을 위해 압수수색 및 압류 절차를 진행하는 가운데 관계자들이 불상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가에서 미술품 수천 점 발견됐지만 흐지부지…이번엔 다를까?

검찰은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을 비롯해 전재국 씨의 회사, 계열사 등 17곳에 대해 압류 및 압수수색 절차를 밟았다. 그중 전재국 씨가 소유한 경기도 파주 농장 '허브빌리지' 비밀 창고에서 30여 점의 미술품이 나왔다는 점은 흥미롭다. 일부 언론은 "직원들도 모르고 있던" 비밀 창고라고 보도했다. 전날 밤에 있었던 심야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200여 점의 미술품을 추가로 압수했다. 검찰이 밝힌 데 따르면 총 390여 점의 미술품이 압수 또는 압류된 것이다.

여기에는 수억 원짜리 박수근 화백 작품, 수천만 원짜리 천경자 화백의 작품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17일 오전 11시부터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저인망식으로 전직 대통령 일가를 호기롭게 친 검찰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미술품의 유통 경로를 되짚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은밀하게 거래될 수 있고, 또 거래 과정을 조작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재벌가 등이 미술품을 선호한다는 말도 있다.

일례로 지난 2008년 4월 삼성 특검 결과가 발표됐을 때, 특검이 미술품 구입 대금과 비자금의 연관 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석달 전인 그해 1월, 특검은 삼성에버랜드의 대형 창고와 박물관 등을 압수수색해 수천 점의 미술품을 발견했다. 당시에도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러나 특검은 수사 결과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삼성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을 통한 미술품 구매 의혹을 폭로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특검은 당시 수사를 통해 임직원의 차명 계좌 발행 수표가 국제갤러리 등에 입금됐다는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러나 뒷심은 약했다. 특검은 문제의 차명 계좌에서 나온 돈이 비자금이라고 입증할 수 없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이 때문에 삼성가의 미술품이 특검 수사로 '세탁'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술 전문가와 전두환 일가의 석연치 않은 관계

미술품 수사는 까다롭다. 이 때문에 문제의 핵심은 '미술품 브로커'가 누구냐 하는 부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신경민 의원의 폭로가 주목받는 이유다. 신 의원이 언급한 한○○, 전○○ 씨는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전재국 씨의 자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씨는 국내 유수의 A갤러리 큐레이터 출신이고, 전○○ 씨는 B갤러리 대표 출신이다.

미국 뉴욕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국에 들어온 전재국 씨는 출판 사업에 뛰어든 후 미술책과 어린이책 등을 출판하는 시공사 운영권을 쥐게 된다. 전 씨의 공격적인 경영이 시작됐고 시공사는 미술 전문 출판사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전 씨는 한국미술연구소를 만들고 본격적인 미술 관련 사업에 진출하는데, 그때 미술 자문 역할을 했던 게 한○○ 씨와 전○○ 씨다.

특히 전○○ 씨의 이력은 독특하다. <프레시안>은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녀 전효선 씨가 서울 반포동 신반포 15차 아파트 45동의 아파트를 소유하기 직전, 원소유자가 전○○ 씨로 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 씨가 지난 2000년 전효선 씨에게 이 아파트를 넘겼다는 말이 된다. 일각에서는 전○○ 씨가 2000년대 초까지 시공사 이사로 참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가와 전○○ 씨의 관계가 범상치 않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신경민 의원실 관계자는 "전○○ 씨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 씨는 우리나라 큐레이터로 1세대에 속하고, 1990년대 초부터 해외 미술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 등을 했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 특별한 관계라는 여러 정황도 있다. 전○○ 씨가 이번 '미술품 스캔들'의 키(열쇠)라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전재국 씨의 '미술품 스캔들'이 과거 재벌가의 '미술품 스캔들'처럼 허무하게 끝날지 여부는 검찰의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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