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의 착륙 사고와 관련해 사고 수습을 마친 한국과 미국 정부는 원인 규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나오지 않고 있으나 착륙 상황을 토대로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과실, 공항 시스템 미비 등의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별기편으로 현지에 급파된 우리 정부의 사고조사대책반은 7일 오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곧장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합동으로 사고 원인 조사 및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소속 조사관 4명과 운항안전과 항공안전감독관 2명, 아시아나항공 조사대책반 18명 등은 사고기 조종사 등을 면담해 사고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도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 즉 비행 기록 장치(FDR)와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를 회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항공기 운항 관련 각종 데이터와 조종사와 관제사 간 교신 내용을 담은 블랙박스는 사고 원인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다.
에릭 와이스 NTSB 대변인은 "조종사들의 대화 내용과 비행 당시 고도, 기체의 자세, 엔진 등 각종 시스템 작동 상황 등이 기록된 블랙박스를 사고 여객기에서 수거해 분석을 위해 본부가 있는 워싱턴DC로 옮겼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데버라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사고에 범죄 행위가 개입된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특정하기에는 시기상조이며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퍼즐 조각 전부를 맞추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 측은 기체 결함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조종사와 샌프란시스코 공항 관제탑 어느 쪽의 책임이라고 지목하지는 않았다.
앞서 CNN 등 일부 미국 언론은 사고 여객기 기장이 착륙에 앞서 관제탑과 교신하면서 "응급차가 필요하다"고 말해 착륙 이전에 항공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국토부와 아시아나항공 측은 조종사가 착륙 직전 관제탑에 고장 신호 등을 보낸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탑승객들도 한결같이 사고 직전에 비상 상황 등을 알리는 기내 안내 방송 등은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런 가운데 사고기 착륙 당시 공항의 자동 착륙유도장치가 사고 당시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공항 관제 시스템 미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허스먼 위원장은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이 공항의 '글라이드 스코프'(glide slope)가 꺼져 있다는 통보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글라이드 스코프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공항 내 공사 등으로 이 장치가 꺼져 있으면 조종사가 육안으로 착륙을 해야 한다.
1997년 8월 발생한 대항항공 보잉 747기의 괌 추락 사고 당시에도 아가냐 공항의 이 장치가 고장 나 있던 상태였다.
허스먼 위원장은 "글라이드 스코프가 꺼져 있던 것이 반드시 사고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위성항법장치(GPS)나 활주로 지시등을 비롯해 조종사의 착륙을 돕는 다른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조종사 과실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결론 내리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최종적으로 확인될 때까지 길게는 몇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항공안전재단(FSF)의 케빈 히아트 최고경영자(CEO)는 "사고에 대한 브리핑은 며칠간 계속될 수 있겠지만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결론은 수개월 혹은 수년 이상 지나야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도 "조사 기간은 사고 발생 경위 등에 따라 통상적으로 짧게는 6개월, 길면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그러면서도 "이번 사고는 기체가 잘 보전돼 있고 NTSB와 신뢰 관계를 갖고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는 만큼 다른 항공 사고에 비해 빠른 시간 내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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