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정치권이 '위험의 외주화' 방지 대책에 팔을 걷어부쳤다.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공공기관 평가 제도 개선 등 방안을 마련했고, 여야는 지난달 정부가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이번 달 임시국회 내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세부 내용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이견이 남아 있어 법안 통과 전망은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국회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함께 '위험의 외주화 근본 개선 방안 마련'을 주제로 당정협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고 김용균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이 애도를 표한다"며 "위험의 외주화, 나아가 죽음의 외주화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먼저 진상조사를 통해 '2인1조 규정' 위반, 사망신고 지연과 사건 축소 의혹이 밝혀져야 한다"며 이어 "발전분야 외주화에 대한 개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기존 추진돼온 발전정비산업 민간시장 개방 확대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1시간 30분가량 회의를 가진 후 결과를 브리핑했다. 발표는 '을지로위원회'를 이끈 우원식 의원이 맡았다. 강조점은 결국 '산업안전보건법 통과'로 모였다. 우 의원은 "당정협의를 통해 국회에 제출된 산업안전보건법을 반드시 이번 국회에 통과되도록 당정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도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 의원은 정부 제출 법안 내용에 대해 "주요 내용은 원청의 책임을 확대하고,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을 제한하고, 산업재해 예방 제재 강화"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관리 업종에 전기 업종을 추가하고 △산재보험의 개별 실적요율제를 개편, 하청의 재해 및 보험급여 지급 실적을 원청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도 개선해, 하청업체의 산재현황까지 경영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법안 통과 외에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책으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현재 사별로 운영되고 있는 노사별협의체를 발전업체 전체로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우 의원은 "새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과 지난 정부의 '민간 경쟁 도입 확대' 정책이 충돌하고 있는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 충돌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해나가야 협의하고, 구체적 방안은 당정이 지속 협의하며 밝혀가겠다"고 언급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돼온 발전 분야 민영화 정책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용균법'은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까?
다만 정규직화라는 "근본적"(이해찬·우원식) 방안 이전에, 당장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강화와 처벌 수준 상향 등은 국회에서의 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 표면적으로, 여야는 모두 이번 김용균 씨 사건을 계기로 '12월 국회 법안 통과'를 강조하고 있다. 여당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역시 지난 17일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고 현장을 방문해 "적극 논의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꼭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도 별도 성명을 내어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국회 소관 상임위원장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부가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도, 소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법안이지만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판단에 위원장 직권으로 오늘 소위 안건에 포함시켜 논의하게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단 "산업 현장에서의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하고, 간담회 및 공청회 등을 통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발맞추듯, 여야는 이날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27일 본회의에 올리기로 합의했다"며 "쟁점에 대해 각 당 이견을 조정하기로 했고, 조정 내용을 중심으로 오는 21일 공청회를 열고 같은 날 오후 법안소위를 해서 21일 중 처리하도록 노력하되 안 되면 24일에 다시 법안소위를 열어 (늦어도) 24일 중에는 법사위로 넘기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환노위 간사이자 노동소위 위원장인 임이자 의원도 '27일 본회의 상정' 합의 내용을 재확인하며 "오늘 176쪽에 달하는 개정안 전체를 다 스크린(검토)했고, 쟁점이 될 만한 것은 각 당 의견을 받아 공청회를 하기로 간사 간 합의했다. 거기서 쟁점 내용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당 간사 모두 인정하듯, 처벌 상향 등 일부 법안 내용에 대해 이견이 있는 상태여서 12월 중 법안 통과를 마냥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임 의원은 "한국당이 처벌 상향에 부정적인 것은 맞다"며 "쟁점을 예단할 수 없다. 공청회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한 민주당 환노위원도 "오늘은 법안을 죽 훑으면서 이견 있는 부분에 대해 '이견 있습니다' 하고 표시만 했다"며 이견이 제기된 부분은 원청 책임 강화 및 처벌 상향 등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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